[헤럴드경제=박도제 기자]윤창중 전 청와대 대변인의 성추행 의혹 파문은 초강력 태풍이나 허리케인, 미국의 오클라오마를 강타했던 토네이도 처럼 국내 주요 이슈를 단숨에 삼켜버렸다. 갑의 횡포로 지탄을 받던 남양유업을 뉴스 중심에서 밀어냈고, 박근혜 대통령의 방미 성과도 허공에 날려버렸다. 아주 중요했던 국제뉴스도 주목받지 못했다.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이산화탄소(CO2) 관측소인 미국 하와이주 마우나 로아(Mauna Loa)에서 발표한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 관련 외신 보도가 그 중 하나다.
지난달 10일 사이언스데일리와 라이브사이언스는 하와이 마우나 로아 관측소에서 측정된 대기 중 CO2 농도가 400ppm을 넘어섰다고 전했다. 이는 대기 중에 CO2 비율이 0.04%를 넘어섰다는 뜻으로 학계에서는 기후변화의 심리적 마지노선을 넘은 것으로 이해됐다. 일반적으로 생태계가 안전하게 유지될 수 있는 대기 중 최대 이산화탄소 농도는 350ppm이다.
하와이에 위치한 마우나 로아 화산에서 이산화탄소 농도를 측정하기 시작한 사람은 미국의 과학자 찰스 데이비드 킬링(Charles David Keeling)이다. 그는 1958년 첫 측정 당시 화산 정상부의 CO2 농도가 315ppm이었음을 밝혀냈고 이후 CO2 농도를 계속 관찰하면서 CO2가 우상향 곡선을 그리고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이 그래프를 학자들은 ‘킬링 커브(Keeling Curve)’라고 이름 붙였다.
우연의 일치겠지만, 킬링 커브는 영어 발음이 유사한 ‘죽음의 곡선(Killing Curve)’으로 표현하기도 한다.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가 가파르게 증가하고, 이것이 지구 온난화로 이어지면서 인간의 목숨을 앗아가는 극단적인 날씨를 만들고 있다는 의미에서 붙여진 이름이다.
킬링 커브가 지속적으로 상승하고 있는 것은 석탄, 석유, 천연가스 등 화석 연료 사용과 무관치 않다. 화석 연료 사용이 늘어나면서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가 짙어졌고 그 결과 지구촌은 매년 폭염과 폭설, 강풍, 쓰나미 등 이상 기후 현상으로 시달리고 있다.
이상 기후 현상은 우리나라 사계절도 바꿔놨다. 여름이 점차 길어지는 반면 겨울은 짧아지고 있다. 온난화가 지속되면서 100년 뒤에는 우리나라에 겨울이 없을 것이라는 연구보고서도 나오는 실정이다.
계절 변화는 이미 일상 속에서 확인되고 있다. 전남 여수 만성리 검은모래 해수욕장이 지난 5월 16일 개장한 데 이어 대표적인 피서지인 부산 해운대 해수욕장도 6월2일 개장했다. 이는 지난해보다 보름 정도 빨라진 개장이다. 그 만큼 여름이 빨리왔다는 뜻이다.
한편 길어진 여름은 산업계에도 변화를 몰고 오고 있다. 여름 특수산업의 호황을 견인하고 있는 것. 에어컨 예약판매 급증하는 것이 일례다. 산업계에 따르면 올해 에어컨 예약판매는 지난해보다 3배 이상 늘어났다. 지난해보다 여름이 길어지는 데다 폭염까지 예상되고 있는 데 따른 것이다.
이 때문에 이상 기후 현상을 야누스의 얼굴로 해석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폭염 폭설 등 극단적인 날씨가 재난으로 이어지기도 하지만, 이로 인해 이득을 보는 사업이 생겨나기 때문이다. 중부지방에 100년만에 최대 춘설(春t雪)이 내렸던 2004년 3월도 이중 한 예다. 당시 수도권과 강원도 스키장의 개장 기간은 1주일 정도 연장됐으며, 이로 인한 부가수익만 수십억원에 달했다는 보고다.
날씨금융사업, 재해복구사업, 황사마케팅 등 날씨와 직접 관련된 산업도 점차 커지고 있다. 아이스크림 업계에서 ‘날씨가 영업부장’이라는 말은 오래전부터 통용되고 있다.
날씨는 기업 경영에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요인으로 인식되고 있다. 전자업계에서 날씨는 김치냉장고 등의 생산량 조절 변수로 활용되며, 건설업계에는 공사기간 조절 변수로 작용하고 있다. 뿐만 아니다. 재고 관리, 신제품 개발, 수요예측, 원자재 구매, 제품 구색, 고객 유치 등 일반적인 경영 활동에 상당한 영향을 미친다.
미국 경제학자 존 케네디 갤브레이스(John Kenneth Galbraith)는 인간 사회 자체가 날씨와 싸움을 통해 갖게된 산물이라고 지적했다. 풍차나 물레방아, 선풍기 등이 모두 날씨를 극복하기 위한 인간의 노력 과정에서 나왔다는 얘기다. 인류사와 함께해 온 날씨는 여전히 우리 삶에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변수이자 위기인 동시에 기회로 작용하고 있다.
pdj24@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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