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노든, 홍콩언론에 NSA 해킹문서 추가공개

홍콩 학생·기업·공직자 표적 軍통신망 해킹 내용은 없어 中 첩보수집 강도 이라크와 동급 ‘中해킹 비난’ 美에 전세역전

[베이징=박영서 특파원] 미국 중앙정보국(CIA) 출신 에드워드 스노든의 폭로로 촉발된 미국 정보기관의 개인정보 비밀수집 파문이 전방위로 확산되고 있다. 홍콩에 피신 중인 스노든이 “미국이 지속적으로 중국에 대해 해킹작전을 벌였다”고 주장하면서 ‘서니랜즈 미팅’으로 친분을 쌓은 오바마-시진핑 관계가 시험대에 오를 전망이다. 게다가 유럽까지 문제를 제기하고 나서는 등 ‘스노든 파문’은 일파만파 양상을 보이고 있다.

▶미, 지난 5년 동안 중국과 홍콩 해킹=13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홍콩에 체류 중인 스노든과 단독 인터뷰를 갖고 “미국 국가보안국(NSA)이 2009년 이후 홍콩과 중국의 표적 수백건에 대해 해킹을 해왔다”고 1면 머리기사로 보도했다.

스노든은 NSA의 대(對)중국 해킹작전에 대한 문서를 SCMP에 공개하면서 “미국은 이미 개별 컴퓨터를 해킹하지 않고서도 수십만 건의 온라인 통신 내용을 엿볼 수 있는 기간통신망을 갖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 해킹망이 외부 네트워크와 내부 전산망을 연결하는 거대한 라우터 장비와 구조가 유사하다”면서 “미국이 금융과 무역의 중심지인 홍콩에서 대학과 학생, 기업, 공직자를 표적으로 해킹을 일삼았다”고 밝혔다.

비록 스노든이 공개한 문서에서는 미 정보당국이 중국의 군 통신망을 해킹했다는 내용은 없었지만 앞서 영국 일간지 가디언이 공개한 미 정부 내부 문서에 따르면 NSA는 중국을 첩보 수집 강도가 높은 ‘노란색’ 국가로 나타내 이라크와 등급이 같았다. 따라서 스노든의 ‘미국의 대중국 해킹 주장’은 신빙성이 높은 것으로 보인다.

스노든은 “일단 홍콩에서 머무르면서 미국의 범죄인 송환 요청에 맞서 싸우겠다”면서 홍콩엔 남겠다는 의지를 피력했다.

▶국제적 이슈로 비화=스노든의 폭로가 사실이라면 최근 미·중 정상회담에서 구축된 미·중 간 신뢰감은 새로운 위협을 받게 될 것으로 보인다. 중국 당국의 공식적 반응은 아직 나오지 않고 있으나 대다수 중국인은 분노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런민르바오(人民日報)의 자매지로 국제문제 전문매체인 환추스바오(環球時報)는 13일 사설을 통해 “스노든이 폭로한 내용은 중국이 관련되어 있다”면서 “중국은 이에 대해 미국 정부에 설명을 요구할 권리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 신문은 “지난 몇 년 동안 미국은 계속 피해자인 척하면서 중국의 해킹을 비난해왔지만 결국 이번 폭로는 미국의 위선을 보여주고 있다”면서 “중국은 천진한 바보가 되어서는 안된다”고 미국을 비판했다.

중국 네티즌도 웨이보(微博·중국판 트위터)를 통해 미국을 비판하는 글을 올리고 있다. “도둑이 도둑 보고 ‘도둑 잡으라’고 소리치는 꼴이 됐다” “세계 최강의 과학기술을 가진 미국은 최강의 해커이자 스파이 국가였다” “중국이 이제 (미국을) 손볼 때가 됐다”는 등의 격앙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스노든 파문은 유럽으로도 불똥이 튀었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다음주 독일을 방문하는 버락 오바마 대통령에게 이 문제를 거론할 방침이고, 유럽연합(EU)은 아일랜드 더블린에서 열리는 대서양 양안 간 각료회의에서 미국의 개인정보 침해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기로 했다.

‘빅브라더 미국’에 대해 비난이 쏟아지면서 오바마 행정부는 그야말로 전전긍긍하는 표정이다. 일단 사건의 파장을 주시하면서 이번 폭로가 국가안보에 미칠 잠재적 피해조사에 착수했다고 미 언론은 보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