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 = 서병기 기자]방송 14년째를 맞고 있는 KBS 장수 프로그램 ‘개그콘서트’는 그동안 몇차례 위기와 논란에 휩싸이곤 했다. 하지만 선후배 위계체제가 아닌 자유경쟁체제가 지배하는 ‘개콘‘의 시스템은 아이디어와 공감도, 대중성을 끄집어내기에 유리했다. 이 시스템은 ‘개콘‘이 위기때마다 극복할 수 있는 실마리를 제공했다.
하지만 최근 ‘개콘’의 모습을 보면 주목할말한 점이 발견된다. 우선 인기 코너들을 대거 종영시켰다. ‘생활의 발견’ ‘거지의 품격’ ‘정여사’ 등 오랫동안 인기를 끌어온 코너들이 최근 거의 동시에 퇴장했다. 지금은 확실하게 눈길을 끌만한 코너는 ‘황해‘ 하나 정도다. 최근 사회적 문제로 대두된 보이스피싱 범죄를 주제로 해 웃음을 주며 “많이 당황하셨죠?” ”많이 놀랐었죠”라는 유행어까지 낳았다.
물론 700회 특집 이후 제작진은 새로운 코너들을 대거 선보이겠다는 예고를 했었고 ‘댄수다’ ‘씨스타29’ ‘히든캐릭터’ ‘두근두근’ 등 새 코너들이 대거 공개됐다. 그중에서는 춤과 개그가 함께 하며 ‘19금개그’의 맛만 보이는 ‘댄수다‘와 모창가수와 진짜가수의 목소리만 듣고 진짜를 가리는 JTBC ‘히든싱어’를 패러디 한 ‘히든캐릭터’는 한 번의 방송만으로 약간의 화제가 됐다. 또 몇차례 방송된 ‘오성과 한음’은 변두리 청년백수들이 캐치볼을 하며 나누는 대화로 서서히 중독효과를 높이고 있다. 이들의 대화를 들어보면 허무와 허세, 풍자가 적절히 잘 배치돼 있다.
하지만 새로운 아이디어는 넘치지만 확실한 한 방은 보이지 않는다. 시청률은 보합 또는 하강세를 맞고 있다. 동시간에 방송되는 MBC ‘백년의 유산‘이 TV프로그램중 최고의 시청률을 올리면서 그런 국면은 한동안 이어졌다.
지금 ‘개콘‘의 문제점은 시간을 두고 숙성시킨 코너가 아닌, 날 것 그대로 무대에 올라오는 코너가 제법 된다는 점이다. 이는 경쟁력을 가진 KBS 예능의 인큐베이팅이 계속 안되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개콘’만큼 높은 광고비를 받을 수 있고 광고주가 선호하는 주말 예능이 없다보니 방송시간을 줄이지 않는다.
‘개콘‘의 방송시간은 무려 95분 내외다. 코너만도 14개 정도 된다. 그러니 지루해진다. 이가운데 3분의 1 정도는 완전히 숙성되지 않은 상태, 제조업으로 보면 70~80% 정도의 공정과정에서 시중에 나온 코너들로 몇 차례 방송하면 바로 사라져버린다.
‘개콘’이 몇년전 버라이어티 예능의 격전지에 편성돼 한자리수 시청률로 참패를 맛본 적이 있다. 편성정책은 그만큼 중요하다. 선배 개그맨과 후배들이 힘을 합쳐 ‘황해‘라는 인기코너를 탄생시킨 ‘멘토멘티제‘는 바람직하지만 그보다는 방송시간을 70분 내외로 줄여 좀 더 타이트하게 운영해야 한다. 그래야 미완성품이나 불량품이 소비자와 바로 만나지 않을 수 있다. 까다로운 자체 심사를 거쳐 뛰어난 아이디어와 참신한 코너들만 선보인다면 ‘개콘’의 명성은 이어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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