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양대근 기자] 정치권이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의 전북 이전을 합의하면서 증권업계의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일각에선 “현실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결정”이라는 비판까지 나온다.

지난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는 전체회의를 통해 기금본부의 이전을 골자로 하는 ‘국민연금법 일부 재정법률안’을 통과시켰다. 내달 2일로 예정된 본회의를 거치면 이전안이 확정된다.

기금본부는 400조원이라는 막대한 돈을 운용하는 ‘큰 손’이다. 현재 국민연금과 거래하는 국내 증권사와 자산운용사만 300여곳에 달한다. 전북 이전이 확정될 경우 이들 대부분이 전북에 새롭게 지점을 내고 인력을 이동시키는 등 ‘울며 겨자먹기’로 따라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문제는 업계가 지금 유래 없는 불황을 겪고 있다는 점이다. 장기간 경기 침체와 주식거래 감소 등 수익성 악화로 대형 증권사들마저 구조조정과 긴축경영을 예고하고 있다. 이전비용과 그에 따른 부대비용을 감당하기가 쉽지 않아 보인다.

‘5대 증권사’로 꼽히는 삼성증권의 경우 15개 지점에 대해 폐쇄 또는 축소를 결정했다. 과장급 이하 직원을 대상으로는 계열사 전환배치 작업을 실시중이다. 업계 관계자는 “중소형사의 경우 분위기가 더 침울하다”면서 “이번 결정은 다른 증권사들에게 구조조정의 신호탄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

기금본부 이전 자체에 대한 반론도 만만치 않다. 증권사 및 자산운용사와 투자 정보를 긴밀하게 공유해야 하는 본부로서는 이전할 경우 정보공유와 네트워크 등 여러 측면에서 불리해질 수 있다. 실제로 2014년 전남 나주로 이동하는 사학연금과 2015년 제주로 가는 공무원연금은 기금운용 인력이 서울에 남아 업무를 계속할 것으로 예상된다. 계약직으로만 구성된 기금본부 펀드매니저들의 대규모 이직사태도 우려된다.

물론 기금본부 이전은 지역경제 활성화와 일자리 창출 등 긍정적인 측면도 있다. 하지만 당초 국민연금 이전 논란은 ‘LH공사 유치 실패’를 두고 지자체와 정치권 간 힘겨루기와 나눠먹기에서 비롯됐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시장 상황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정치권의 결정에 고사 직전에 빠진 증권업계의 고민만 더욱 깊어지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