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효용성 떨어져 연장 미온적”안전망 포기“비난 피하기도 어려워”다음달 3일 만기 앞두고 진퇴양난

정부, 효용성 떨어져 연장 미온적 “안전망 포기”비난 피하기도 어려워 다음달 3일 만기 앞두고 진퇴양난

다음달 3일 만기가 도래하는 30억달러 규모의 한ㆍ일 통화스와프 계약 연장 을 놓고 정부와 한국은행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계약 규모가 우리나라 외환보유액(약 3200억달러)의 1% 수준에 불과하고, 달러보다 비교적 효용가치가 떨어지는 엔화 맞교환 계약이란 점에서 굳이 기를 쓰고 연장할 필요는 없다는 게 기본 입장이다.

하지만 미국의 양적완화(채권을 매입해 돈을 푸는 것) 축소일정 선언으로 글로벌 경제가 요동치고 있는 상황에서 그마나 있던 금융안전망마저 포기했다는 비판을 피하기도 어려워 진퇴양난 속에서 만기일이 다가오고 있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24일 “(연장을) 한다, 안 한다 결론을 정해 놓지 않은 상태에서 일본 실무진과 협의 중”이라며 “정부는 만기일 전까지 최대한 조용하게 처리한다는 입장”이라고 밝혔다. 추경호 기재부 차관도 23일 이와 관련, “현재 일본 재무성과 협의 중이며 조만간에 결론이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그동안 정부나 한은은 스와프 연장에 대해 미온적인 입장이었던 게 사실이다. 독도 등 외교문제도 아직 온전히 해소되지 않았고, 일본의 엔저(低) 정책으로 우리 기업들이 피해를 입는 상황에서 먼저 ‘아쉬운 소리’ 하지 않겠다는 점에서였다. 또 과거에 비해 외채구조, 외환보유액, 경상수지 등 경제 기초 체질이 탄탄해졌다는 자신감도 반영됐다.

여기에 정부가 다음달 중순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개최되는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ㆍ중앙은행총재 회의에서 일본 등 주요국에 우회적인 압박을 가할 계획을 갖고 있던 시점에서 연장을 요청하는 모양새가 애매한 면이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하지만 30억달러가 줄고 나면 한ㆍ중ㆍ일 3국과 동남아시아 국가 간에 합의한 치앙마이이니셔티브(CMI) 통화스와프 100억달러만 두 나라 사이에 남게 된다. 양국이 독립적으로 맺은 통화스와프는 사라지는 셈이다. 또 액수에 상관없이 양국 간 경제협력이라는 상징성이 담겨 있다는 점도 계약 종료가 부담스러운 면이 있다. 미국발 ‘버냉키 쇼크’로 인한 글로벌 금융 불안이 고조되고 있는 상황에서 외화 유동성을 지원하는 기존 지원책도 유지하지 못했다는 비난도 제기될 수 있다. 중국과 영국은 유동성 확보 차원에서 지난 22일 200억파운드 규모의 통화스와프를 체결했다.

일본은 소극적 태도를 보이고 있다.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관방장관은 지난 21일 통화스와프 연장 여부에 대해 “기한을 맞을 때까지 필요가 있다면 연장하겠지만, 한국 측이 별로 필요 없다고 한다면 일본 나름대로 판단하겠다”고 밝혔다.

서경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