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윤정식 기자]이제 서울 한복판에서 수입차를 타고 간다는 이유만으로 세간의 특별한 시선을 기대하는 것은 ‘촌스러운’ 바램이 됐다. 눈만 돌리면 BMW와 벤츠, 아우디를 볼 수 있고 한방중 강남 유흥가에서는 페라리, 부가티, 파가니존다 같은 수퍼카들도 심심찮게 눈에 띈다.

바야흐로 대한민국에 수입차 전성시대가 도래했다. 지난해에는 1987년 첫 수입차 개방 이후 26년 만에 처음으로 10% 점유율을 넘어섰다. 2015년까지는 국내 자동차 시장의 15%까지 차지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지금의 기세라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판매대수는 급격히 늘면서도 왜곡된 가격 할인 정책 때문에 영업이익률은 떨어진다는 분석부터, 특정업체로의 쏠림으로 인해 브랜드 별 ‘빈익빈 부익부’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

▶1987년 10대로 시작,25년만에 1만3000배 성장= 지난해 수입차 신규 등록대수는 13만858대였다. 전년(10만5037대)대비 24.6% 증가한 수치다. 지난해 국내 승용차 시장 규모는 총 130만6749대로 수입차는 10.01%의 점유율을 차지했다.

브랜드별 실적을 살펴보면 업계 1위 BMW가 2만6916대를 판매해 전년 대비 20.8% 성장했고, 메르세데스벤츠도 1만9143대로 9.0% 성장했다. 폴크스바겐과 아우디도 각각 41.9%와 43.5%나 증가하는 기염을 토했다.

기록 경신은 지금도 진행중이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는 지난달 국내 신규등록된 수입차 대수가 지난해 같은기간에 비해 24.9% 늘어난 1만3320대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월간 역대 최다 판매량이다. 월별 1만대 이상 판매 기록도 14개월 연속으로 올해 누적 판매량은 4월까지 이미 4만8284대다. 전년 동기 대비 20.9% 늘어난 수치다.

대한민국 수입차의 역사는 1987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정부는 2.0ℓ이상 대형차와 1.0ℓ 이하 소형차시장을 먼저 개방했고 이듬해 4월 전차종에서 배기량 규제를 풀어 완전 개방했다. 당시 사회 분위기는 과소비와 사치풍조로 계층간 위화감 조성 등의 이유로 수입차의 부정적 시각이 절대적이었다. 1987년 첫해 한성자동차의 벤츠 10대가 한 해 수입차 판매의 전부였을 정도다.

이후 효성물산의 아우디ㆍ폭스바겐과, 한진의 볼보, 코오롱상사의 BMW, 동부의 푸조, 두산의 사브, 기아의 포드, 금호 피아트 등이 수입차 판매에 가세해 1988년 263대, 89년에 1293대, 90년 2325대로 점점 커졌다. 50%였던 관세도 90년에는 20%까지 내려가 상승세를 타던 시장은 정부가 수입차 오너에 대한 세무조사 실시로 된서리를 맞았지만 세계화 흐름에 세계 각국의 통상압력으로 결국 1995년에는 관세를 8%로 인하시키기도 했다. 때를 맞춰 BMW를 시작으로 크라이슬러, 포드가 1995년에 국내법인을 설립했고 지금의 영광을 누리게 된 현지 법인 체제가 구축되기 시작했다.

▶공격적 마케팅에 정확한 고객 분석까지= 수입차 업계는 현재의 성공 바탕에 자유무역협정(FTA)이 있다고 말한다. 한ㆍ미, 한ㆍEU 자유무역협정(FTA)으로 실제 차값의 세금 감액 효과도 있지만 소비자들의 심리적 구입 장벽 하락 효과가 크다는 것이다. 사치품이라는 옛날 인식이 지금은 국산차 대비 오히려 알뜰한 선택이 될 수도 있다는 인식이 깔리게 된 것. 격세지감이다.

한국토요타의 경우 일부 차종을 미국산으로 대체하면서 공격적인 가격 전략을 펼쳐 최근에는 일본산 차량의 경우에도 엔저(低) 효과를 반영해 큰 폭의 할인에 나섰다. 닛산과 혼다 역시 비슷한 상황이다. 중형 세단의 가격을 할인해주면서 쏘나타보다 싸고 연비도 더 뛰어나다는 광고가 나올 정도다. 미국 브랜드인 포드도 FTA에 따라 완성차 가격과 부품가를 인하해 동급의 국산차 보다도 가격을 더 저렴하게 해 소비자들을 유인했다.

여기에 소비자들의 입맛을 한박자 먼저 읽는 전략도 눈에 띈다. 미래 수입차 구매 가능 고객들을 철저히 분석해 디젤차에 명운을 건 도박을 감행했다.

고유가 시대의 전략으로 국내 완성차 업체들은 하이브리드차량에 집중했지만 폴크스바겐을 시박으로 BMW와 푸조 등은 디젤차에 승부를 걸었고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뿐만 아니라 세단 차량도 디젤로 내놓기 시작했다. 결과는 대성공. 실연비에서 하이브리드급 경제성을 보이면도 스포티한 성능까지 보이며 단점인 소음은 상당부분 없앴기에 소비자들의 반응은 뜨거웠다.

디젤차 수입차 시장 점유율은 2008년 16.4%였던 것이 2012년 48.9%로 46.7%의 가솔린을 앞질렀다. 2008년에는 54종이었던 디젤차 숫자도 지난해에는 97종으로 거의 두배 늘었다. 수입차 시장이 빠르게 디젤차 체제로 탈바꿈하는 중이라는 분석이 가능하다.

이에 반해 국내 최대 완성차 업체인 현대차는 이제서야 디젤 세단 개발에 박차를 가하는 중이다. 이미 내놓은 웨건형차 i40에 이어 제네시스 디젤 모델의 개발이 한창이다.

▶고착되는 ‘부익부-빈익빈’ 어떡해= 고성장의 이면에는 어두운 측면도 존재한다. 수입차 업계에서는 업체간, 딜러간 과도한 가격 경쟁으로 인한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다. 딜러들은 “판매가 늘어나는 데도 적자”라며 불만이고, 고객들 사이에선 “차살 때 안 깎으면 바보”라는 말이 나돌 정도다.

실제로 포드코리아의 최대 딜러인 선인자동차는 지난해 적자를 냈다. 매출은 전년도에 비해 41억원 늘어난 1867억 원을 기록했지만 영업이익에선 전년도 58억1000만 원 흑자에서 지난해 4억5천만 원의 순손실로 오히려 적자로 돌아선 것이다. 이 같은 딜러들의 경영 악화는 고스란히 고객 서비스로 이어지고 결국 대형 업체와 딜러들에게만 유리한 구도가 형성되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마침 지난해부터 공정거래위원회가 수입차 업계를 들여다본 결과 이미 일부 불공정거래 관행이 포착됐다고 밝힌 것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공정위는 특히 수입차업체들이 자사 계열 금융사 이용 유도 관행 등에 대해 살펴본 것으로 알려졌다.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수입차 딜러사는 차를 팔 때 캐피탈사의 인센티브가 있어, 현금 구매보다 캐피탈사를 통한 할부를 더 환영한다”고 말했다. 한마디로 차값을 할인하면서 고율의 할부 이자로 장사를 한 정황이 포작되는 대목이다.

또 자동차 부품과 공임 가격의 적정성 여부와 수입차 본사와 한국 법인이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판매업체에게 물량을 밀어내는 영업 방식도 조사 대상으로 거론된다. 수입차 업체들이 브랜드 간 경쟁적인 가격 인하 정책을 내놓았지만 뒤에서는 손해를 보지 않기 위해 어쩔 수 없이 도입한 갖가지 꼼수들이라는 해석이다. 수입차가 국내 시장 점유율 10%를 돌파하면서 양적으로 성장했지만 질적으로는 오히려 후퇴했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모든 산업이 불황을 외치는 때 유일하게 호황의 길을 걸어온 수입차 업계가. 국내에서 내실 있는 성장을 이어가기 위해서는 지금까지 지켜온 선진화된 마케팅 기법을 최대한 살리면서 또한 업계 구성원과 소비자들 모두가 상생하는 발전 방안을 모색해야할 때라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