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사고를 폐지하면 일반고의 위기가 사라지고 우리 교육의 문제가 해결될 것이라는 기대는 지나친 낙관론일 뿐이다. 성급히 자사고 폐지를 외치는 대신, 정부와 교육계가 머리를 맞대고 일반고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해법을 찾아야 한다.
지난 9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자율형사립고(자사고) 정책토론회. 자사고 폐지를 놓고 열띤 토론이 벌어졌다. 자사고가 우수한 학생들을 쓸어간 후 일반고의 위기상황이 심각해졌다는 게 그 요지였다. 박근혜정부의 교육정책의 핵심인 공교육 정상화 정책과 맞물려 자사고 폐지 논란이 요즘 뜨겁다. 심지어 일반고와 자사고 간의 첨예한 대립 양상까지 보인다.
공교육의 근간이자 고교생의 다수인 73%가 재학하고 있는 일반고는 위기다. 일반고의 경쟁력을 높이지 않고서는 공교육 정상화는 요원하다. 그래서 일반고의 위기가 더 심각하게 와 닿을 수밖에 없다. 일각에서는 일반고 위기의 원흉으로 자사고를 꼽고 있다. 우수한 학생들이 자사고에 몰리다보니, 일반고는 ‘이도 저도 아닌’ 학생이 가는 곳으로 전락하고 있다는 얘기다.
틀린 얘기도 아니다. 대다수의 학부모는 자녀를 일반고보다는 자사고에 진학시키고 싶어 하는 게 현실이다. 좋은 대학에 가기 위해서는 자사고나 특목고에 가야 한다는 인식이 뿌리 깊게 박혀 있다. 부모만 탓할 수는 없다. 실제 국가수준학업성취도평가 결과를 보더라도, 일반고에 진학한 학생은 고교 입학 이후 학업 성취도가 떨어져 입학 전 기대했던 수준에 못 미친 반면 자사고 학생은 입학 당시보다 성취도가 올라 일반고 학생의 성취도를 앞질렀다.
일부에서는 자사고를 다시 일반고로 돌리면 이 같은 일반고의 문제가 해결될 것처럼 말한다. 과연 그럴까. 자사고를 만든 것은 학생의 소질과 특성을 살려주기 위한 방편이었다. 고교평준화 정책의 기본 틀을 유지하면서도 고교 교육의 다양화ㆍ특성화ㆍ자율화를 추진하기 위해 고안한 방안이었다. 자사고를 만들기 전에도 일반고가 문제가 있다는 지적은 꾸준히 제기돼 왔다. 그리고 그 대안으로 만들어진 것이 자사고였다. 자사고도 교육을 살리기 위한 정책 중 하나인 것이다.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과 함께 사학법인의 교육 투자를 증가시키는 등 고교 교육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는 긍정적인 효과가 있었다는 것도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물론 서울 지역에 자사고가 25개로 지나치게 많아, 한편으로는 부실의 우려도 제기된다. 그렇기에 역량이 안 되는 자사고는 일반고로 전환할 수 있게 해야 한다. 하지만 일반고의 문제는 자사고 폐지로 해결되지는 않는다. 자사고를 폐지하면 일반고의 위기가 사라지고 우리 교육의 문제가 해결될 것이라는 기대는 지나친 낙관론일 뿐이다. 성급히 자사고 폐지를 외치는 대신, 정부와 교육계가 머리를 맞대고 일반고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해법을 찾아야 한다. 교육을 흔히 백년지대계라고 한다. 교육정책은 이처럼 중요하기 때문에 종합적인 진단과 체계적인 연구 결과에 근거해 신중하게 판단해야 한다. 일반고 위기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체계적이고 종합적인 연구가 시급히 진행돼야 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일반고와 자사고는 서로 대립이 아닌, 보안의 개념으로 접근해야 한다. 교육은 지나친 평등주의적 접근이 아닌 균형적 시각이 무엇보다 필요하다.
park@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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