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김재현 기자]검찰이 해외에서 비자금을 조성해 국내로 들여온 혐의로 CJ그룹을 압수수색 하는 등 강제수사에 착수했다. 이는 박근혜 정부 들어 처음으로 이뤄지는 재벌 비자금에 대한 수사이자, ‘재계의 저승사자’라는 별명을 지닌 채동욱 검찰총장 취임후 처음으로 이뤄지는 재계에 대한 비리수사라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

CJ그룹이 비자금을 조성해 왔다는 얘기는 지난 2008년 이후 지금까지 수차례 공개거론된 적이 있다. 이재현 회장의 차명 재산을 관리했던 자금관리팀장 이모(43)씨가 살인 청부 혐의로 기소돼 재판을 받던 중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1심 재판 과정에서 이 씨가 관리하던 이 회장의 차명 재산 규모가 약 530억원대라는 그룹 관계자의 진술이 있었다. 2심 재판부 역시 관련 사안에 대해 무죄를 선고하면서도 “이 회장이 차명 재산과 관련해 납부한 세금이 1700억원이 넘는 점으로 볼 때 이 씨가 관리하던 차명 재산은 그보다 훨씬 많을 것”이라고 언급해 파문이 일었다.

최근에도 CJ 측이 서미갤러리 홍송원 대표를 통해 1422억원 어치 해외 미술품을 사들인 사실이 드러나 자금 출처에 의문이 제기된 바 있다. CJ 측은 비자금 의혹이 제기될 때마다 “상속받은 재산이며 국세청 신고도 제대로 이뤄졌다”는 입장을 밝혀왔다.

이렇듯 소문만 무성하던 CJ비자금이 꼬리가 잡힌 것은 바로 금융정보분석원(FIU) 자금추적팀의 역할이 컸다. 금융당국은 하루에 2000만원 이상 금융기관을 통해 현금 거래할 경우 이를 FIU에 통보하며, 분석원은 이 자금을 추적해 출처등을 파악한다. FIU는 2010년쯤부터 CJ측이 약 70억원 규모의 출처가 불분명한 자금을 사용중인 단서를 포착했으며, 자금원이 해외계좌라는 사실도 확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FIU로부터 넘겨받은 자료와 CJ에서 압수해 온 회계장부 등을 비교 분석해 이 자금의 출처파악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또 압수수색해 온 자료들로부터 비자금 조성 및 반입에 동원된 것으로 의심가는 계좌들을 추출해 이에 대한 추적에 나설 예정이다. 자료 분석이 끝나면 실무자 및 임직원들에 대한 소환 조사를 통해 비자금의 실체를 밝혀나가는 수순을 밟게 된다.

검찰은 이를 통해 CJ그룹이 역외탈세 등을 통해 조성한 비자금의 전체 규모 파악에 나설 계획이다. 이번에 꼬리가 밟힌 70억원을 실마리 삼아 이미 재판에서 진술된 530억원 규모의 비자금에 대한 의혹을 모두 확인하겠다는 것이다. 비자금의 조성 경위와 규모가 파악되면 검찰은 이 비자금의 사용처를 파악해 자금이 정치권 등으로 흘러갔는지 여부도 조사할 것으로 보인다. 앞서 CJ그룹은 2009년 이명박 전 대통령과 친구사이인 천신일 세중나모그룹 회장과의 편법 거래로 수사를 받은 바 있다.

한편 채 검찰총장은 지난 4월 인사청문회 자리에서 “대기업 일가와 사회지도층의 탈세에 무관용 원칙을 적용해 엄단해야 한다”며 “최근 해외 비자금 조성과 재산 해외도피 사범이 급증하고 있기 때문에 유관기관과 유기적 정보공유 및 협조체제를 구축해 총력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