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으로부터 10년 전 김상경은 ‘살인의 추억’ 속 형사 태윤으로 열연해 관객들을 사로잡았다. 그런 그가 10년 만에 휴먼 스릴러 ‘몽타주’를 통해 또 형사로 분했다. 캐릭터 고착화에 대한 두려움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그러나 ‘몽타주’의 색깔은 강렬했고, 결국 김상경은 그 매력에 빠지게 됐다.

시사회를 통해 영화를 처음 본 김상경은 “영화를 보는 내내 눈물을 멈출 수 없었다”고 했다. 기대했던 것 이상으로 작품에 만족했고, 감독의 뛰어난 연출력에 또 한번 감탄했다고 연거푸 강조했다.

사실 김상경은 형사 캐릭터에 질릴 대로 질린 상태였다. ‘살인의 추억’을 표방한 스릴러물 속 형사 캐릭터에 출연 요청이 빗발쳤기 때문이다.

“한 작품이 잘 되면 그 뒤로는 계속 비슷한 캐릭터가 들어오기 마련이죠. ‘살인의 추억’ 이후 비슷한 작품이 쏟아졌어요. 한 5~6년 동안 쳐다보지도 않은 것 같아요. 시간이 많이 흘렀을 때 들어온 작품이 ‘몽타주’였죠. ‘또 형사야?’라고 생각하다가 전체 시나리오를 훑었는데, 아 정말 이건 안 되겠더라고요. 흠 잡을 데가 없었어요.”

범인을 쫓는 과정 등은 ‘살인의 추억’과 많이 다르지는 않다.

“데자뷰 현상이라고 해야 되나요? ‘살인의 추억’과 겹치는 장면들이 많긴 했죠. 예를 들어 해일이하고 취조실에서 얘기했던 장면과 여기서 송영창 선배님과 취조하는 장면이 비슷하죠. 이 외에도 데자뷰를 일으키는 장면들이 굉장히 많았어요. 그런데 ‘몽타주’는 영화답게 흐름이 가서 기쁘더라고요. ‘아, 이런 게 영화다’라는 생각이 들었죠. 10년 동안 해결 못했던 사건이 해결된 거나 다름없잖아요. 10년 묵은 체증이 싹 내려가더라고요.”

청호는 하경(엄정화 분)의 복수를 돕는다. 영화이기 때문에 가능하고 그 복수가 굉장히 통쾌하지만, 도덕적 관념을 벗어나는 일이기도 하다.

“청호도 얼마나 고민을 했겠어요. 형사로서의 도덕적 마인드가 가장 걸렸겠죠. 그렇지만 청호도 하경의 딸을 구하지 못한 트라우마가 강해요. 그 죄책감을 어떻게 벗냐는 게 관건이었죠. 우리 영화는 공소시효 폐지에 메타포를 확실히 주기로 했거든요.”

이번 영화에서 김상경의 존재감은 제대로 빛을 발한다. 전작 ‘타워’가 멀티 캐스팅으로 여러 배우와 조화를 이뤄냈다면 ‘몽타주’ 속 김상경의 진정성 있는 연기는 단연 돋보인다.

“배우가 뭐 짜여진 구조 속에서 재주를 부리는 것 밖에 더 있나요.(웃음) 이번에 정화 누나의 연기는 너무 좋았어요. 송영창 선배님도 워낙 잘하시고요. 언론 시사회 후 VIP 시사회 때는 좀 냉철하게 보려고 했는데, 그게 안 되더라고요. 영화가 워낙 좋으니 말이죠. 하하.”

‘몽타주’는 정근섭 감독의 처녀작이다. 그럼에도 불구 긴장감 넘치는 전개와 촘촘한 연출력으로 극을 완성, 많은 이들의 호평을 이끌었다.

“감독님에게 너무 잘 찍었다고 말씀 드렸죠. 정말 다음 작품이 기대되는 감독이에요. 불필요한 것들은 자르고, 필요한 것들은 잘 조합시키는 연출을 과시했죠. 사람도 얼마나 좋은지 몰라요. 항상 웃음꽃이 피는 현장이었죠. 약간 좀 봉준호 감독님과 닮은 것 같아요. 시나리오보다 영화를 잘 찍어내는 덕목이 많이 닮았어요. 정말 괴물 같아요.”

실제로 있을 법한 이야기를 표현하는 걸 즐긴다는 김상경. ‘몽타주’ 역시 모든 이들에게 오랫동안 기억이 남는 영화가 되길 바랐다.

“사회의 부조리한 구조, 또는 실제 사건같은 이야기를 표현하는 걸 좋아해요. 영화는 어느정도 사회적인 숙명이 필요하다고 생각하거든요. ‘몽타주’는 정말 만만치 않은 영화라고 생각해요. 많은 분들이 보셨으면 좋겠습니다.”

양지원 이슈팀기자 /jwon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