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서지혜 기자] “해외에서는 접대할 일도, 머리 숙일 일도 없는데 국내에서는 엔지니어를 부하나 노예인 것처럼 생각한다.”
국내에서 22년째 사업을 해 온 한 SW중소기업 대표가 털어놓은 불만이다. 그는 ”요즘 젊은 사람들은 ‘을’이 되는 걸 싫어하는데 이런 구조에서 누가 중소SW업체에서 일하고 싶겠냐”며 “우수인재를 고르게 분배하기 위해서는 을이 갑처럼 일할 수 있도록 하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근 국내 SW업계에서 중소업체와 발주처간 갑을 관행은 해묵은 과제지만 심각한 수준이다. 29일 한국SW산업협회의 실태조사에 따르면 조사에 참여한 중소SW업체의 56.9%가 공공기관 등 발주자로부터 납품단가 인하나 무리한 추가 과업을 요구받은 경험이 있다고 대답했다.
공공기관, 금융기관, 대기업 등 발주처의 횡포는 대개 최종 계약 이전 협상과정에서 다양한 사례로 나타난다. 가장 빈번하게 발생하는 사례는 발주기관이 중소업체에게 낙찰받은 금액에 비해 터무니없이 낮은 가격으로 납품 단가를 요구하는 경우다. 우선협상대상자로 결정됐는데도 이처럼 단가 인하를 요구하고 “더 낮은 단가를 제시한 업체가 있다”고 말하면 중소업체 입장에서는 울며겨자먹기로 이를 따를 수 밖에 없다.
또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기존에 협상했던 것 이상의 업무를 요구하기도 한다. 계약에 없던 업무를 추가하거나 내용을 변경하면 해당 중소SW업체의 직원들은 수개월동안 수당도 없는 야근에 시달린다. 특히 공공기관이 프로젝트 중간에 이처럼 사업 내용을 변경하면 현행법상 12월까지 사업을 마무리해야 하기 때문에 담당자들이 하루에 수행해야 할 업무량은 더욱 늘어난다. 여기에 대부분의 발주처는 추가적으로 발생하는 업무에 대해 비용을 지불하지 않는 걸 당연하게 생각해 중소SW업체의 경우 인력과 예산 상 어려움을 겪기도 한다.
소프트웨어 개발 이후 유지 및 보수에 들어가는 비용도 오롯이 해당 개발업체의 몫이다. 국내에서는 프로그램의 사후관리는 ‘서비스’라는 인식이 자리잡혀 있기 때문이다. 문재웅 제이컴정보 대표는 “국내 시장에서는 개발 이후 지속적으로 비용이 들어가는 유지보수를 모두 공짜로 요구하거나 프로젝트 기간을 갑자기 단축하는 비합리적 구조가 많다”며 “일본의 경우 60~70%의 선급금을 주고 3개월만 무상유지보수를 한 후에는 계속해서 유상으로 관리를 맡기는데 국내에서는 최적화사업부터 유지보수까지 모든 것을 공짜로 하려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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