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피겨스케이팅선수권이 열렸던 지난 3월 중순. 포털사이트의 검색어 상위권에 난데없이 ‘김연아 립스틱’이 올랐다. 바로 김연아(23)가 조추첨을 기다리면서 립스틱 바르는 모습을 포착한 한 장의 사진 때문이었다. 포털사이트와 온라인 뷰티 카페엔 해당 립스틱을 문의하는 글들이 쇄도했다.

‘완판녀’ ‘OOO 스타일’ ‘OOO 핸드백’ 등 패션 관련 수식어들이 연예인이나 모델들에게 국한됐던 시대는 지났다. 아름다움보다는 힘, ‘여신’보다는 ‘전사’의 이미지 때문에 패션과 거리가 멀었던 스포츠 선수들도 ‘패셔니스타’ 대열에 당당히 이름을 올리고 있다. 대중들의 시선은 이제 스포츠 스타들의 ‘스타일’에 쏠리고 있다.

선두 주자는 역시 김연아(23)다. 김연아는 2008년부터 주얼리 모델을 하며 ‘김연아 귀걸이’로 불리는 왕관 귀걸이를 히트시켰다. 당시 운동선수가 주얼리 모델을 하는 건 극히 이례적인 일. 하지만 김연아가 양쪽 귀에 왕관 귀걸이를 반짝이며 각종 국제대회서 우승하자 그야말로 대박이 났다. 이 업체는 김연아가 2010 밴쿠버올림픽 금메달을 딴 날 해당 귀걸이 매출이 전년대비 25%가 늘었다고 밝혔다.

김연아는 이후 ‘걸어다니는 모델’로 각광받았다. 2011년 7월 남아공 더반 IOC 총회에서 프레젠테이션을 할 때 입었던 제일모직의 케이프, 총회에 앞서 입었던 타임 흰색 블라우스와 검정 스커트, 토리버치 핸드백 등도 ‘김연아 패션’이라는 이름 아래 문의가 폭주했다. 세계피겨선수권에서 ‘딱’ 걸린 김연아의 립스틱은 프랑스의 유명업체 디올 립밤이다. 이 회사는 김연아에게 협찬을 하지 않았음에도 김연아 덕분에 톡톡히 홍보 효과를 봤다. 김연아 경기 이전 주와 비교해 매출이 3배 이상 뛰었다고 업체는 즐거운 비명을 질렀다.

세계선수권 우승 후 팬미팅 때 입고 나온 일명 ‘김연아 트렌치코트’도 60만원 후반대의 국내 디자이너 브랜드인데, 이전엔 큰 주목을 받지 못하다 김연아가 착용한 후 뜨거운 인기를 끌었다. 이 정도면 ‘완판녀’ 수식어가 아깝지 않다.

‘리듬체조 요정’ 손연재(19) 역시 패셔니스타에 이름을 올렸다. ‘손연재 운동화’가 한동안 큰 인기를 끌더니 최근엔 ‘손연재 가방’으로 대중의 주목을 받았다. 지난달 연세대 첫 등교 때 200만원 상당의 영국 M사의 명품백을 어깨에 맨 모습이 포착됐기 때문. 이후 ‘손연재 등교 패션’이 실시간 검색어에 오르는 등 뜨거운 관심을 모았다.

이밖에 수영 간판스타 박태환(24)도 2008 베이징올림픽 때 경기 전 헤드폰을 끼고 음악을 듣는 모습이 TV중계에 수차례 노출되며 일명 ‘박태환 헤드폰’을 유행시키기도 했다.

김종 한양대 스포츠산업학과 교수는 과거와 달리 스포츠 스타들의 패션이 대중의 큰 관심을 끄는 이유로 ‘셀러브리티 효과’를 들었다.

김 교수는 “팬들은 스포츠 스타와 자신을 동일시하고 싶어 하는 경향이 있다. 내가 좋아하는 스타를 닮고 싶은 욕구에 그들의 패션과 스타일에 관심을 갖고 따라하고 싶어하는 심리가 있다”며 “특히 화려한 연예인과 달리 스포츠 선수들이 대중에게 보다 더 친근하다. 이런 점도 스포츠 스타들의 패션 열풍에 일조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조범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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