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까지 중국 공산당에 영화는 지휘통제의 대상이자 정치선전의 도구인 듯하다. 경제발전의 물살을 타고 중국인들의 의식수준은 갈수록 높아가는데 ‘검열 만리장성’은 무너지지 않고 있다.

지난 11일 오전 9시30분께 중국 전역의 상영관들이 중국 내 영화배급을 맡고 있는 국영 중국전영(영화)집단공사로부터 긴급통지를 받았다. 바로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의 할리우드 영화 ‘장고: 분노의 추적자(Django Unchained)’의 상영 중지였다.

중국에선 ‘분노’나 ‘추적’보다는 ‘해방’에 방점을 찍어 ‘구출된 장고(被解救的姜戈)’라는 영화 명으로 이날부터 극장에서 상영이 허락된 작품이었다. 지금까지 타란티노 감독의 영화는 잔인한 폭력묘사 등의 이유로 중국에선 개봉된 적이 없었다. 그래서 중국 영화팬들은 타란티노 감독의 첫 중국 상륙을 크게 반가워했다. 그런데 개봉 첫날 느닷없이 ‘상영 중지’라는 뒤통수를 맞았다. 일부 극장에선 상영을 시작했으나 1분 만에 중단되는 소동이 일어났다. 관객들은 ‘장고’의 그림자도 보지 못한 채 극장 밖으로 나와야 했다. 이날 아침 베이징 싼리툰(三里屯)의 영화관을 찾았다는 한 관객은 “영화가 시작된 지 1분 정도 지나면서 영화관 직원들이 갑자기 나타나서 상영이 중단됐다고 말했다”면서 불통을 터뜨렸다.

영화가 상영 1분 만에 중단된 것은 중국 영화 사상 아마 처음일 것이다. 당국은 ‘기술적 원인’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를 믿는 사람은 거의 없다. 갑작스런 상영 중지의 배경을 놓고 다양한 추측과 의견들이 인터넷을 뜨겁게 달구고 있다.

우선 ‘누드 장면’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영화 중에 남성의 벌거벗은 장면이 몇 초 나오는 데 검열관이 심사할 때 이 부분을 놓쳤다는 것이다. 뒤늦게야 성기가 노출된 것을 알아내고 제재를 가했다는 것이다. 피비린내 나는 폭력성도 이유로 꼽힌다. 일각에서는 국산영화 보호 차원에서 외국영화에 대해 엄격한 잣대를 들이밀었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그러나 이런 분석들은 영화가 이미 수입되었고 엄격한 검열도 통과해 상영이 시작됐다는 점에서 설득력이 떨어진다. 때문에 이 영화가 정치적으로 문제의 소지가 있어 중단됐다는 설이 유력해지고 있다.

이 영화는 흑인노예였던 ‘장고’가 자유의 몸이 된 후 아내를 괴롭혔던 노예주를 찾아가 복수한 후 아내를 구한다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더구나 이 영화는 그 과정을 신나고 즐겁게 표현하고 있다. 약자가 강자에게 ‘반역’을 일으킨다는 ‘위험한 주제’가 공산당 일당독재 하의 중국에서 정치적으로 민감하게 받아들여져 결국 ‘사슬에 묶였다’는 것이다. 백인 악당에게 분노의 총알 세례를 퍼붓는 흑인 총잡이가 부담이 된 것인가. 중국 내 모든 영상물 검열을 총괄하고 있어 이번 사태의 진상을 알고 있는 국가신문출판광전총국은 여전히 입을 다물고 있다. 그 사이 ‘구출된 장고’는 온라인상이나 불법 CD 등을 통해 시청광풍을 일으키고 있다.

시진핑 정권이 들어서면서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지만 영화 쪽은 여전히 ‘만만디’ 같다. 아직까지 중국 공산당에 영화는 ‘지휘통제’의 대상이자 ‘정치선전’의 도구인 듯하다. 경제발전의 물살을 타고 중국인들의 의식수준은 갈수록 높아가는데 ‘검열 만리장성’은 무너지지 않고 있다. 장고가 ‘해방’되려면 앞으로도 상당한 시간이 필요할 것이란 느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