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황혜진 기자]서울시의회가 불필요한 청사 리모델링 공사로 수십억원의 혈세를 낭비해 논란이 되고 있다. 특히 관련 공사내역이 전혀 시민들에게 공지되지 않아 시의회가 논란을 피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은폐한 것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23일 서울시와 서울시의회에 따르면 서울시의회는 이달 15일부터 서소문청사 2동 4~5층에 대한 리모델링 공사를 진행하고 있다. 이 공간은 서울시가 신청사로 이전하기 전 사용하던 공간으로 시의회가 업무공간 부족을 이유로 서울시에 요청해 공간을 확보했다. 서소문청사 2동은 신청사 입주 전 1~5층까지는 서울시가, 6~9층은 서울시의회가 의원연구실로 사용했다.
서울시의회는 리모델링 공간에 상임위원장 전용 의원연구실 8실을 신설하고 의원회관 7~8층에 있던 의원연구실 21석을 이전할 계획이다. 공간재배치를 통해 9층에는 시의원 전용 체력단련실도 만든다. 또 기존 159㎡(48평)규모였던 의회자료실은 4층으로 옮겨 463㎡(140평)로 대폭 확대됐다. 기존 7~8층 의원연구실 공간에는 세미나실과 회의실, 외부 방문객 접객을 위한 휴게실 등으로 꾸며진다. 시는 이번 리모델링 공사를 위해 총 50억원의 예산을 투입한다. 지난해 22억 5500만원을 책정한데 이어 올해 27억 2500만원의 예산을 추가로 확보했다.
시의회는 공사 추진 배경으로 ‘의원연구실 부족에 따른 업무차질’ 등의 이유를 들었지만 사실상 낭비성 공사라는 비난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시의회는 의원회관에 상임위원장실이 없을 뿐만 아니라 각종 회의실도 상당히 부족한 상태라고 해명했지만 이미 의원회관에는 11개 상임위원회별 상임위원장실, 전문위원실, 회의실 등을 갖추고 있다.
서울시의회 관계자는 “상임위원장실은 회기 때 다른 의원들과 함께 사용하는데 비회기때는 공간이 너무 커서 상임위원장 혼자 쓰기 썰렁하다”면서 “비 회기때 상임위원장이 혼자 쓸 수 있는 전용 연구실이 필요해 이번에 의원연구실을 확충하게 됐다”고 말했다. 특히 7~8층에서 4~5층으로 옮기는 의원연구실은 공간부족이 아닌 “햇빛이 들어오지 않는다”는 해당 공간을 사용하는 의원들의 불만이 받아들여진 데 따른 조치인 것으로 알려졌다. 공간재배치로 비게 된 공간에도 기존에 있던 외부 방문객 접객을 위한 휴게실, 회의실 등이 추가되고 의원전용 체력단련실이 들어설 예정이라 과연 리모델링 공사가 적정한지에 대한 논란이 커지고 있다.
더욱이 서울시의회가 이 공간을 차지하면서 ‘그레벵 박물관’ 입주로 현 을지로청사에서 나와야 하는 문화관광디자인본부가 서소문청사가 아닌 남산청사로 이전하게 돼 논란은 더욱 커지고 있다.
서울시 관계자는 “그마나 두 층만 내줘서 얼마나 다행인지 모른다”면서 “처음엔 3~5층까지 세 층을 내달라고 요구했었다”고 털어놨다. 김명수 서울시의회 의장은 전날인 22일 기자간담회에서 “정책보좌관제는 반드시 도입돼야 한다”면서 “정책보좌관제는 시민의 혈세를 철저히 감시하고 제대로 쓰기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인 바 있다.
은폐 의혹도 불거지고 있다. 서울시는 박원순 시장 취임 이후 행정정보 공개를 확대하며 각종 공사 및 수의계약 내용을 홈페이지에 공지하고 있지만 이번 서소문청사 리모델링 공사는 홈페이지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가 없다. 이에 대해 서울시의회는 “우리가 공사를 주도하긴 했지만 공사에 대한 공고 및 업체선정은 시 재무과에서 담당했다. 그런 만큼 공지는 우리가 아닌 서울시가 해야 한다”고 항변했다. 서울시에서는 “공사 계획과 진행은 모두 서울시의회가 했다. 우리는 관련이 없다”며 말을 아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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