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698회> 총칼 없는 전쟁 (38)
글 채희문 | 그림 유현숙
점잖은 강아지일수록 따뜻한 부뚜막을 보면 냉큼 올라앉는 법일까? 평상시에 점잖은 척 하기에 이골이 났던 사람들인지라 유민 회장을 위시하여 도종호, 송달민 등등 여덟 명의 사내들은 술판을 벌인 채 신나게 달리고 있었다.
폭탄주로 시작해서 소위 마빡주에 이르는 중이었으니 어지간히 취기가 돌았을 터였다. 물론 마빡주를 제조한 뒤에 이마로 탁자를 들이받은 장본인은 유민 회장이었다. 항상 어깨에 힘을 주던 유민 회장이 부하 졸개들 앞에서 머리를 조아리고 충성을 맹세하며 탁자를 들이받았으니 그 얼마나 통쾌할까.
“김상곤 이사님, 박인협 이사님, 신후철 이사님, 에… 또, 위병탁 부장님, 피규민 부장님, 그리고 존경해 마지않는 도종호 상무님, 송달민 선생님!”
유민 회장은 일일이 존칭을 써가며 그들에게 잔을 채우곤 했다. 그뿐인가? 평소에는 하늘처럼 받들던 유민 회장 앞에서 그들은 시간이 흐를수록 상전이 되어가는 중이었는데…
사실 그들이 마음 놓고 술판을 휘젓게 된 까닭은 유민 회장의 속내를 드디어 알아챘기 때문이었다. 여태껏 ‘을’로만 살아오다가 졸지에 ‘갑’이 되었으니 어찌 신나지 않을까? 더구나 오랫동안 ‘갑’의 행세를 해오던 유민 회장이 손바닥을 싹싹 비비면서 딸랑대는 판이니… 부어라, 마셔라! 기고만장할 따름이었다.
“우리 오늘 하늘이 노래질 때까지 마셔봅시다. 신나게 놀자고요. 그리고 더 취하기 전에 마지막으로 부탁드리지만 내 아들 호성이가 어떤 부탁을 했던지 간에 개의치 마시고… 내일 주주총회에서 저, 유민이를 지지해 주십사 하는 바입니다.”
그러면 그렇지! 제 발 저린 놈이 코에 침 바르는 법이지… 그들은 이런 생각에 마음껏 술을 마셨지만 그 와중에도 잠시 후에 꿰차고 나설 파트너에 저마다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었다. 남자 여덟에 여자 넷이란 조합은 이렇듯 미묘했다.
“잠깐, 송 마담! 밖에서 얘기 좀 합시다.”
이제 막 밴드 마스터가 들어오고 룸 안에 고성능 스피커를 통하여 늴리리 맘보가 울려 퍼지던 순간에 유민 회장이 송유나의 팔을 잡아끌었다.
“왜요? 회장님.”
유민 회장은 송유나의 팔을 잡아끌고 멀찌감치 떨어진 탈의실로 들어섰다. 그곳은 좀 전에 세 명의 동생들이 옷을 갈아입었던 바로 그 방이었다. 불과 반 평에도 미치지 못하는 좁은 방 안에는 동생들의 옷과 화장품 백이 어지럽게 흩어져 있어서 제대로 서 있을만한 틈도 없었다.
“내 원, 더러워서. 아랫것들 앞에서 딸랑대려니 속이 다 메스꺼워. 저것들 기고만장하는 꼴 좀 봐요.”
“아무리 메스꺼워도 목적을 이루려면 참으셔야지요.”
“그럼, 참아야지. 하지만 골탕을 먹일 수는 있잖소?”
“골탕? 어떻게요?”
“자네… 팬티 좀 벗어. 저것들에게 동의보감주를 마시게 할 테야.”
“어머머, 하필이면 제 속옷으로 동의보감주를…”
마셔봐서 알거나 혹은 귀동냥으로 들어서 다들 알고 있겠지만… 착용중인 여자 팬티를 벗겨내어 그걸 술에 담근 뒤에 보약 짜듯이 쭈욱~ 술잔에 짜 낸 것을 ‘동의보감주’라고 하지 않던가. 유민 회장은 기어이 그 술을 저 아랫것들에게 먹이겠다고 성화를 부렸다. 부탁을 하는 입장이지만 배알이 꼴린다는 뜻이었다.
“지금 벗어요? 꼭 제걸 벗어야 해요?”
송유나는 몇 차례나 몸을 비비 꼬더니, 할 수없이 뒤로 돌아서서 스커트를 들어 올리고는 팬티를 벗기 시작했다. 그런데 이건 또 무슨 조화일까. 돌아서서 팬티를 벗기 위해 한쪽 다리를 들어 올린 그녀의 뒤태가 어쩌면 그리도 황홀한지… 살포시 흘러내린 스커트 밑으로 언뜻언뜻 드러나는 엉덩이가 그야말로 애간장을 녹일 지경이었다.
<계속>
mee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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