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회에 홍콩을 제대로 보고 싶다. 5분 뒤 호텔 정문에서 보자.”
잠시 후 만나자던 장궈룽(張國榮·장국영, 1956~2003)은 영원히 오지 않았고, 이 말은 그가 남긴 마지막이자 가장 비극적인 만우절 거짓말이 됐다. 최근 중국 언론이 보도한 생전 장궈룽과 매니저와의 마지막 통화 내용이다. 2003년 4월 1일, 만다린오리엔탈 호텔에서 장궈룽이 내려다 본 홍콩은 어떤 모습이었을까. 장궈룽은 사망 2년전 타임과의 인터뷰에서 “나는 가난했고, 먹고 살기 위해 20년간 죽도록 일만 했다. 이제 작지 않은 집에서 살 정도는 됐고, 한국과 일본에서 여전히 인기가 있다. 하지만 홍콩에선 조금씩 퇴물이 되가고 있는 것 같다. 이 도시는 지나치게 사치스럽고 통속적이며 값비싸다. 난 홍콩에서 살기에는 너무 유약한(soft) 지도 모르겠다. 난 한번도 내 스스로가 홍콩의 일부라고는 생각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오는 4월 1일로 장궈룽이 홍콩 만다린오린엔탈호텔에서 투신해 사망한지 10주기가 된다. 그의 기일을 맞아 홍콩과 중국, 한국에서 추모 열기가 이어지고 있다. 홍콩 문화센터 콘서트홀에선 지난 19일과 20일 이틀간 홍콩필하모닉오케스트라가 장궈룽이 사랑했던 영화음악과 ‘아비정전’ ‘패왕별희’ ‘동사서독’ ‘해피 투게더’ 등 그의 생전 출연작 주제곡을 모아 콘서트를 열었다.
이어 4월 1일엔 홍콩에서 ‘계속된 사랑, 10년, 장국영’을 주제로 장쉐여우, 저우후이민, 천후이린, 장즈린 등 현지 톱스타들이 출연하는 대형 콘서트가 마련됐다. 같은날 중국 베이징에서도 클라리넷 연주자 왕타오, 첼리스트 주무, 피아니스트 첸 싱루오 등 젊은 클래식 연주자들이 생전 장궈룽의 영화 음악을 연주하는 추모 콘서트를 갖는다.
한국에서 장궈룽은 특히 지금의 40대에게 청춘의 한 시절, 그리고 한 시대를 상징하는 도상(圖上)이었다. 최근 장궈룽을 기리는 책 ‘그 시절 우리가 사랑했던 장국영’을 낸 영화전문지 씨네 21의 주성철 기자는 “러닝타임 47년의 장국영이라는 영화, 왕가위라는 클라이맥스. 그리고 4월1일의 엔딩 크레딧. 그렇게 내가 가장 사랑했던 영화가 끝났다”고 썼다. 한국영상자료원은 오는 4월 6일 서울 상암동 시네마테크에서 ‘장국영 10주기 특별전’을 기획했다. ‘아비정전’과 ‘백발마녀전’을 무료로 상영한다. 또 부산 영화의전당 시네마테크에서도 오는 5월 중 장궈룽의 대표작 10여편을 상영하고 포스터와 각종 자료를 전시하는 특별전도 열 예정이다.
이형석 기자/suk@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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