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개봉 ‘마이 리틀 히어로’ 다문화가정 2세 편견 극복 초대형 뮤지컬 오디션 우승

그들은 약자 아닌 당당한 주역 사회인식 뚜렷한 변화 보여줘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에 따르면 지난 2011년 국내 체류 외국인은 139만5077명으로 전체 인구 5073만4284명 중 2.75%에 이르렀다. 한국에서는 100명 중 3명꼴로 외국인을 만날 수 있다는 말이다. 이 중 중국인이 가장 많은 67만7954명이고 그다음이 미국, 베트남, 일본, 태국, 인도네시아, 우즈베키스탄, 몽골 순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서로 다른 국적과 문화의 남녀가 이룬 가정이나 그런 사람들이 포함된 가정을 의미하는 다문화 가구는 2010년 38만6977만명에 이르렀다. 국내 총 가구의 2.2%에 상당하는 수치다.

그뿐만 아니라 다문화 가정의 2세대는 더욱 많아지고 있다. 지난 2011년 전체 혼인 32만9087건 중 한국인과 외국인(귀화자 포함)의 다문화 혼인은 3만695건으로 9.3%에 이르렀다. 국내에서 연간 맺어지는 부부 10쌍 중 1쌍은 다문화 가정을 이루는 셈이다. 다문화 가정에서 태어난 아이는 2011년 총 2만2014명으로 전체 신생아 47만1000명 중 4.7%에 이르렀다. 20명 중 한 명꼴이다.

국내 여러 통계수치는 대한민국이 인종이나 민족 구성이 점점 다양화된 ‘다문화 시대’로 완전히 들어섰음은 물론, 미래에는 더욱 다문화 사회의 특성이 강화될 것이라는 점을 일러주고 있다. 해방 이후 수십년간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어왔고 신성시돼온 ‘단일민족의 신화’가 박물관의 화석이 돼가고 있는 것이다. 우리 사회의 변화를 반영하게 마련인 한국영화 또한 최근 몇 년간 다문화 사회의 여러 징후들을 포착하고, 흥미진진한 드라마로 엮어왔다.

가장 최근 작품으로는 ‘마이 리틀 히어로’(9일 개봉)를 들 수 있다. 이 영화는 허세뿐인 3류 뮤지컬 작곡가 ‘유일한’(김래원 분)이 초대형 뮤지컬의 아역 주연을 뽑는 TV 오디션 프로그램에 심사위원으로 참가, 다문화 가정의 소년 출전자 ‘영광’(지대한 분)과 함께 편견과 시련을 딛고 우승하기까지의 이야기를 담았다. 그런데 극중 아역 주연배우를 기다리는 뮤지컬의 제목이 ‘조선의 왕-정조’다. 제법 상징적인 장치다. 다문화 가정 소년의 ‘멘토’가 된 유일한은 “아무리 그래도 ‘조선의 왕’에 피부색이 까무잡잡한 말레이시아 아이를 주인공으로 뽑겠느냐”며 투덜거린다. 영화 후반부에는 정말로 뮤지컬 제작진이 결선에 오른 영광이를 탈락시키려고 시도한다. 영화 속에서 영광이는 필리핀 어머니를 둔 다문화 가정의 2세이고, 실제 이 역할을 맡은 주연배우 지대한(12) 군은 스리랑카인 아버지와 한국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났다.

2010년 화제가 됐던 ‘완득이’는 다문화 가정의 2세인 고교생이 주인공이다. 유아인이 역할을 맡은 주인공 완득이는 역시 극중에선 필리핀 어머니와 한국인 아버지 사이에서 태어난 아이로 설정됐다.

2009년엔 외국인 이주노동자들의 삶을 소재로 한 극영화가 잇따랐다. ‘처음 만난 사람들’(감독 김동현)은 사회적응교육을 끝낸 탈북자 청년과 북에서 넘어온 지 10년이 된 여성 택시기사, 베트남 출신의 이주노동자를 주인공으로 해 사회적 약자들 간의 ‘따뜻한 연대’에 초점을 맞췄다. 유준상이 주연한 ‘로니를 찾아서’는 이주노동자라면 무조건 윽박부터 질러대는 태권도장 관장의 이야기를 담았고, ‘반두비’(감독 신동일)는 가난하지만 당당하게 살아가는 여고생과 체불임금으로 딱한 처지가 된 방글라데시 이주노동자의 애틋한 우정을 소재로 했다. 2010년엔 독립영화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의형제’나 ‘초능력자’ 같은 대작 상업영화에서 주인공의 유력한 조력자로 등장했다.

우리 사회의 인식 변화와 함께 한국영화에서 ‘다문화’를 다루는 방식 또한 뚜렷한 변화 경향을 보여준다. 처음에는 주로 외국인 이주노동자의 인권침해를 고발하는 다큐멘터리가 주를 이뤘으나 2009년부터는 주요 극영화에 상당히 중요한 극적 요소로 등장하기 시작했다. 또 독립, 저예산 영화에서 메이저 상업영화로 폭도 넓어졌다. 조력자에서 ‘완득이’ ‘마이 리틀 히어로’에서 보듯 주인공으로의 존재감 변화도 주목할 만하다. 다문화 사회를 풀어내는 한국영화의 화법과 주제의식 또한 달라졌다. 외국인 이주노동자나 다문화 가정은 차별받고 핍박받는 사회적 약자로 그려지다, 점차 문화와 피부색은 다르지만 우리 안에 있는 ‘타자’라는 시선을 거쳐 이제는 우리 사회의 떳떳한 일원이자 ‘동반자’라는 인식이 강조되고 있다. 최근에는 젊고 어린 다문화 가정의 2세가 극의 전면에 부각되면서 그들은 우리 공동의 미래에 당당한 주역임을 보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