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김성훈 기자] 서울중앙지법 형사21부(부장 이원범)가 31일 최태원(53) SK그룹 회장에 대해 징역 4년을 선고하고 법정구속한 반면 동생인 최재원(50) 수석부회장에게는 무죄를 선고해 그 이유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앞서 검찰이 최 회장과 최 부회장에 대해 각각 징역 4년과 징역 5년을 구형한 것과는 정반대의 결과인 만큼 다소 의외의 결과로 받아들여질 수 있기 때문이다.
법원이 최 회장 형제에 대해 엇갈린 형량을 선고한 이유는 최 회장이 SK그룹 횡령 사건의 주범이라고 본 반면 최 부회장의 혐의에 대한 검찰의 입증이 충분하지 못했다고 판단한 것으로 분석된다.
최 회장에 대해 유죄로 인정된 유일한 혐의는 SK텔레콤 등 SK그룹 18개 계열사가 베넥스인베스트먼트 펀드에 출자한 자금 중 465억원을 빼돌려 개인적인 용도로 소비한 것(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이다.
재판부는 “최 회장은 2008년 9~10월께 증권사에 담보로 제공했던 (주)SK 주식의 주가하락으로 인해 자금조달의 필요성이 있었다”며 “펀드 결성은 최 회장 개인 재산관리조직인 (주)SK 관재팀의 주도 하에 추진된 객관적 정황이 확인된다”고 범행 동기를 인정했다. 이후 2008년 10월 말부터 12월 초까지 약 한달여 사이에 SK그룹 주력 계열사들이 1000억원대의 출자를 한 것에 대해 재판부는 “계열사 차원에서 별다른 내부 검토 없이 펀드 결성이 신속하고 일사분란하게 이뤄졌다”며 비정상적이라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또 “이렇게 유출된 자금의 실질적인 사용 주체가 최 회장으로 보인다”며 최 회장을 유죄라 보았다.
재판부는 다만 최 회장이 계열사 임원들에게 성과급을 실제보다 부풀려 지급했다가 일부를 되돌려 받는 방식으로 회삿돈을 횡령해 140여억원의 비자금을 조성한 혐의에 대해서는 증거가 불충분하다며 무죄로 판단했다. 이는 최 회장 본인이 재판 과정에서 비자금 조성 혐의를 인정하는 진술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검찰이 위법하게 증거를 수집해 증거가 인정되지 않은 것에 따른 것이어서 향후 논란이 될 수 있다.
대법원 양형기준에 따르면 300억원 이상을 횡령한 경우 양형인자를 참작해 징역 4년~ 징역 11년 사이의 형을 정할 수 있다. 재판부는 “회사 재산을 단기간에 대량으로 사적인 목적에 활용함으로써 기업 사유화의 한 단면을 극명하게 표출하였다는 점에서 비난가능성이 크고, 재판과정에서 진지한 성찰 없이 공범으로 기소된 피고인들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변명으로 일관하였다”고 지적했다.
다만 “최 회장이 수개월 내에 사용자금을 보전할 의사를 가지고 있었던 점 , 피해 금액을 모두 회복시킨 점” 등을 참작해 권고형량의 하한인 징역 4년을 선고했다.
반면 펀드 출자금 횡령 관련 공범으로 기소된 최 부회장은 무죄를 인정받았다.
재판부는 “공소사실에 부합하는 최 부회장, 김준홍 베넥스인베스트먼트 대표 등의 진술은 번복된 경위와 객관적 정황에 배치되는 점 등에 비춰 신빙성을 부여하기 힘들다”고 이유를 밝혔다.
최 부회장의 또 다른 혐의인 2차 펀드 출자금 횡령에 대해서도 재판부는 “최 부회장이 범행에 본질적 기여를 했다고 평가하기 어렵다”고 밝히며 무죄를 선고했다. 최 부회장 소유의 비상장사 주식을 그룹 투자금으로 사들이게 해 200억 원대 이익을 본 혐의에 대해서는 “배임이 성립하려면 손해의 발생이 합리적으로 증명돼야 하는데 그에 대한 입증이 부족하다”며 무혐의로 판단했다.
paq@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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