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도현정 기자]민족 고유의 명절인 설이 유통업계를 배신(?)했다. 유통 업체들은 업계 최대 대목인 설이 불황의 고리를 끊어줄 거라 기대했지만, 올 설 실적은 지난해보다도 부진한 성과를 기록하며 유통업계에 상처만 남겼다.
▶백화점 “싼 것만 팔리네”=백화점 업체들은 대부분 10% 내외의 신장세를 기록했다. 매달 한 자릿수의 성장을 이어가다 간신히 두자릿수로 치고 올라간 셈이지만, 연중 최대 대목인 설 시즌 성적으로는 간신히 체면치레만 했다는 평이 주도적이다.
롯데백화점은 지난달 25일부터 지난 9일까지 진행한 설 선물 본판매에서 전점포 기준으로 11.7% 정도 매출이 올랐다. 같은 기간 현대백화점은 10.6% 가량 매출이 올랐다. 신세계백화점은 10.4%, 갤러리아백화점은 12% 가량 매출이 신장했다.
그러나 백화점의 매출 신장세는 얇아진 고객들의 지갑 사정에 맞게 백화점도 눈높이를 낮춘 덕이었다. 백화점의 매출 신장세를 이끈 것은 대부분 중저가 선물세트였다.
롯데백화점 분석 결과 개인 고객의 평균 객단가는 이번 설 기간 동안 12만원으로, 지난해 15만원이었던 것에 비하면 20% 가량 객단가가 낮아졌다. 법인 고객도 지난해 평균 20만원을 썼던 이들이 올해 17만원으로 씀씀이를 줄였다.
현대백화점에서도 실속형 선물이 성장 비결이었다. 10만원대의 실속형 한우 선물세트는 지난해보다 30%나 물량을 늘려 3만세트 정도 준비했으나 명절 직전에 주문량이 폭주하면서 20% 정도의 물량을 추가 제작할 정도로 인기였다. 굴비도 10만원대의 중저가 선물이 판매를 주도했다.
신세계백화점은 사전 기획을 통해 가격을 낮춘 상품이 31.6%나 고신장했다. 반면 고가격대 선물 비중이 높은 정육이나 수산 세트는 경우 신장률이 각각 3.2%, 7.5%로 다소 부진했다.
갤러리아백화점도 10만~19만원대의 중간 가격대 선물이 전년 대비 20%나 신장했다.
이 같은 판매 추이를 바탕으로 백화점 업계는 불황기의 특징인 ‘소비양극화’가 이번 설에는 그다지 뚜렷하지 않았다고 판단하고 있다. 롯데백화점은 “중저가 선물과 더불어 40만~60만원대의 선물 판매도 활발했다”라며 소비양극화 가능성을 점치고 있지만, 다른 백화점 관계자는 “전체적인 비중으로 보자면 중저가 선물세트가 판매를 주도한 것 같다”라고 분석했다. 갤러리아백화점 측도 “저가와 고가 선물이 동시에 강세를 보이기 보다, 중가와 저가 선물의 강세가 더 뚜렸했다”라며 “이는 소비양극화와는 다르게 보인다”라고 전했다.
▶대형마트 “죄다 마이너스”…악실적에 울상=대형마트는 더 울상이다. 대형마트 빅3로 꼽히는 이마트, 홈플러스, 롯데마트는 이번 설 실적에서 전부 마이너스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이마트는 올해 설 선물세트 매출이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9.7% 역신장했다. 갈비 등 정육군은 5.8% 마이너스 신장했고, 굴비세트는 30%나 역신장했다. 배에 비해 가격이 다소 안정됐던 사과(20%)나 최근 꾸준히 인기를 얻고 있는 와인(16.8%), 저가형 양말세트 정도만 간신히 신장세를 기록했다.
홈플러스는 지난달 26일부터 지난 11일까지 설 선물세트 판매 실적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3% 줄었다.
전 분야 역신장으로 속앓이를 한 것은 롯데마트도 마찬가지다. 롯데마트의 설 선물세트 판매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7% 가량 매출이 줄었다. 생선(-11.4%)과 건해산물(-11.2%) 분야가 가장 크게 판매가 위축됐다. 정육도 지난해 설 시즌보다 10.3%나 매출이 줄었다. 저가형 선물이어서 그나마 구매가 활발할 것으로 기대됐던 생활용품과 가공식품군도 각각 5.4%, 2.5% 가량 매출이 줄었다.
김진호 이마트 프로모션팀장은 “경기 침체의 영향으로 법인은 물론 개인구매 수요까지 줄면서 이번 설 선물세트 행사는 지난 추석보다도 실적이 부진하게 나타났다”라며 “가격이 저렴한 상품들까지도 신장세가 주춤하게 나타났다는 점에서 소비경기 회복에 다소 시간이 걸리겠다는 판단을 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도현정 기자/
kate01@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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