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정부 5년 빛과 그림자

‘경제에 살고, 정치에 죽다.’

이명박 정부 5년의 한 줄 요약이다. 글로벌 금융위기를 미리 감지하지 못했던 탓에 당초 공약했던 747 성장공약을 지키지는 못했지만, 어쨌든 미국발 금융위기와 유럽 재정위기의 와중에 한국경제를 건사했다. 다만, 최고경영자(CEO) 마인드로 국정에 임하다보니 최고지도자로서 가져야 할 소통력과 정치력을 발휘하지 못해 국가적 내부갈등을 치유하는 데는 크게 실패했다.

절반의 성공과 절반의 실패는 이 대통령 특유의 ‘중도 실용주의’에 이미 잉태돼 있다. 이 대통령은 19일 청와대 출입기자단과의 송별오찬에서 “우리가 우리끼리 따지고 아무것도 아닌 것 가지고 갑론을박하다 보면 작은 나라가 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경제외교를 위해 지구를 22바퀴나 돌았지만, 정치권 특히 야당과의 만남은 손에 꼽을 정도로 드물었던 임기 중 행보는 이 같은 철학의 발현이었던 셈이다.

촛불시위를 비롯해 천안함 침몰, 구제역파동 등을 겪으며 임기 중 가장 ‘욕’을 많이 먹은 대통령이 됐지만 별로 개의치 않았다.

이 대통령은 “안 하면 그만이지, 아이고 집어치우자, 반대하면 하지 말자. 이렇게 5년을 보냈으면 지금 대한민국이 어떤 나라가 됐겠나. 나하나 욕먹고 별소리 다했으니 그래도 나라가 커진 것 아니냐”라고도 설명했다. ‘욕’을 예사로 받아넘기고, 우리 편은 ‘아는 사람’, 반대편은 ‘모르는 사람’으로 보는 이분법적 사고는 타협과 양보를 전제로 한 정치와 멀었다.

이런 정치력 부재에도 불구하고 이 대통령이 5년간 대한민국을 이끌어올 수 있었던 원동력은 ‘일하는 대통령’으로서의 철학이다. 일에 대한 이 대통령의 철학은 “나는 잡념이 없어서 건강하다. 바쁘다보니 아플 시간이 없다”라는 말에서 극명하게 드러난다.

CEO 시절부터 일벌레로 소문난 이 대통령은 임기 중 각료와 참모들을 초주검을 만들 정도의 살인적 일정을 소화했다. 새벽부터 새벽까지의 일정이 연속이었다. 임기의 5분의 1을 해외에서 보냈고, 국내 행사일정도 다른 대통령들 압도했다.

경제 부문에서 이 대통령은 비교적 후한 점수를 받는다. 특히 불도저식 추진력으로 글로벌 금융위기를 극복한 것은 세계적으로도 인정을 받고 있다. “이 대통령에게 불도저란 투박하고 막무가내인 이미지가 아니라, 정밀하고 많은 기능을 가진 장비”라는 게 청와대 고위관계자의 전언이다.

너무 멀리, 큰 것만 본 탓에 서민과 중소기업 정책에서는 미흡함이 적지 않았다는 평가가 많다. 이 대통령은 스스로 “나는 원래 눈이 작기 때문에 항상 남보다 더 멀리 본다”고 말하지만, 가까이 있는 서민의 아픔을 어루만지는 데는 다소 소홀했던 셈이다.

홍길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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