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능선 관찰형 MC로, 작곡할 땐 독재자로…가수·프로듀서·예능인으로 맹활약 하는 그와의 유쾌한 수다

‘루저’ 이야기 많은 라스 ‘무릎팍도사’ 보다 더 웃겨

김국진은 토크반경 넓고 ‘독돌’ 규현은 발전가능성 커

유재석·강호동도 못하는 음악관련 예능 하고싶어

윤종신은 말을 참 잘한다. 별 것도 아닌 주제로 대화하다 보면 2~3시간은 훌쩍 지나간다. 관심사도 열려 있다. 사람들은 윤종신을 “가수야? 프로듀서야? 예능인이야?”라고 묻지만 윤종신은 “정체성을 묻는 자체가 촌스러운 것 아니냐. 그냥 그 모두가 윤종신이야”라고 말한다.

예능에서의 윤종신의 모습을 ‘주워먹는 개그’ ‘깐족’이라고 한다. 이 말은 윤종신의 예능을 정확하게 설명하지 못한다. 윤종신은 자신을 ‘관찰형 MC’라고 말한다.

“다인 MC 체제 예능 안에서 두루두루 관찰한다. 아무것도 안 하는 듯하지만 끊임없이 관찰하고 정보를 수집해 데이터를 넣고 있다. 이런 관찰 스타일은 내 취향과 잘 맞고 특화해 나가고 있다. 예능에서의 이 역할이 음악프로듀서와도 비슷하다. 페퍼톤즈 신재평, 검정치마, 이규호를 관찰해 투개월의 김예림과 연결시켜봤다.”

▶예능에서 윤종신은 ‘관찰형 MC’=윤종신은 MBC ‘논스톱’에 교수로 출연할 때부터 현빈 한예슬 전진 등을 보며 웃기는지, 안 웃기는지를 관찰했다고 했다. 예능 프로그램에 본격 진출했을 때도 그 관심을 유지한 게 쌓여 하나의 콘텐츠가 됐다.

“핵심이 되겠다는 생각을 버리면 된다. 지금은 한 사람이 끌고가는 시대가 아니다. 유재석도 원 오브 뎀이다. 진군하라, 좌로 움직이라고 할 필요가 없다. 유재석이 ‘무한도전’에서 7인 중 자기 역할만 수행하는 데도 존재감이 있지 않나.”

윤종신은 예능도 MC 시대에서 프로듀서 시대로 넘어갔음을 의미한다고 했다. 스타는 나오지만 기획과 의도가 중요해졌다. 예능MC도 배우와 비슷한 상황이 됐다는 것. 유재석 강호동을 데려오면 되는 시대가 아니다. 과거 주병진 이홍렬의 1시간짜리 예능 녹화시간은 1시간30분 정도였다. 지금은 MC도 본방이 어떻게 나올지 모른다. 이를 취사선택해 스토리텔링을 만드는 PD의 능력이 매우 중요해졌다.

윤종신이 출연하는 예능 중 가장 할 말이 많은 것은 ‘라디오스타’다. 그는 ‘라스’의 차별성을 이렇게 설명했다.

“보통 토크쇼는 게스트의 말을 듣는 것이다. 하지만 ‘라스’는 MC의 말에 반응하는 게스트의 행동을 보는 것이다. 그래서 MC 4명이 역동적으로 꼬는 질문을 던지는 게 필요하다. 토크는 불친절한 편이지만 자막과 편집의 결과물은 불친절하지 않다. 많이 당하는 자가 수혜자가 된다. 게스트가 당황하고 얼굴 빨개지는 게 보기 안 좋으면 내보내지 않는다.”

윤종신(가수/작곡가)
사람들은 윤종신이 가수인지 프로듀서인지 묻는다. 정체성을 묻는 질문에 그는 간단하게 대답한다. “정체성을 묻는 자체가 촌스러운 것 아니냐. 그냥 그 모두가 윤종신이야” 라고 말한다.
윤종신(가수/작곡가) 사람들은 윤종신이 가수인지 프로듀서인지 묻는다. 정체성을 묻는 질문에 그는 간단하게 대답한다. “정체성을 묻는 자체가 촌스러운 것 아니냐. 그냥 그 모두가 윤종신이야” 라고 말한다.

▶‘라디오스타’는 MC의 말에 반응하는 게스트의 행동을 보는 토크쇼 =게스트가 계속 말을 하는 토크쇼는 불리하다. 말로 인과관계를 설명하니 느슨해진다. 요즘 예능은 말을 하는 게 아니라 ‘인간의 조건’ ‘나혼자 산다’처럼 행동양식으로 풀어간다. 말은 자신을 꾸미게 된다. 하지만 ‘라스’는 서사의 접근방법이 다르다. MC 4명의 툴이 각각 다르다. 황선영 작가와 박정규ㆍ제영재 PD는 이들을 잘 조합해낸다.

“ ‘라스’는 ‘무릎팍도사’보다 더 웃길 수밖에 없다. 사람들이 성공담에는 질려해도 실패담에는 안 질리기 때문이다. ‘라스’는 루저의 이야기가 많다. 샘 해밍턴이나 데프콘은 실패담이 많았던 친구다. 하지만 ‘라스’는 생각보다 배려가 많은 신사적인 곳이다. 유세윤의 하차가 아쉽지만 B급으로는 성공한 토크쇼다.”

윤종신은 ‘라스’에서 김구라 색깔이 없어졌다고 했다. 유세윤은 김구라와는 전혀 다른 스타일이다. 콩트와 코미디적인 설정에 재빨리 몰입해 황당한 웃음을 만들어내는 게 유세윤이다. 김구라는 속물성이다. 뭔가를 잘 못하는 사람에게 답답해하며 불쑥 말을 던지는 김구라의 속물성을 결코 미워할 수 없다. 속물성은 누구나 가지고 있는 속성이기 때문. 김구라의 속물적 관심은 ‘썰전’에서 큰 힘을 발휘한다. 역경을 많이 겪은 김구라가 잘할 수 있는 소재다.

윤종신은 유세윤과 함께 ‘비틀즈코드’의 엽기적인 분위기도 만들 줄 알고, 김구라와 함께 게스트에 대한 공격력을 강화하기도 한다. 김구라 신정환 윤종신이 함께하던 시절은 ‘무적함대’였다. 김국진은 토크의 반경이 가장 넓고 크다는 점, 게스트가 좋아하고 의존한다는 점이 장점이다. ‘독돌(독설 아이돌)’ 규현은 머리가 좋아 발전될 가능성이 더욱 많다고 했다.

윤종신은 앞으로 올라운드 예능이 아닌 특화된 예능에 도전하고 싶다고 했다. 유재석과 강호동도 못하는, 음악 관련 예능이다. 오디션 프로그램은 아니라고 했다.

윤종신이 음악이야기를 안할 리 없다. ‘너의 결혼식’ ‘오래 전 그날’ ‘부디’ ‘환생’ ‘처음 만날 때처럼’ 등 발라드를 잘 불렀던 그는 40대 중반인 지금은 포크에 빠졌다.

“스위트한 게 빠지고 살아가는 얘기나 사랑 얘기도 44세로 경험해본, 조금은 까칠할 수도 있고 현실이 가미된 것이다. 꿈을 이야기 하기에는 너무 많은 경험을 해버렸다.”

윤종신은 아이돌 음악에 대한 피로도가 쌓였지만 시니어 음악이 대안은 아니라고 했다. 사람들은 ‘바운스’가 좋았지만, 조용필이 쓸쓸해지는 게 싫고 히어로가 사라지는 게 싫었다.

“나이 들면 노래 부르는 풍이 있다. 노래가 밀려 ‘헬로’나 ‘바운스’도 트로트처럼 된다. 하지만 조용필 형님은 젊은이처럼 불렀다. 어른이 그렇게 하니 20대가 보기에 재미있었을 것이다. 10년 전이었다면 안 통할 수도 있다.”

그는 “이효리가 3년 만에 컴백한 것에 대해서도 대중이 반기는 것 같다. 효리는 아직도 예쁘고 성숙해졌다. 나이가 들면서 정서적 확신이 생기면서 나타난 매력이 있다. (이)상순과 사귀는 것 보면서 남자를 보는 선구안이 있구나 하고 생각했다”고 전했다.

윤종신은 음악이나 예능에서 늘 ‘관찰자’지만 자신의 작품을 쓸 때는 누구의 말도 듣지 않는 ‘독재형’이라고 했다.

서병기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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