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이해준 선임기자]시중에 돈이 활발하게 돌지 않으면서 본원통화에 대한 통화량의 비율인 ‘통화승수’가 지속적으로 하락, 앞으로 중앙은행이 금리를 인하해도 이것이 경기를 진작시키지 못하는 ‘유동성 함정’에 빠질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현대경제연구원은 22일 ‘통화승수 하락의 원인과 시사점’이란 분석 보고서를 통해 이같이 지적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통화승수는 글로벌 금융위기 직전인 2008년 7월에 27.3배까지 상승했으나 경제활력의 저하와 함께 추세적인 하락세를 보여 지난해 11월에는 19.5배로 떨어졌다. 이러한 통화승수 하락은 한국뿐만 아니라 금융위기를 겪었던 미국과 ‘잃어버린 20년’을 경험한 일본, 경기부진에 따라 최근 양적완화를 단행한 유럽연합(EU) 등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통화승수란 중앙은행이 공급한 본원통화에 대한 총통화(M2)의 배율로 시중은행의 신용창출 기능이 얼마나 원활하게 작동하는지를 보여주는 지표다. 은행이 기업이나 가계에 대출 등을 통해 자금을 공급하고, 이 돈이 다시 은행 예금으로 돌아온 후 또 다른 대출로 나가는 등 자금이 활발하게 유통되면 통화승수가 올라가지만, 현금이나 예금으로 묶여 있게 되면 통화승수도 하락하게 된다.

통화승수가 상승하면 그만큼 경제에 활력이 있음을 나타내며, 통화승수가 하락하면 경제활력이 저하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보고서는 한국의 통화승수가 하락하는 데에는 과도한 대출을 억제하기 위한 당국의 예대율 규제, 지난 2009년 5만원권 발행 이후 현금보유 성향이 높아지면서 화폐 환수율이 낮아진 점 등 정책적 요인도 있지만, 경기부진의 영향이 크다고 진단했다.

경기 부진으로 가계의 소비성향이 지난해 사상 최저치를 기록하고 기업의 설비투자 부진, 상장기업의 현금보유율 증가 등이 통화승수를 떨어뜨리는 요인이 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저물가ㆍ저금리 현상으로 화폐보유에 대한 기회비용이 하락한 점, 주식시장 부진으로 가계의 수익증권 투자가 크게 줄고 부동산 시장의 부진이 장기화하고 있는 점도 통화승수 하락을 이끌고 있다.

여기에다 은행의 위험 회피적, 안전우선주의적 자금관리방식이 더욱 강화된 것도 총통화 증가를 억제하고 있다.

보고서는 “최근 정책 당국이 실물경제에 지속적으로 유동성 공급을 하고 있지만 현재와 같이 통화승수가 하락세를 보이면 정책효과가 상쇄되고 중앙은행이 돈을 풀어도 경기가 살아나지 않는 ‘유동성 함정’에 빠지는 것도 배제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따라서 이를 방지하기 위해선 ▷기업의 투자 확대와 가계의 소비여력 확충 등 유효수요 창출 ▷통화정책 효과에 대한 점검 ▷주식과 부동산 등 자산시장 활성화 ▷금융기관들의 리스크 회피현상 축소 및 과도한 여신규제 완화 등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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