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 시티팀 = 김상진 칼럼니스트]국회에는 정치개혁특위가 구성되고,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정치관계법 개정의견을 제출했다. 바야흐로 내년 20대 총선을 앞두고 본격적인 정치개혁 논의가 시작된 것이다. 이번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제출한 정치관계법 개정의견은 스스로 ‘고양이 목에 방울’을 달았다. 정치권의 이해관계가 첨예한 선거구제 개편안, 낡은 정치의 대명사로 잘못 알려진 지구당 부활, 법인?단체의 정치자금 기탁허용, 후원금 모금 한도액 인상 등은 사실 우리 정치에 가장 필요한 부분이면서도 누구도 쉽게 말하지 못하는 내용이었다. 자칫 정치개혁을 거꾸로 되돌리려한다는 비난에 휘말릴 수 있었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번 정치관계법 개정의견은 중앙선관위가 정치권이나 시민단체의 눈치나 살피는 기관이 아닌 독립적 헌법기관으로서의 바람직한 면모를 발휘한 일로 평가할 수 있다. 그러나 이번 선관위에서 제출한 안은 아무런 구속력도 없는 그야말로 하나의 의견에 불과하다. 아마도 여야 정치권은 공동의 이해관계에 입각해 자신들에게 필요한 부분만 수용하고 나머지는 폐기할 공산이 크다. 이는 정치개혁의 결정권을 이해 당사자인 정치인들에게 맡겨 놓았기에 발생하는 불가피한 일이다. 그리하여 정치권뿐만 아니라 중앙선관위까지 도매 급이 되어 정치개혁이 아닌 개악을 했다고 비판받게 될 공산이 크다. 정당은 정권획득을 목표로 한다. 따라서 정당이 당리당략에 움직인다고 무조건 비판할 수는 없다. 여야의 대표정당은 총선에서 다수당이 되어야 다음 정권을 획득하는데 유리하다. 이것이 곧 정당이 선거구제 개편을 하면서 한 석이라도 더 차지하기 위해 싸우는 이유이다. 그런데 과연 여당이 다수당의 지위를 뺏길 수 있는 선거구제 개편을 수용하겠는가? 국회의원들이 지역구를 대폭 축소하여 정치를 그만두라하면 수용할 수 있겠는가? 근본적으로 정치인들이 합의할 수 없는 내용을 ‘정치개혁특위’를 구성해서 논의하라고 하는 것이 ‘넌센스’이다. 고양이들에게 생선을 맡겨두고 알아서 잘 합의해 먹으라는 격이다.10년 전을 복기해보자. 2001년 10월 헌법재판소는 선거구 획정 헌법불합치 결정을 두 번째로 내고, 2003년 말 까지 법 개정을 하라고 권고했다. 그러나 무려 2년의 시간이 주어졌음에도 정치권은 헌재가 규정한 2003년 12월31일이라는 시한까지 아무런 합의를 이루지 못하였으며, 진통 끝에 선거를 40여일 남겨놓은 2004년 3월에야 선거구제 개편안을 마련해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시켰다. 당시 쟁점은 첫째, ‘국회의원 의석수를 동결할 것인가, 증가시킬 것인가’. 둘째, ‘비례대표 의석을 줄일 것인가, 증가시킬 것인가’에 있었다. 당시 다수당 이었던 한나라당은 ‘현행의석수(273석)는 유지하되, 늘어나는 지역구 의원수 만큼 비례대표 의원수를 줄인다’는 것이 당론이었으며, 열린우리당은 ‘비례대표를 46석에서 72석으로 늘리는 것을 전제로 권역별비례대표제를 도입할 것을 주장’하였다. 정치개혁법안을 입안해 국회에 제출했던 ‘범국민정치개혁협의회’는 ‘지역구 199석, 비례대표 100석’으로 전체의석수를 증가시키는 대신 비례대표를 확대하자는 안을 제출했다. 초유의 ‘선거구 위헌사태’까지 초래하며 2년여 동안 끌어왔던 의원정수 협상은 선거를 40여일 앞두고, 국회의원 의석수를 273명에서 299명으로 26명을 증원시켜, 지역구 16석, 비례대표 10석을 배분하는 것으로 결론이 났다. 결국은 국민감정을 거스르면서까지 국회의원 정수를 증원하여 기득권을 유지하였던 것이다.정치권이 진정으로 정치개혁을 하고자한다면 국회의원들로 구성되는 ‘정치개혁특위’를 구성하지 말아야 한다. 국회의원들이 자기 살을 도려내는 ‘셀프개혁’을 한다는 것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정치개혁은 법제화된 독립기구로 구성된 별도의 ‘위원회’에서 논의하게 해야 하며, 국회는 국민의 대표기관으로서 제정된 법률을 의결만 할 수 있게 해야 한다. 정치관계법을 다루는 소관 상임위인 ‘안전행정위원회’에서 의결하면 굳이 ‘특별위원회’를 구성할 필요가 없는 것이다. 또한, 독립된 ‘정치개혁위원회’는 국회의원 정수를 비롯한 선거구 획정까지 정치관계법에 대한 모든 사안을 다루며 결정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해야 한다. 법률에 의해 구성된 독립적인 ‘정치개혁위원회’를 어느 기관 산하에 둘 것인가는 중요한 문제가 아니다. 오히려 중앙선관위 보다는 국민의 대의기관인 국회에 두는 것이 위상에 맞을 수 있다. 다만, 여당, 야당, 정부, 학계, 시민단체 등의 의견을 모두 반영할 수 있도록 균형성을 갖춰 구성해야 한다. 특정 정당에 유리한다든지, 정치현실을 외면한 시민사회 일방의 목소리만 반영되어서도 안 된다. 따라서 위원의 추천을 어떻게 분배해 할 것인지가 ‘위원회’ 구성에 있어 핵심적 쟁점이 될 것이다.우리 정치의 틀을 바꿔야할 정치의 해가 왔다. 국회가 진정으로 정치개혁을 하고자 한다면 정치개혁특위를 구성할 것이 아니라 독립된 ‘정치개혁위원회’ 구성을 추진하고 이를 위한 법률을 제정하기 바란다. 헌재의 결정 시한인 2015년 12월 31일까지 국회의원 선거구획정이 될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김상진 칼럼니스트 청와대, 국회, 국정원, 중앙인사위원회 등에서 다양한 국정경험을 했다. 건국대학교 정치외교학과를 나와 고려대학교 정책대학원에서 석사학위를 받았으며, 현재는 건국대 행정대학원 겸임교수로 있다. 저서로는 '늙은 대한민국'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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