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개 기업 중 7곳만 일정대로 채용 진행 마음대로 미루거나 아예 일정 안 알려줘 “구직자도 취업 준비라는 게 있는데…”
[헤럴드경제=이지웅ㆍ김진원 기자]신입사원 채용과정에서 지원자들에 엄격한 잣대를 적용하는 기업들이 정작 자신들은 약속된 채용일정을 제대로 지키지 않거나 애초부터 채용일정을 알려주지 않는 경우가 허다해 취업준비생들의 원성을 사고 있다.
7일 본지가 취업 포털사이트를 통해 지난달 1일부터 이날까지 서류전형을 진행했거나 진행 중인 기업 14곳을 살펴본 결과, 절반인 7개 기업이 서류발표를 미루거나, 서류발표 날짜를 아예 공지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7곳 가운데 2곳은 당초 고지했던 서류발표 날짜를 미루겠다고 재(再)공지해 취준생들의 불만을 샀다.
LG전자는 4월 3일 서류합격자를 발표할 예정이었지만, 발표 하루 전날인 2일 갑자기 합격자 발표를 엿새 뒤인 4월 9일로 미루겠다고 공지했다.
이랜드파크는 3월 4일 서류합격자를 발표할 예정이었지만 발표 당일 공지를 통해 5일로 발표를 하루 연기했다.
아예 사전 공지도 없이 서류발표 날짜를 미룬 곳도 있다.
현대비앤지스틸은 공지 없이 당초 예정된 3월 14일 대신, 무려 열흘 뒤인 3월 24일에서야 서류합격자를 발표했다.
4개사는 아예 채용과정에서 서류발표 날짜를 알려주지도 않았다.
LS전선, 한진물류연구원, LG하우시스는 서류접수, 마감 날짜만 공지했을 뿐 서류합격자 발표 날짜는 공지하지 않았다. CJ그룹 역시 애초 서류발표 날짜를 공지하지 않았다가 4월 6일이 되어서야 나흘 뒤인 10일에 서류합격자를 발표하겠다고 뒤늦게 공지를 띄웠다.
이에 대해 취준생들은 “채용일정이 바뀌거나 불확실해지면 커다란 스트레스를 받게 된다”며 “여러 기업에 중복지원을 하는 입장에서 일정 조율에도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고 하소연했다.
서울 소재 대학 졸업생 이모(28)씨는 “서류발표 날 하루 종일 노트북 앞에만 앉아있는 경우가 많은데, 발표가 결국 안 나게 되면 하루를 다 버리는 셈이 된다”며 “지원자들은 이런 일이 몇 번만 반복돼도 얼마나 진이 빠지는지 모른다”고 말했다.
윤모(27ㆍ여)씨는 “지원자들은 다른 회사 일정도 확인해놔야 하는데 일정이 이렇게 멋대로 바뀌면 답답하고 막막하다”고 말했다.
특히 지원자가 많은 대기업의 경우에는 서류발표 날마다 수천, 수만 취준생들이 홍역을 치른다.
서류발표를 엿새 미루겠다고 공지한 날 LG전자는 인터넷 포털사이트에서 실시간 검색어 1위에 오르기도 했고, 발표 날짜를 아예 공지하지 않은 CJ그룹 지원자들은 취업카페에 서류발표 날짜를 맞춰보자는 글과 댓글 등을 수십건씩 올렸었다.
기업들은 본지 통화에서 서류 검토 시간이 예정보다 늘어났기 때문에 발표가 연기됐고, 내부절차에 따라 전형이 진행되기 때문에 정확한 서류발표 날짜를 공지하기엔 곤란함이 있다고 설명했지만, “하루 전에 공지를 했기 때문에 지원자들이 크게 불만을 갖는다고 생각하지 않는다(LG전자)”, “지원자들이 답답해하는 것에 대해 입장을 꼭 밝혀야 하느냐(LS전선)”, “지원자가 몇만 명인데 어떻게 다 연락을 하겠나(현대비엔지스틸)” 등 취준생들의 불만에는 둔감한 반응을 보였다.
최영숙 서울청년취업센터 팀장은 “구직자 입장에서도 스터디를 꾸리는 등 취업준비 일정이라는 게 있다. 서류를 수십곳씩 넣고 있는데 일정에 많은 차질이 생기고 그러면서 상당히 불안감을 갖게 된다. 이것은 기업이 정서적 피곤함까지 주는 행위”라고 말했다. 그는 “채용과정에서 변수가 발생할 수 있지만 공개 채용은 기업과 구직자 사이의 공개적인 약속이므로 발표가 연기되면 기업의 사과, 납득할 만한 설명이 필요하다. 만약 그런 것이 없다면 기업이 구직자를 상대로 갑(甲)질을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취업포털 인쿠르트가 지난해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구직자들이 세 번째로 많이 꼽은 채용과정 중 부당대우는 ‘합격유무를 알려주지 않는다’였다. ‘구직자 인권법’에 넣을 항목으로 ‘합격 발표 등 전형 일정을 미리 공지하는 것’이 꼽히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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