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서지혜 기자] 한국전 때 월남해 삯바느질로 모은 10억 원 대의 재산을 남기고 사망한 할머니의 재산을 노린 일당이 경찰에 붙잡혔다. 이들은 사망한 노인이 가족이 없는 점을 알고 아들행세를 하면서 재산을 가로챈 것으로 밝혀졌다.

서울 강남경찰서는 3일 상속인 없이 사망한 한 노인 명의의 가족관계 증명서를 구청에서 위조해 아들 행세를 하면서 망자의 예금 8억5100만 원을 인출한 혐의로 강모(66) 씨를 구속했다고 밝혔다. 또한 이와 별개로 대물변제약정계약서를 위조해 망자 소유의 부동산을 처분해 가로챈 혐의로 김모(69) 씨를 구속했다. 경찰에 따르면 강씨 등 4명은 지난 2009년 4월6일께 피해자의 가족관계 증명서를 구청을 통해 발급받은 후 이 증명서에 자신들을 피해자의 아들인 것처럼 기재하는 방식으로 위조했다. 이후 이들은 위조한 증명서로 시중은행 3곳에 있는 피해자 명의의 계좌에서 8억5100만 원을 인출했다. 피해자는 한국 전쟁때 국내에 정착해 삯바느질로 생계를 꾸리며 13억 원 가량의 재산을 모은 노인으로, 평생 가족 없이 혼자 살아오다 사망 후 이런 봉변을 당했다.

경찰 조사에서 이들은 “이미 사망한 지인이 구청에서 가족관계증명서를 부정하게 발급받아 자신들에게 건넸다”고 주장하고 있다. 경찰은 “가족관계증명서를 준 사람이 사망한 상태라서 어떤 방식으로 증명서를 받았는지는 명확하게 알 수가 없다”고 말했다.

노인의 비극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피해자의 유일한 핏줄이었던 5촌 조카 선우모(65) 씨가 마치 연대보증을 선 것처럼 꾸며, 서울 종로구 부암동 소재의 부동산을 처분하는 데 가담한 것. 조카인 선우 씨는 자신이 연대보증을 선 것처럼 꾸며 대물변제약정 계약서를 위조해 법원에 제출하고 김씨 등 다른 피의자 3명과 짜고 부동산을 대물변제 방식으로 처분해 4억5000만 원 상당을 가로챘다. 이 과정에서 선우 씨는 많은 비율의 돈을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에 따르면 이들은 주범 추적을 피하기 위해 여러 차례 입출금을 반복하고 수표 및 현금을 교환하는 방식으로 자금을 세탁하기도 했다.

죽은 노인을 대상으로 한 비정한 범죄는 결국 5촌 조카가 예금을 인출하기 위해 유언집행청구소송을 하면서 탄로났다. 법원에서 유언집행자로 선정된 변호사는 예금이 무단으로 인출되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이들을 경찰에 고발했다.

경찰은 범행을 주도한 강씨와 김씨 외에 가담한 5촌조카 등 5명을 불구속 입건해 조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