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 리뷰스타=전윤희 기자] 카리스마 회장님 박근형이 사랑에 서툰 70대 소년이 됐다. 겉으로는 툴툴대는 괴팍한 모습이지만 그 속에 담긴 사랑은 누구보다 컸다. ‘장수상회’는 70세 연애 초보 성칠(박근형 분)과 그의 마음을 뒤흔든 꽃집 여인 금님(윤여정 분), 그리고 그들의 마지막 연애를 응원하는 사람들까지, 첫사랑보다 서툴고, 첫 고백보다 설레고, 첫 데이트보다 떨리는 특별한 러브 스토리를 그린 작품. 상업영화로써 다루기 쉽지 않은 노년층의 로맨스를 다루었다는 점에서 ‘장수상회’만의 색깔을 분명히 한다. “소재를 다루는 게 위험 했을텐데 실험적인 정신도 있었겠거니와 상업주의 안에서 성공할 수 있을지 없을지도 모르겠어요. 고맙게 생각하는 건 다른 나라에서 외국에서 얼마든지 70대가 주연하는 영화 있는데 우리만 없었던 시절을 생각하면 고맙고 사명감도 가지고 있어요. “나이 먹는 배우가 배제되는 상황이 안타까웠죠. 1950년대 후반, 60년대부터 연기해오던 분들 중에 남은 배우는 10손가락 안에 든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에요. 아깝다 생각하고 있는 찰나에 어디부터 시작됐든 가족 이야기가 시작되고 TV에도 가족 이야기가 등장하기 시작했어요. 영화도 ‘워낭소리’, ‘님아 그 강을 건너지마오’ 같은 것들이 등장하며 폭이 넓어진 것 같아요” “나한테는 행운이고 사명감이죠. 배우가 하나 나려면 50년이 소요된다는 말이 있어요. 19세나 20세에 시작해서 50년이면 70세잖아요. 저는 76세가 되어서야 ‘장수상회’에서 성칠 역을 맡으며 ‘이제 배우가 됐다’, ‘이제 연기할 수 있는 나이가 됐다’ 생각했어요. 그런 자원들이 나서서 젊은이들에게 플러스알파를 섞어주는 좋은 결과라고 생각하고 젊은이들과 접촉되어 되살아났으면 하는 바람도 있어요”
박근형과 노년의 로맨스를 선보인 여배우는 윤여정. 연기 경력만해도 합쳐서 100년이 훌쩍 넘는 어마어마한 내공의 소유자들은 ‘장수상회’에서 설레고 풋풋한 로맨스를 선보였다. “윤여정은 어려서부터 봐도 총명하고 아주 명석한 두뇌로 반짝반짝했었어요. 그때 ‘장희빈’ 할 때 숙종과 장희빈으로 만난 다음에 더러더러 하다가 미국에서 돌아와서 단막극 하나, ‘꼭지’ 하나 ‘장수상회’까지 세 개째네요. 미국에서 돌아왔을 때 총명함이 무뎌졌더라고요. 이렇게 자신만만하지 않았어요. 그 총명함이 김수현 작가와 작업하며 돌아온 것 같더라고요. 윤여정이 저와 나이 차이가 얼마 안 된다고 하며 재잘재잘 이야기 많이 해서 분위기도 좋았어요(웃음). 그리고 서로 한 눈에 봐도 어떻게 할 것인가 다 아니까. 이렇게 움직여 줄 것이라는 믿음도 있고… 편하게 재밌게 촬영했어요” 70대 박근형과 윤여정부터 40대 조진웅, 30대 한지민·황우슬혜, 20대 엑소 찬열·문가영까지 ‘장수상회’는 세대를 아우르는 배우들이 다양하게 등장했다. “‘장수상회’를 통해 10대부터 40대까지 같이 연기 했는데 촬영하기 전엔 10대는 그냥 어리디 어린 사람이라고 생각했었어요. 연기 한다는 입장에서 긴장되고 했을텐데 순수함이 눈에서부터 나오기도 했지만 그 진지함은 이루 말할 수 없었어요. 어렸을 때 배우 처음 시작한 우리 같더라고요. 조진웅은 성칠이를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며 이득을 취하고 숨겨진 반전 때문에 말은 못하지만 표현을 잘 하더라고요” “각 세대마다 찬열이와 가영이의 사랑, 조진웅과 황우슬혜의 사랑, 성칠과 금님의 사랑 등이 모두 합쳐져 보면 한 가족이고 초점을 맞추어 보면 사람들이 가진 사랑에 대한 이야기잖아요. 이건 세계 공통인 것 같아요”
어느 덧 올해 나이 76세. 그럼에도 박근형은 쉬지 않고 꾸준히 작품 활동을 이어왔다. 한 해 한 해 연기 내공이 쌓일수록 역할에 대한 갈증 역시 커졌다. “배우들이라면 역할에 대한 욕심이 제일 강할 거예요. 배우들은 역할을 갈구하잖아요. 한 작품이 잘 안돼도 그 역할에만 실패한 거지 배우가 연기를 못하다고 얘기하면 안 되는 거예요. 젊은이들과 같이 어울려 지낼 때 진취성을 알고 소통하고 도와주면 되는 거죠. 시대가 변할수록 따라가려고 노력하며 꿈을 이루려고 도전하는 거예요. 도전정신이라고 봐요” “‘하이드 지킬, 나’ 현빈 다중인격에 대한 표현 같은 건 어렵잖아요? 하고 싶은 욕구를 불러일으키며 도전해보고 싶고 그래요. 연극할 때 너무 많은 장르를 거쳤기 때문에 역할에 대한 욕구가 클 수밖에 없죠. 나이 먹어서 하면 더 나을 수 있는데… 어떨 땐 주책없이 젊은이들 하는 역할 탐나기도 해요(웃음).“언제든지 하고 싶은데 트렌드가 있어서 늙은이들이 발붙일 데가 없어요. 겨우 했다는 게 ‘고령화가족’ 구씨아저씨나 조금 해본? 참 불행해요. 젊었을 때는 세상에서 나처럼 잘하는 사람 없는데 뽑아주지 않아서 불만이었는데 나이 먹으니까 쓰임새가 없어졌어요. 이번 ‘장수상회’는 ‘이런 천운이 어디 있나’ 싶었어요”
‘장수상회’에서는 서툴지만 설레는 로맨스를 선보였지만 박근형은 드라마 ‘추적자 더 체이서’, ‘황금의 제국’은 물론 최근에는 ‘전설의 마녀’, ‘앵그리맘’ 등 카리스마 넘치는 회장님 역할을 도맡아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저는 50대 초반에 연기가 정립 됐다고 봐요. 젊었을 때 연극 무대에서 노력을 많이 했고 TV에서 멜로드라마, 사회고발드라마, 영화 등에 출연했었는데 50세 가까이 되니까 발붙일 데가 없더라고요. 젊은이도 늙은이도 아닌 상태에서 3~4년 공백이 생겼어요. 배우의 위기라고 생각했죠. 우연치 않게 방송 연기자협회 계간지에 ‘역할창조론’이라는 글을 보는 순간 ‘내가 가야할 길이 이건가보다’오는 게 있었죠” 연극 무대부터 차근차근 연기 스펙트럼을 넓혀온 만큼, 박근형은 “경험에 의하면 모든 연기의 모태는 연극”이라며 연극과 연기에 대한 자신의 확고한 신념을 가지고 있었다.
“주연이나 주제만 중요한 게 아니잖아요? 플롯 안에 있는 인물들도 절실한 역할 창조를 하지 않으면 안돼요. 자기 역할을 극대화해서 그게 어우러지면서 더 큰 즐거움을 줄 수 있는거죠. 김종학 감독 ‘여명의 눈동자’ 하면서 ‘바로 그거다’했어요. 우리식으로 얘기하면 악역인데 인간의 내면을 넣어서 하면 누구도 나쁜 놈이라 손가락 질 할 수 없는, 동정론 나올 역할로 바꿔가는 계기가 됐죠. 일본 순사 앞잡이가 돼 끝까지 살아남아 해방 이후에는 경찰 총국장까지 오르는 시대적 인물을 표현했는데 반응이 좋았어요” “이게 맞는가보다 해서 모래시계 등 거쳐서 나만이 갖는 회장님이 되는 동시에 ‘추적자 더 체이서’를 정점으로 이뤘다. 저만이 갖는 역할 창조가 적절하게 맞았고 젊은 시절부터 중년을 거쳐 오는 동안 잊고 있던 연극에 역할 창조를 다시 되새기게 됐어요”“바쁜 환경에서 일하다보니 간과하고 있었는데 ‘추적자 더 체이서’에서 연극적인 걸 시도했고 ‘장수상회’에서도 연기 플랜을 세워서 계산된 연기를 했어요. 이게 환영받고 인정받는다면 앞으로 연기하는 사람들도 달라지지 않을까요?”(사진=최지연 기자) idsoft3@reviewstar.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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