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원승일 기자] 국내 중동 자금 유치를 위해 수쿠크(이슬람채권)를 도입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 슬며시 고개를 들고 있다.

지난달 초 박근혜 대통령의 중동 4개국 순방 후 ‘제2의 중동 붐’에 대한 기대감이 고조된 가운데 중동계 오일머니를 유치하자는 목소리가 커지는 데 따른 것이다.

이에 지난 2011년 폐기된 후 관련 논의가 중단됐던 수쿠크 법이 다시 주목을 받고 있다.

수쿠크는 채권임에도 이슬람율법에 따라 이자 대신 특정 사업에 대한 배당금을 받는 형식으로 이득을 얻는 구조를 지니고 있다.

지난 2011년 수쿠크에 붙는 각종 세금을 면제해주는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이 국회에 상정됐다가 폐기된 이후 정부는 수쿠크 도입에 손을 놓은 상태였다.

그러나 최근 이슬람금융에 대한 우호적인 분위기에 따라 정부도 필요하다면 수쿠크에 조세특례 등의 방안을 검토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13일 “아직 수쿠크에 대한 조세특례를 마련해 달라는 공식적 건의가 들어온 것은 없다”면서도 “수쿠크 도입 필요성에 대한 구체적 논의가 나오면 관련 정책을 검토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이자 소득에 면세 혜택을 주는 다른 외화표시채권과 형평을 맞추기 위해 수쿠크에 세제 혜택을 주는 방안을 추진했다. 지난 2009년에는 수쿠크 발행 시 양도세, 부가가치세, 취득ㆍ등록세 등 세금을 면제해주는 내용의 조세감면특례법 개정안이 국회에 제출됐다.

그러나 당시 기독교계는 수쿠크 채권의 과도한 면세특혜는 다른 외국자본에 대한 차별, 국내자본을 역차별하는 것이라며 반대했고, 결국 2011년 법안 상정이 무산됐다.

정부는 현재 외화자금 조달 창구를 다양화하기 위해 중동 자본을 유치해야 한다는 주장에 공감하고 있다.

전문가들도 우리나가 달러에 대한 자금의존도가 높고, 대외 변동성이 커지는 상황에서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서는 수쿠크 도입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처럼 선진국 금융시장까지 얼어붙는 사태가 발생할 경우 자금줄이 막힐 위험이 크기 때문이다.

최근 정부가 강조하는 민자 사업을 통한 사회간접자본(SOC) 확충에도 수쿠크가 도움이 된다는 주장도 있다.

수쿠크 특성상 장기적 투자의 성격이 강해 장기간 대규모 자금이 들어가는 개발도상국의 인프라 시설 자금 조달용으로 적합하다는 이유에서다.

송치훈 우리금융경영연구소 수석연구원은 “이슬람채권은 장기성으로 투자되는 경우가 많아 사회기반시설 자금으로 적격”이라며 “단 수쿠크 도입은 전 세계적인 경제위기, 유가 하락 등 중동 상황을 주시하며 신중히 결정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