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김지윤 기자]한 고깃집 주인 A씨가 울분에 휩싸여 인터넷에 억울함을 호소하고 나섰다.

그의 주장에 따르면 정육식당을 하면서 여지껏 한 번도 냉동 고기를 내놓지 않고, 늘 저울의 눈금보다 넉넉하게 내주려 애썼다. ‘털어서 먼지 안나는 식당’이고자 노력했지만 최근, 순식간에 ‘뒤통수친 식당’으로 전락했다. 무슨 일이 벌어진 것일까.

▶정육식당의 꼼수? “우린 부린 적도 없는데”=지난 4월 16일 종편채널 채널A의 ‘먹거리 X파일-정육식당의 꼼수 편’ 이 전파를 탔다. 예고편에는 A씨가 운영하는 정육식당의 선명한 간판과 내부 모습이 공개됐다.

본편에서 그려진 내용은 배신감을 부르기에 충분했다. 몇몇 정육식당에서는 고기의 중량을 가볍게 속였고, 고기의 이력을 알 수 있는 개체 식별 번호를 조작했다. 또 한우 일등급을 투 플러스로 둔갑시키는가 하면, 업진살을 갈빗살로 바꿔치기하고 유통기한 마저 속였다.

A씨의 가게는 본방에서는 전혀 나오지 않았다. 제작진은 이곳에 잠입 취재를 왔다 걸리는 것이 없어 그냥 돌아섰지만, 이 식당 내부를 영상에 담아 예고편으로 쓴 것이다.

불과 2~3초간의 노출이었지만, 간판의 폰트와 내부 모습으로 A씨의 가게를 알아채는 사람이 많았다.

꼼수식당이라는 불미스러운 누명을 달자 손님들의 불신이 커졌고 단골손님들조차 의심의 눈초리를 보냈다.

참다못한 주인은 제작진에 사과방송을 요구했으나, 아무런 액션을 취하지 않았다. 결국 식당 주인은 ‘먹거리 X파일’을 상대로 고소장을 제출했다.

▶ ‘아님말고’?…‘이영돈 스타일’이 남긴 흉터 = 위와 같은 불의의 피해는 이 프로그램에서 처음있는 일이 아니다. 지난해 이 방송의 상징이자 얼굴마담격인 이영돈 PD가 직접 프로그램을 진행했던 당시에도 이런 사례는 종종 있었던 게 사실이다.

일부 벌집 아이스크림에 양초 원료인 파라핀이 함유돼 있다는 보도가 나갔을 당시 업계의 타격은 컸다. 방송 직후 순밀 99%로 이루어진 소초를 사용하는 업체도 많다고 항의했지만 이는 묵살됐고, 벌집 아이스크림은 매출 폭락으로 이어져 많은 자영업자들이 피해를 봤다.

과거 영업이 끝난 시각, 제작진의 부탁으로 냉동실에서 내온 간장게장에 대한 평가가 좋지 않자 해당 업주가 반발했던 ‘간장게장’ 사건도 이미 구설에 올랐던 사례다.

올 3월 자리를 JTBC로 옮긴 이 PD는 비슷한 컨셉트의 새 프로그램 ‘이영돈PD가 간다’에서 업체 사장의 출연 거부에도 몰래 카메라로 요거트 가게 촬영을 강행했다. 무가당 요거트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한국인의 입맛에 맞춰 만든 가당 요거트만을 검증하고는 무가당은 없다는 식으로 보도했다.

이에 격분한 업체 사장의 항의에 “원한다면 재검증을 하겠다”는 비상식적 태도를 보였다가 논란이 커지자 결국 제작진의 실수를 인정하고 이례적인 사과 방송을 내보냈다.

이런 논란에 불을 붙인 건, 이영돈PD가 제작진과 상의 없이 한 업체의 발효유 CF 모델로 나선 일. 공정성을 요구하는 탐사 프로그램 연출과 진행을 맡고 있으면서 사적 이익을 추구한 이 PD는 프로그램 폐지와 함께 퇴장했다.

▶ 사실의 일부가 전부는 아니다= ‘먹거리 X파일’은 우리 사회에 만연한 유해 식품 및 먹거리에 대한 불법, 편법 관행을 고발해왔다. 또 미식의 기준을 깐깐하게 재정비하고 전국의 양심적 자영업자들을 격려하며 착한식당에 오르는 상급을 주기도 했다. 이는 분명 순기능이었다. 시청자들도 열렬한 관심과 호응을 보였다.

그러나 ‘충격적 진실’ 이라는 미명아래 대중의 공포를 자극하고 불신을 부추기며, 호기심 끄는 것에 초점을 둔 것도 사실이다.

대기업보다 영세 자영업자들에게만 현미경 잣대를 들이대 ‘자영업자 킬러’ 로도 불렸다. 방송을 통해 피해를 입을 수도 있는 사람들을 보호할 수 있는 그 어떤 안전장치도 없었다. 세밀한 현미경 잣대가 왜 제작진 스스로에게는 향하지 않았는지 의문스럽다.

알랭 드 보통이 ‘뉴스의 시대’ 에서 이야기했던 것처럼, 뉴스는 대중이 동요하길 원한다. 탐사보도 프로그램은 그 파급이 더 강력하다. 프로그램은 시청자들이 분노와 두려움, 충격에 빠지기를 바란다. 그러나 전쟁같은 보도 후 벌어진 참상에 대해서는 크게 관심이 없다.

‘먹거리X파일’은 이슈를 만들어 주목받는 데 만족해서는 안 된다. ‘더 잘 먹고 잘 사는 것’에 관심 많은 사람들을 위해, 먹거리가 우리의 삶을 어떻게 개선시킬 것인가를 연구해야 한다.

그리고 혹시라도 그들이 벌려놓은 ‘판’에 말려들지 않으려면, 우리에게도 ‘사실의 일부가 그것의 전부는 아니’라는 생각이 필요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