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째 전국에서 가장 비싼 집 트라움하우스 박성찬 회장이 건축 -부르고뉴 석 2000톤 공수해 유럽 고성 재현...네덜란드 국왕 방한 시 파티 장소로
[헤럴드경제=슈퍼리치섹션 성연진ㆍ민상식 기자] 지난해 11월 네덜란드 국왕 방한 당시 리셉션 장소는 딱 두 곳이었다. 신라호텔 영빈관과 라움. 전자는 누구나 아는 곳이지만, 후자는 낯설다.
독일어로 ‘공간’을 뜻하는 라움(Raum)은 전직 청와대 관료가 자녀 결혼을 진행하기도 했고, 기업 총수가 개인 자선파티를 즐기는 곳이기도 하다. 연예인이나 재계 3, 4세도 이곳을 자주 찾는다. 전직 대통령 부인의 생일 파티가 열리기도 했다. 외부인의 출입이 통제돼 더 편안한 사적 교류를 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그러나 단순히 ‘아무나 올 수 없다’는 것만으로 네덜란드 국왕부부의 파티 장소로 선정되진 않았을 터. 라움은 어떻게 유럽 왕가의 깐깐한 취향을 만족시켰을까.
라움을 만든 이는 10년째 한국에서 가장 비싼 주택으로 기록된 서초동 트라움하우스를 지은 박성찬 트라움S&C 회장이다. 트라움하우스 5차는 공시지가 61억원으로 10년 연속 전국 최고가 주택으로 알려졌다. 지하 방공호와 가구 당 전용 엘리베이터가 있는 이 주택은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도 소유하고 있을 정도로 가격에 걸맞은 최고급 주택으로 유명하다. 박 회장은 주택에서 선보인 장인정신과 노하우를 ‘라움’에도 그대로 옮겨왔다.
네덜란드 국왕의 파티는 특별했다. 꽃의 나라 네덜란드 왕가는 타국 방문시 1t에 달하는 꽃을 직접 공수하기로 유명하다. 빌럼 알렉산더라 네덜란드 왕 부부가 라움 방문 시, 라움은 네덜란드 색인 주황색 꽃으로 온통 둘러싸여 있었다. 라움 셰프 팀의 특별식도 준비됐다. 이 곳에서 일하는 200여명의 직원 중 50여명이 전속 셰프 팀에 속해있다.
외국인을 위한 한국 전통 음식을 별도로 마련했고, 120명의 네덜란드 사절단이 전통 한식에 양식을 가미한 퓨전 메뉴도 준비해 왕가의 호평을 받았다. 무엇보다 유럽 왕가를 만족시킨 부분은 보안이었다. 행사 전날 오후부터 모든 외부 손님이 차단됐고, 사전 확정 및 검증된 인원들도 보안 검색대를 통해 확실한 검증을 받은 뒤에야 입장할 수 있었다.
이 같은 철통보안이 가능했던 까닭은 라움이 ‘성(Castle)’을 모티브로 한 곳이기 때문이다. 라움은 스코틀랜드에 있는 스키보 캐슬을 본떠 만들어졌다. 철강왕 앤드루 카네기가 가족들과 함께 하기 위해 구입한 고성이자, ‘카네기 클럽’ 멤버들이 찾는 곳이다. 때문에 연건평 1만평에 4층으로 이뤄진 서울의 성, 라움은 문 밖에선 내부를 짐작조차 할 수 없도록 설계됐다.
이 공간을 만드는 데 기획 4년, 공사기간 3년, 2000억원의 투자금이 들어간 만큼 단순히 성을 흉내낸 것에 그쳤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석재는 프랑스 부르고뉴 지방의 고성과 루브르 박물관 등에 쓰인 ‘피에르 드 부르고뉴석’을 수작업으로 하나하나 떼와 공수했다. 부르고뉴석 2000톤이 쓰인 벽 마감은 미국의 파인 아트 아티스트 제니퍼 펄뮤터가 맡았다. 하루 일당이 한화로 500만원 수준인 그가, 라움의 벽면을 모두 채색했다.
샹들리에는 오스트리아 명품 크리스털 브랜드인 스와로브스키사에서 공수했고, 4층 전체 바닥엔 이탈리아산 고급 대리석 트래버틴을 깔았다. 라움에서 공연을 하는 예술가, 그리고 결혼ㆍ약혼을 하는 신부의 대기실 문은 프랑스 고성에서 직접 떼와 달았다. 이 대기실의 가구는 낸시 코자인이 디자인했다. 그는 미국 베벌리힐스 상류층에게 사랑받는 디자이너다. 미국 대권에 도전한 힐러리 클린턴도 그의 가구를 좋아하는 것으로 알려져있다.
네덜란드 국왕 파티 시 한국계로 네덜란드에 입양된 세계적인 하피스트 라비니아 메이예르(31)의 공연이 이뤄진 체임버홀 역시 음향을 고려해 건축했다. 우선 건물 최상층에 위치시켜 도로변 소음으로부터 최대한 차단시켰다. 내부 마감재와 형태도 음향을 가장 잘 전달할 수 있도록 고려됐다. 무대 앞쪽 벽면에 부르고뉴석 석재를 사용해 음이 관객석으로 반사될 수 있도록 했고, 객석쪽 벽면은 흙으로 설계해 음이 흡수될 수 있도록 했다. 그렇지만 벽면이 모든 음을 흡수하지 않도록 벽면 사이사이에 요철을 설계해 소리를 확산시켰다. 또 천장을 반구 형태로 만드는 동시에 표면을 볼륨감있게 만들어 소리를 담아낼 수 있는 공간을 넓혀냈다. 체임버홀에서 첫 공연을 한 이는 소프라노 조수미 씨다.
2층과 3층에 위치한 정원은 유럽 대저택의 파티 공간을 옮겨놓은 것 같다. 특히 3층 폰드 가든은 연못을 품은 정원으로, 800명이 들어설 수 있는 갤러리홀과 이어져 있어 우아한 야외 파티를 즐길 수 있다. 이 곳은 무엇보다 야경이 아름다워, 재계 관계자들의 개인 파티 장소로도 애용되고 있다. 대관료는 행사 규모와 식사 메뉴, 꽃 장식 등을 어떻게 하느냐에 달라진다. 네덜란드 국왕의 경우 1억~1억5000만원 선이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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