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이해준 기자]2000년대 중반 이후 생산성이 증가하더라도 이것이 고용을 증가시키기보다는 임금만 빠르게 올라가게 하는 등 노동시장의 인적자원 배분기능이 저하되고 있으며, 그 주요 요인은 정규직에 대한 과보호라는 주장이 제기됐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11일 ‘노동시장의 인적자원 배분기능 효율성’ 연구보고서를 통해 이같이 지적하고, 노동시장의 이중구조를 완화하기 위해서는 정규직 고용보호 수준을 완화하고 비정규직 차별 최소화 정책을 병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러한 KDI의 주장은 정규직 보호 완화에 초점을 맞춘 정부의 노동정책이 노동시장의 하향 평준화를 가져와 가뜩이나 열악한 한국 노동자들의 고용조건을 악화시킬 수 있다는 노동계의 주장과 정면으로 배치되는 것이어서 논란이 예상된다.
김대일 KDI 겸임연구위원 겸 서울대 교수는 이번 보고서에서 통계청의 ‘광업 및 제조업 조사’ 자료를 활용해 생산성 향상이 고용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 2000년대 중반 이후 고용에 미치는 효과는 낮아진 반면 임금에 미치는 영향은 높아졌다고 지적했다.
제조업의 생산성 충격이 고용에 미치는 효과 계수는 1991~2006년 사이 0.467에서 2005~2012년 0.033으로 크게 낮아졌다. 2006년까지만 해도 생산성 증대가 고용을 증가시키는 효과를 냈지만 2005년 이후부터 그 효과가 거의 0으로 하락한 것이다.
반면 임금효과 계수는 같은 기간 0.285에서 0.130으로 감소했지만, 어느 정도의 임금증가 효과는 지속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상용직(정규직)과 비상용직(비정규직)으로 나누어 그 영향을 측정한 결과 상이한 결과가 나왔다. 생산성 충격에도 상용직은 고용 변동이 거의 없이 임금만 유의하게 반응한 반면, 비상용직은 임금 변동이 거의 없이 고용만 크게 반응한 것으로 나타났다.
김 교수는 “산업별 노동수요의 증가가 고용의 확대로 연결되기보다는 해당 산업 내의 임금인상으로 연결되는 경향이 심화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며 이는 “정규직에 대한 고용보호 수준이 강화돼온 점에 기인할 가능성을 시사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보고서는 “노동시장 경직화는 사회의 인적자원을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없게 함으로써 성장에 장애요인으로 작용할 뿐 아니라 양극화를 심화시키는 요인”이라고 지적했다. 따라서 “노동시장의 효율적 배분과 노동시장의 이중구조(dualism) 완화를 위해서는 정규직에 대한 고용보호 수준을 완화하는 한편 비정규직에 대한 차별을 최소화하는 정책들을 병행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보고서는 동시에 “정규직에 대한 고용보호 수준 완화를 전제로 비정규직에 대한 차별을 최소화하고 노동공급을 확대하는 정책들을 병행하는 것이 노동시장의 자원배분 효율성 및 사회통합을 제고하는 보다 지속가능한 방향”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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