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함영훈 김진원 기자] 이완구 전 국무총리와 홍준표 경남지사가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측으로부터 돈을 받을 때 과거 금품수수 사건에 비해 훨씬 작은 용기에 담긴 것으로 드러나면서, 5만원권의 위력이 새삼 확인됐다.
2009년 6월 이전에는 돈 전달 흔적을 남기지 않기 위해 현금을 사용해봐야 1만원만을 쓸 수 있기 때문에 1억원 안팎을 전달하는 데에도 007가방, 라면상자 정도는 필요했고, 2억원 이상이면 생산지에서 출하할 때 쓰는 큰 사과상자나 골프백 등이 사용됐다.
심지어 100억원 이상이 건너갈 때엔 1만원권이 가득 담긴 소형 냉동탑차를 이용하거나 무기명 채권으로 교환해 책 속을 파서 쏙 집어넣은 뒤 책 한권 달랑 전달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번 사건 수사결과, 사용된 현금은 모두 5만원권이었으며, 돈 전달 용기는 쇼핑백, 티슈 상자 크기의 소형 박스, 서류봉투 등인 것으로 나타나 007가방, 사과상자, 골프백이던 시절에 비해 격세지감을 느끼게 한다.
‘경남기업 의혹 관련 특별수사팀’(팀장 문무일 검사장)은 수백명의 주변인물과 참고인에 대한 탐문 및 소환 조사를 통해, 금품 전달 방법, 전달 전후 상황을 확인하고, 성 전 회장이 ‘배달사고’ 방지를 위해 사후검증까지 한 사실을 밝혀냈다.
조사결과, 성 전 회장은 한나라당 대표 최고위원 경선 운동이 한창이던 2011년 6월 서울 여의도의 한 호텔 음식점에서 당시 경선 후보이던 홍 지사를 만난 뒤, 그날 측근에게 1억원을 만들어 윤승모 전 경남기업 부사장에게 주라고 지시했고, 윤씨를 이를 받아 그 다음날 자기 부인이 운전하는 차량을 타고 국회로 가 의원회관 707호 홍 후보 사무실에서 쇼핑백으로 포장된 1억원을 건넸다. 이를 나모, 강모씨 등 홍 지사 보좌진이 지켜보았으며, 나씨가 쇼핑백을 챙겨 나간 것으로 드러났다.
이 전 총리 3000만원 수수건에 대해, 검찰은 성 전 회장이 충남 부여 청양 재보선 선거운동이 한창이던 2013년 4월4일 오후 4시~4시30분 사이 이 전 총리의 충남 부여 선거사무실을 찾아가 독대하던 중 성 전 회장의 지시에 따라 비서가 잠시 들어와 납작한 직육면체 형태로 포장된 돈뭉치를 놓고 나간 사실을 밝혀냈다.
1억원 안팎이면 과거에는 007가방이나 라면상자를 이용해야 했지만, 이번 사건의 경우 5만원권이 사용되면서 소형화, 경량화됐다.
007가방은 8000만~9000만원, 라면상자는 1억2000만원, 사과상자는 2억5000만원, 골프채 가방은 3억~5억원 등 전달용기 별 액수까지 검증되기도 했다. 부피가 커지는 건 검은돈 거래때 겪는 1만원권의 ‘비애’이다.
5만원권이 사용된 이번 사건에서 3000만원은 티슈상자 정도로 작게 포장이 가능했지만, 1996년 교육감 선거 비리때엔 2000만원을 담는데에도 과일바구니나 케이크상자를 써야만 했다.
10년전쯤 재경부 고위간부가 007가방으로 1억원의 뇌물을 받았다는 의혹이 제기됐으나 1만원권 1만장을 넣으면 가방문이 닫히지 않는다는 주장이 받아들여지면서 무죄가 선고되기도 했다.
1997년 한보사건때 정태수 회장이 자주 쓰던 용기는 사과상자였다. 골프채 가방은 2001~2002년 ‘벤처 게이트’ 수사당시 기업의 고위관계자가 특급호텔 주차장에서 승용차 트렁크에 골프채를 싣는 수법으로 정관계 인사 대상 로비를 할 때 쓰였다.
2003년 대선자금 수사 결과, 대기업의 100억~150억원은 돈을 실은 냉동탑차나 스타렉스 승합차 등의 키를 인계하는 방식으로 한나라당에 전달된 것으로 드러나 ‘차떼기’라는 명칭이 붙여지기도 했다. 농산물 유통상이 특정 구역의 밭 채소를 통째로 매입하는 ‘밭떼기’에서 유래된 표현이다. 한 대기업은 고액권 채권을 월간지처럼 포장해 책선물하 듯 전달해 화제를 모았다.
5만원권이 등장한 이후엔 티슈상자가 등장해 눈에 띄지 않게 전달됐고, 현재 성완종 리스트팀이 수사중인 새누리당 실세 정치인 2명이 돈을 받을때엔 5만원권으로 가득 채운 흰색 봉투와 몇 개의 서류가방이 활용된 것을 알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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