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한석희 기자]올 1분기 중 나라 밖에서 긁은 카드 사용금액이 역대 최대치를 경신했다. 한국은행이 얼어붙은 소비심리에 군불을 지피겠다며 ‘1%대 기준금리’ 시대를 열었지만, 민간소비가 좀체 살아나지 않는 국내 상황과는 정반대의 모습이다. 안에선 자린고비가 되고, 밖에선 돈을 펑펑 써가며 애꿎은 다른 나라의 경기진작에만 도움을 주는 꼴이다.
한국은행이 3일 발표한 ‘1분기 거주자의 카드 해외 사용실적’ 통계를 보면 올 1∼3월 내국인의 카드 해외 사용금액은 32억1000만달러(약 3조5000억원)로 전분기 대비 0.5%(1600만 달러) 증가했다. 이는 역대 최고액인 지난해 3분기의 32억 달러를 넘어서 또 다시 역대 최고치를 경신한 것이다.
한국은행은 해외 카드 사용액이 늘어난 이유로 설 연휴와 유가하락으로 인한 해외여행객 증가를 꼽고 있다. 국내는 유가하락으로 디플레이션 우려감까지 나오고 있지만, 정작 유가하락으로 주머니가 한결 두둑해진 소비자들은 해외로 여행을 떠나 배포 큰 씀씀이를 하고 있다는 애기다.
실제 한국문화관광연구원 관광지식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올 1분기 내국인 출국자 수는 470만명으로 지난해 4분기의 415만 보다 13.1% 급증했다. 이에 따라 유학과 어학연수를 포함한 해외 여행지급 총액도 전분기 57억2000만달러에서 올 1분기엔 59억9000만달러로 늘었다. 이 중 카드로 낸 금액은 53.7% 가량인 것으로 한은은 추정하고 있다.
재미있는 점은 신용카드와 직불카드 사용액은 소폭 감소한 반면, 해외에서 체크카드를 긁는 사람들이 늘었다는 점이다. 신용카드와 직불카드 사용액은 각각 22억7800만달러, 1억6400만달러로 전분기 보다 0.8%, 7.9% 감소했다. 반면, 체크카드는 전분기 7억2100만달러에서 올 1분기엔 7억7100만달러로 6.8%가 늘었다. 최근 세제혜택 등으로 체크카드 사용이 유리해지면서 해외에서도 체크카드를 사용하는 ‘알뜰족’이 늘고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 국민이 해외에서 돈을 펑펑 쓰는 동안 외국인 관광객들은 오히려 국내에서 카드 사용이 줄고 있다. 국내 입국 외국인이 줄어든 탓이다. 무엇보다 ‘화수분’으로 통하던 중국인 관광객 수가 크게 줄은 영향이 크다. 전체 외국인 입국자수의 45% 내외를 차지하는 중국인 관광객 수는 올 1분기 143만명으로 전분기 대비 1.2% 줄었다. …
이에 따라 외국인(비거주자)이 국내에서 쓴 카드 사용액은 전분기(31억7000만달러) 대비 13.0% 감소한 27억6000만달러(약 3조원)에 머물렀다.
특히, 최근 메르스가 급속 확산되면서 중국 등 외국인들의 국내 입국이 현저히 줄어듦에 따라 올 2분기에도 이같은 현상은 계속될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hanimom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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