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먹는도중…책보는 시간에도…수시로 울려대는 상사의 ‘카톡’ 주말에도 SNS 업무지시 다반사…79%가 퇴근이후 업무지시받은 경험 사생활침해·피로도 증가 호소도
# 대기업 영업팀에서 근무하는 직장인 A(31)씨는 퇴근 후에도 퇴근했다는 시원한 느낌을 잘 받지 못한다. 친구들과 저녁을 먹다가도, 조용히 책을 보다가도 수시로 자신의 팀 ‘단톡방’(카카오톡 단체 채팅방)이 울려대기 때문이다.
“○○에서 온 메일 확인하고 처리할 것”, “판매동향 체크해서 보고” 등의 수많은 지시가 이 단톡방을 통해 내려진다.
스마트폰을 이용해 언제 어디서든 회사 메일에 접속할 수 있기 때문에 뭐라고 핑계를 대기도 쉽지 않다. 상당수는 당장 처리해야할 만큼 다급한 업무가 아니라고 느끼지만 A씨는 저녁 식사 도중에도 스마트폰을 확인하는 게 습관이 돼버렸다. 휴일도 마찬가지다. 월요일 오전에 중요한 회의라도 있으면 주말에도 팀장의 “확인해라”는 지시로 단톡방이 들썩인다.
PC나 노트북이 없어도 언제 어디서든 보고서를 내려받고, 이메일을 주고 받는 스마트 시대에 상당수 직장인들이 겪는 모습이다. 기술이 점점 스마트해질수록 일과 휴식의 경계가 희미해진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지난해 국가인권위원회가 발표한 ‘정보통신기기에 의한 노동 인권 침해 실태조사’에 따르면 직장인의 3명 중 2명(63%)은 카카오톡 등 SNS를 통해 업무 지시를 받은 경험이 있다고 응답했다. 스마트기기 업무 활용에 부정적인 경우는 ‘사생활 침해’라고 답한 사람이 36.3%, ‘업무량 증가’와 ‘피로도 증가’가 각각 22.5%로 조사됐다. 한국의 스마트화 속도를 볼 때 이같은 부정적인 영향은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취업포털 사람인이 스마트폰 메신저를 사용하는 직장인 734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68.5%가 업무 시간 외에도 모바일 메신저로 연락을 받았으며 시간대는 퇴근 이후(78.5%)가 가장 많았다. 주말(56.1%)과 연차 등 휴가기간(45.5%), 출근시간 전(32.4%) 이라고 답한 사람도 적지 않았다.
영국의 신경과학자 데이비드 루이스 박사는 쉬는 날 상사의 메시지나 전화를 받을 경우 직장인은 번지점프를 할 때나 배우자와 다퉜을 때보다 더 스트레스를 받는다”는 연구결과 발표하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한국의 일 중심 문화가 스마트 기기를 통해 더 심화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병훈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는 “우리나라는 원래도 장시간 노동으로 유명한데, 일을 최우선시하면서 자기 삶이 일에 종속돼버리는 문화가 있다”면서 “이같은 일 중심 문화가 스마트기기를 통해서 그대로 이어지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차라리 일터에 있으면 초과근무 수당이라도 나올 여지가 있지만, 스마트폰 통해 외부에서 일하면 수당도 기대하기 힘들다”면서 “만약 전체 노동 시간은 줄어든 것처럼 보인다해도 실제로는 그보다 일을 더 많이하고 있을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배두헌 기자/
badhone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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