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슈퍼리치섹션 김현일 기자]지난달 28일 새벽, 할리우드 스타 제시카 알바(Jessica Albaㆍ34)가 한국을 찾았습니다. 곧바로 오전에 서울 그랜드 인터컨티넨탈 호텔에서 진행된 기자간담회에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이날 제시카는 배우가 아닌 기업인 자격으로 취재진 앞에 섰습니다. 자신이 대표로 있는 ‘어니스트 컴퍼니(Honest Company)’의 한국 론칭을 공식 발표하는 자리였습니다.
어니스트 컴퍼니의 제품을 국내에서 단독으로 판매하게 된 ‘쿠팡(Coupang)’의 김범석(37) 대표도 이 자리에 참석해 양사의 사업협력을 자축했습니다.
두 사람은 각각 친환경 육아용품과 전자상거래로 최근 미국과 한국 시장에서 승승장구하고 있는 30대 CEO라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제시카 대표의 어니스트 컴퍼니는 창업 4년만에 기업가치가 10억달러까지 치솟으며 내년 기업공개(IPO) 가능성까지 거론되고 있습니다.
김 대표의 쿠팡 역시 지난 2월 월스트리트저널이 보도한 ‘기업가치 10억달러 이상 스타트업’에 포함되며 주목을 받았습니다. 올해로 5년된 쿠팡의 기업가치는 20억달러로 평가됩니다.
한미 양국의 떠오르는 신예 기업가이자 ‘차세대 슈퍼리치’ 간의 만남이라는 점에서 이번 두 사람의 사업협력엔 많은 관심이 쏠렸습니다. 두 사람도 기자간담회 내내 밝은 표정으로 서로 덕담을 주고받고, 셀카도 함께 찍으며 분위기를 즐기는 모습이었습니다.
하지만 현장에서 본 두 CEO는 ‘자녀 이야기’를 할 때 사뭇 진지해졌습니다. 서로 가장 큰 공감대를 보인 것도 역시 자녀에 관한 이야기였습니다.
김 대표는 이제 막 두 돌이 된 아들과 6개월 된 딸을 두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제시카 대표 역시 7살과 3살난 두 딸의 엄마로 유명하죠. 특히, 제시카 대표의 경우 딸 때문에 친환경 사업에 뛰어들었다는 사실은 이미 본지 ‘내일은 슈퍼리치’ 코너를 통해 소개해드린 바 있습니다 [관련기사]내일은 슈퍼리치!⑤"내딸들을 위해 독하게 만들었다". 여배우에서 유아용품사업가로 성공한 제시카 알바 2008년 첫 아이를 낳고 구매한 육아용품과 생활용품에 버젓이 독성 물질이 포함된 것을 보고 충격을 받은 제시카 대표는 이후 3년간 직접 친환경 제품 연구개발에 나섰고, 이것이 결국 지금의 사업으로 이어진 것입니다. 엄마의 마음으로, 엄마를 위한 제품을 만들었다는 그녀는 프레젠테이션 내내 ‘엄마’와 ‘건강’이라는 단어를 반복 사용했습니다.
그럼 제시카 대표는 쿠팡의 어떤 점에 이끌려 한국 사업 파트너로 김 대표를 택했을까요?
제시카 대표는 “글로벌 사업협력을 추진할 때 아이 키우는 부모와 잘 소통할 수 있는 파트너를 찾는다”며 “쿠팡이 엄마들과 긴밀한 관계를 유지한다는 점에서 훌륭한 기업이라 생각해 사업 파트너로 정했다”고 밝혔습니다. 이어 “아이 빌리브 쿠팽!(I believe Coupang!)”을 연발하기도 했습니다.
실제로 쿠팡은 국내 다른 전자상거래 업체들보다 유아동 제품 부문에서 강한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김 대표는 “쿠팡의 하루 기저귀 판매량이 6만팩에 달한다”며 엄마들로부터 큰 지지를 받고 있음을 강조했습니다. 아울러 “엄마들이 상상하는 것, 원하는 것을 모두 이뤄드림으로써 단순히 상품을 구매하는 e커머스(e-commerce) 기업 이상이 되고 싶다”는 포부를 내비치기도 했습니다.
쿠팡이 지난 3월 도입한 ‘2시간 내 배송 서비스’도 김 대표가 추구하는 ‘엄마친화적’ 서비스의 일환으로 볼 수 있습니다. 기저귀나 생활용품 등 급하게 필요할 수 있는 상품은 당일 2시간 내에 배송하겠다는 계획입니다. 육아 때문에 외출에 어려움을 겪는 엄마들을 위한 서비스라고 할 수 있습니다. 3일, 손정의 회장이 이끄는 소프트뱅크로부터 10억달러라는 대규모 투자를 유치한 배경에도 이러한 쿠팡의 차별화된 배송 시스템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초보아빠’ 김 대표가 아직 기저귀가 한창 필요한 두 아이를 기르며 겪은 경험도 어니스트 컴퍼니와의 파트너십에 영향을 줬다고 합니다. 김 대표는 “한국 아이들 피부가 민감한데 기저귀에 유독성 화학물질이 그렇게 많은지 몰랐다”고 털어놓았습니다. 이어 “굉장히 과학적인 어니스트 컴퍼니를 보고 팬이 됐다”며 “그런 회사를 창업한 제시카 대표가 존경스럽다”는 말로 사업 파트너를 ‘흐뭇’하게 했습니다.
두 아이의 엄마와 아빠이자 30대 CEO라는 공통분모 외에도 두 사람이 닮은 점은 또 있습니다. 바로 새로운 분야에 도전해 성공했다는 점인데요, 성공한 IT 기업가들이 대부분 공대 출신인 데 반해 김 대표는 정치학 전공자이자 경영 컨설턴트로 일하다 IT 부문 사업에 나서 단기간에 성과를 냈습니다.
제시카 대표의 성공 또한 기존의 여성 연예인 부호들과는 다른 사례로 평가됩니다. 미국의 셀러브리티 중 여성 부호로 자주 거론되는 가수 비욘세와 마돈나, 방송인 오프라 윈프리는 모두 자신의 전문분야라 할 수 있는 음악과 미디어 활동으로 자산을 일궜습니다. 반면, 제시카 대표는 사전지식도 없던 전혀 무관한 분야에 도전해 자수성가했다는 점이 앞선 여성 부호들과 다른 점입니다.
그런 점에서 이번 제시카 대표와 김 대표의 사업협력은, 비슷한 시기에 출발해 나란히 성장가도를 달리고 있는 스타트업 대표간의 만남이란 점에서도 의미가 있지만 새로운 분야에 도전해 성공한 엄마 아빠들이 ‘맘(Mom)을 위해 의기투합’했다는 점에서 더욱 기대를 모으고 있습니다.
(※ 한편, 제시카 대표는 기자간담회를 마치고 당일 서둘러 미국으로 향했습니다. 새벽에 입국해 오후에 출국하는 강행군이었습니다. 평소 ‘친한파(親韓派) 해외스타’로 불리는 만큼 한국에서 휴가를 즐길 법도 한데 말이죠. 아마도 3일 뒤면 생일이라던 큰딸이 눈에 밟혔나 봅니다. 그렇게 여성 기업인이자 엄마로 바삐 살아가는 제시카 대표는 또 한 번의 해외진출 성과를 달성하고 딸들이 기다리는 집으로 떠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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