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픔에 뒤엉킨 귀환, 부산외대 피해학생들 18일 오후 가족 품으로…

[헤럴드경제=윤정희(부산) 기자] 경주로 신입생환영회를 갔다가 다행히 참변을 면한 부산외국어대학교 학생 890여명이 학교로 돌아와 애틋한 가족들의 품에 안겼다.

학생들을 태운 버스가 부산 남산동 캠퍼스에 도착한 시간은 오후 12시 40분께. 버스에서 내리는 학생들의 모습은 초췌하고 어두웠다.

올해 입학을 앞두고 신입생환영회에 참석했던 유럽미주대학 스페인어학과 박홍선(20세) 학생은 친구들을 앗아간 참사에 할말을 잃었다. 몸은 괜찮냐는 질문에 말없이 고개만 끄덕일 뿐이었다. 새내기 남학생의 눈망울엔 친구들의 사망소식에 깊은 상실감이 묻어있었다.

또다른 미주대학 소속 최모 학생은 “우리과가 식사를 위해 다른 곳에 있었기에 다행이 몸은 다친데가 없었지만, 친구들이 많이 다치고 목숨을 잃어서 가슴이 아프고 눈물이 난다”고 울먹였다. 학교에 도착한 학생들은 인솔자를 따라 학과 교수의 면담을 받은 후, 부모님과 함께 집으로 돌아갈 수 있었다.

같은 학교 비지니스일본어학과 2학년에 재학중인 이동우(21세) 학생도 사고를 당한 후, 17시간 만에 어머니를 만날 수 있었다. 사고 당시 강당 맨 앞줄에 앉아있었던 이 씨는 천정에서 떨어진 판넬에 발등을 찍혀 부상을 입었다. 천정 중앙부가 내려앉아 출구를 찾을 수 없어 창문을 넘어 겨우 탈출했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이 학생의 어머니 A모 씨는 “아들이 살아돌아와 기쁘다”며 “누구의 잘못이든 다시는 이러한 일이 발생해서는 않도록 학교와 정부가 노력해 달라”고 당부했다. 특히 이 군은 4월22일 군입대를 앞두고 있어 어머니의 감정은 더욱 만감이 교차했다고.

사고 당시 강당에서 참사를 직접 경험했던 아시아대학 학생들은 집으로 돌아오기 위해 도착한 버스에도 선듯 올라서지 못했다. 불과 몇시간 전 경험했던 악몽같은 기억에 공포감을 떨칠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선배들이 불안에 떠는 후배들을 다독이는 데에도 상당한 시간이 지나갔다.

오전 내내 짙게 내리던 눈발이 서서히 약해지면서 서너 시간만에 학생들은 용기를 내 말없이 버스에 올랐다. 오후 1시30분께 버스에 오른 학생들은 2시가 훨씬 넘어서야 학교로 돌아와 비로소 부모님 품에 안길 수 있었다.

아시아대학 신입생 학부모라고 밝힌 박모 씨는 늦어지는 아들 소식에 가슴이 새카맣게 타들어갔다. 박 씨는 “오전에 다리를 다쳐 퉁퉁부어올랐다는 얘기를 듣다가 전화가 끊겼다”면서 “버스가 늦어지면서 상태가 더 나빠지지 았았을까 걱정돼 가슴이 심하게 떨렸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행사를 주관한 학생회 사무실은 입구가 굳게 잠긴채로 외부인의 출입을 극히 꺼렸다. 사무실 내부에는 학생회 임원 몇명만이 의자에 앉아 멍한 표정으로 믿기지 않는 현실을 애써 잊으려 노력하는 모습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