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고승희 기자] 한 때 ‘라디오스타’는 하나의 카테고리 안에 연예인 네 명을 몰아넣는 독특한 조합으로 시청자와 만났다. 매주 하나의 테마로 연예인을 섭외했다. 속된 말로 ‘대세’와 ‘듣보잡’이 한 자리에 모였고, 방송 출연이 거의 없던 연예인들은 하루 아침에 스타가 되기도 했다.
올 한 해 방송된 ‘라디오스타’의 테마를 살펴보면 상당한 안일함이 보인다. 연결고리라곤 전혀 없어보였던 연예인들의 이색적인 조합으로 ‘라스’만의 섭외법칙을 세웠던 것과 달리, 영화ㆍ드라마ㆍ공연 홍보를 위한 스타들이 한 자리에 모이는 경우가 잦다. 자사 인기 예능 프로그램인 ‘복면가왕’ 특집, ‘진짜 사나이 여군특집’, ‘나 혼자 산다’ 특집이다. 흥미롭게도 이 때마다 제작진이 내건 묘수는 부제에서 나온다. ‘나 혼자 산다’ 출연진인 김동완 육중완 강남 황석정이 출연해도 부제는 ‘자취하는 남자! 잘 취하는 여자!’ 특집이었다. 개봉을 앞둔 영화의 출연배우를 부르고, ‘뮤지컬 스타’ 특집이라며 예능 출연이 잦지 않은 옥주현 이지훈 신성록 김수용을 원탁테이블에 앉혔다. 알고보니 이들은 오는 13일 막을 올리는 뮤지컬 ‘엘리자벳’의 출연배우들이다.
지상파 토크쇼가 위기 일로에 놓인 큰 이유 중 하나는 출연작 홍보에 급급한 연예인들이 채널을 바꿔가며 출연해 같은 이야기를 반복재생했던 데에 있었다. 그러다 여유가 생기면 자기 이야기를 풀어놓는다. 이미 시청자들은 다 알고 있고, 그래서 하나도 궁금하지 않은 신변잡기성 이야기였다.
그에 반해 ‘라디오스타’는 목적을 가진 스타 대신 새로운 주제를 통한 연예인 조합으로 토크를 하며 신선한 돌풍을 일으켰다. 재발견된 스타의 숫자도 적지 않았다. 지금의 ‘라스’와는 참 많이 달랐다.
게스트 섭외만 놓고 보자면, ‘라디오스타’ 역시 한 때의 뻔한 토크쇼와 다르지 않아보인다. 다만 ‘라디오스타’가 여전히 6%대의 시청률을 유지하며 방송 내내 출연자를 실시간 검색어에 올리는 등 화제를 모으는 데에는 이와는 무관하게도 프로그램만의 또 다른 색깔이 분명히 자리잡았기 때문이다.
작가들의 철저한 사전조사와 인터뷰를 통해 출연자들의 과거와 현재를 탈탈 턴 뒤, MC들은 그들을 압박한다. 출연자에 대한 배려라고는 결코 찾아볼 수 없는 MC들은 일단 자기들을 향한 물고 뜯기도 서슴치 않기에, 그 앞에 선 게스트는 자연스럽게 자신을 내려놓을 수 밖에 없는 상황이 된다. 일종의 ‘무장해제’다.
‘라디오스타’ 역시 장수예능의 반열에 올라선 데다 프로그램 초반 독하고 센 토크로 화제를 모았기에 연예인들 사이에서도 이미 학습효과가 있다.
이날 방송에서도 옥주현은 오랜만의 예능나들이이자 ‘라디오스타’ 출연의 부담감을 토로했으나, 윤종신은 “’라디오스타’는 배려하면 재미가 없어진다”고 말했다. 이에 김구라는 “나는 윤종신 씨가 이렇게 얘기하는 게 ‘라디오스타’의 철학을 자기가 만든 것처럼. 뭐가 안 되요”라고 흥분하며 티격태격하는 모습을 보였다. 출연자를 향한 배려도 서로를 향한 배려도 없다. MC들은 게스트의 입이 열릴 때까지 물고 늘어지기를 반복한다.
10일 방송분에서도 출연자들은 ‘엘리자벳’ 공연을 앞두고 나선 자리였으나 다양한 이야기를 풀었다.
옥주현은 이지훈에게 품었던 연정까지 공개했다. 방송에서 옥주현은 “이지훈은 나의 왕자님이었다”며“정말 팬이었다. 이름을 칼로 파서 새긴 걸 CD 사이즈로 만들어서 앨범에 끼워 선물했었다”고 말했다. 이에 이지훈은 “가지고 왔다”며 옥주현이 선물한 CD와 편지 내용까지 공개했다.
그러면서 옥주현은 “처음부터 나의 왕자님이었다. 근데 오빠… 아 얘기하면 안되겠다”고 말했고, 이지훈은 표정관리를 못하며 미소를 짓기만 했다. 이지훈은 “그 때 핑클 멤버들에게 한참 욕을 먹었다. 주현이의 마음을 뺏어가 놓고선 어떻게 몰라라 할 수 있냐고 말이다”라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MC 윤종신은 이를 놓치지 않았다. 윤종신은 “지훈 씨 당시 여자친구는 지금 잘 됐죠”라고 물었고, 옥주현은 “네”라고 재빠르게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시청자가 미처 알지 못하는 정보와 당시 상황에 대한 이해 등이 바탕해야 ‘밀당’(밀고 당기기)도 가능하다는 점은 ‘라스’의 네 MC가 보여주고 있다. 여전히 난무하지만 눈엣가시 같은 ‘홍보성 출연’을 위한 토크쇼라도 이 만큼만 하면 화살은 피한다. 홍보하러 나왔다가 탈탈 털려 돌아가는 게스트가 많아질수록 그렇다.
sh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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