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이수민 기자] 유럽연합(EU)의 바람과 상반되는 결과를 보여준 그리스의 국민투표 결과가 유로존 내부의 갈등을 증폭시키고 있다. 그리스 문제의 해법을 두고도 의견이 엇갈리고 있는 가운데, 만에 하나 그렉시트가 현실화될 경우 반EU 정서가 확산돼 연쇄적인 EU 탈퇴를 고려할 것이라는 우려까지 나올 정도다.
유로존은 지난 1999년 1월 재정통합 없이 화폐 통합만을 토대로 출범해 태생적 결함을 안고 시작되면서 구조에 대한 비판은 끊이지 않았었다.
유로존 역내에서 재정의 이전이 자유롭게 이뤄지지 못하면서 경제 상황은 다르지만 동일한 금리와 환율이 적용되면서 재정정책이라는 보완없이 불균형은 더 커지는 구조인 것이다.
화폐 통합만 이뤄진 상태에서 역내 회원국 간의 경상수지 격차는 확대됐고, 그리스를 중심으로 경쟁력이 떨어지는 회원국들의 확장적 재정정책이 악순환을 일으킴에 따라 남유럽발 재정위기는 시작된 것으로 평가된다.
경제가 강한 나라는 계속 강해지고, 약해진 나라는 더 약해지난 부익부 빈익빈의 양극화가 진행된 셈이다. 그리스가 유로존에 가입하지만 않았어도 위기가 이처럼 오래가지는 않았을 것이란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이 때문에 지난해 5월 실시된 유럽의회 선거에서도 반EU를 내세운 내건 극우 및 극좌파 정당들이 득세했다. 프랑스의 극우정당인 국민전선(NF), 영국의 극우 성향 영국독립당(UKIP), 그리고 그리스의 시리자가 각각 자국에 배정된 의석을 가장 많이 가져갔다.
최근 포르투갈에서는 긴축 반대, 세금 감면 등을 외치며 시리자와 비슷한 행보를 걷고 있는 사회당이 여론 조사상 앞서고 있다. 폴란드 대선 결선 투표에서도 폴란드의 유로존 가입에 반대한다고 공공연히 밝혀 왔던 안드레이 두다 후보가 당선됐다. 스페인 지방선거에서도 좌파정당 ‘포데모스’를 중심으로 ‘좌파연합’이 주요 도시 의회를 장악했다.
그렇다고 유로존의 맹주인 독일 여론이 좋은 것은 아니다. 앙겔라 메르켈 총리는 그리스의 유로존 잔류를 희망해 왔다. 하지만 강경론으로 흐르는 독일 여론의 기세가 만만치 않다. 협상 과정에서 ‘그리스를 지원하느라 내 세금이 털린다’라는 시민 인식과 ‘그리스 퍼주기’라는 정치권의 비판 담론이 번졌기 때문이다. 메르켈이 속한 집권 기독민주당 의원들도 3차 구제금융은 없다고 선을 그을 정도다.
유로존의 맹주인 독일과 나머지 유럽간 감정의 골이 이번 그리스 사태로 더욱 깊어지는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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