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원들 창의적이고 다양한 사고 유도 스냅챗·페북 수십억 들여 사옥 벽화그려 젊은 IT부호들 ‘일터 = 문화예술공간’ 인식 취향 보여줄 예술품 투자에 아낌없는 투자

[슈퍼리치섹션] 에반 스피겔(Evan Spiegel)은 전 세계 억만장자들을 나이순으로 줄 세웠을 때 가장 뒤에 서있는 부호입니다. 올해 겨우 24살이지만 자산은 15억 달러로 평가됩니다. 우리 돈으로 1조6700억원에 달하는 어마어마한 액수죠. 스냅챗의 몸집이 급속도로 불어나면서 스피겔은 새 보금자리를 알아봐야 했습니다. 그 결과 스냅챗은 올 2월 캘리포니아주 베니스 해변가에 있는 건물 두 채를 추가로 임대했습니다.

스피겔, 길거리 미술가들 작품으로 신사옥 채워=미술에 막 빠져 지내던 스피겔은 신사옥을 파격적으로 꾸몄습니다. 일단 고등학교 친구이자 미술가 와이어트 밀즈(Wyatt Mills)를 회사로 불러 건물 빈 벽 하나를 고르라고 했습니다. 밀즈는 널찍한 건물 외벽을 택했고, 스냅챗은 친구에게 벽화를 맡겼습니다. 덕분에 스냅챗 사옥 외벽엔 지나가는 사람들의 눈길을 잡아끄는 기묘하면서도 거대한 작품 하나가 탄생할 수 있었습니다. 이외에도 스피겔은 밀즈의 미술품 두 점을 개인 돈으로 사들여 사무실에 걸어 놓았습니다.

최연소 억만장자의 미술사랑은 여기서 끝이 아니었습니다. 스피겔은 LA에서 활동하는 길거리 예술가 ‘땡큐X(ThankYouX)’에게 사옥에 걸어 놓을 그림을 부탁했습니다. 땡큐X가 그린 그림 13점은 현재 스냅챗 신사옥에 걸려 있습니다. 땡큐X는 스피겔로부터 대가로 얼마를 받았는지 함구하고 있지만 경제전문지 ‘비즈니스 인사이더’는 땡큐X가 수백만 달러에 달하는 스냅챗 주식을 스톡옵션으로 받았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땡큐X의 본명은 라이언 윌슨(Ryan Wilson)입니다. 윌슨은 지난해 지인의 소개로 스피겔과 만나 한 시간동안 미술과 음악, 테크 등에 대해 긴 대화를 나눈 적이 있었습니다. 이것이 인연이 돼 윌슨의 그림이 스피겔 신사옥에 ‘입성’할 수 있었던 거죠.

저커버그, 사옥 벽화 그려준 미술가에게 주식 40억원 건네=마크 저커버그(31ㆍ자산 334억달러)도 2005년 팰로 앨토에 있는 페이스북 사옥에 입주할 때 벽화를 그려줄 미술가부터 물색했습니다. 저커버그의 선택을 받은 ‘행운의 주인공’은 바로 한국계 그래피티 아티스트 데이비드 최(David Choe)였습니다.

저커버그는 벽화를 그려준 데이비드에게 현금과 페이스북 주식 중 하나를 선택하라고 했고, 데이비드는 ‘영리하게’ 주식을 택했습니다. 당시 데이비드가 받은 주식의 가치는 377만달러(약 42억원)였습니다. 그리고 7년 뒤 잭팟이 터졌습니다. 2012년 페이스북이 상장하면서 데이비드의 주식 자산도 2억달러(약 2200억원)로 불어난 거죠. 이후 데이비드는 페이스북 신사옥에 무보수로 벽화를 그려주며 ‘고마움’을 표했습니다. 이처럼 저커버그와 스피겔은 사옥도 평범함을 거부하고 미술관처럼 꾸미는 데 상당한 돈을 쏟아붓고 있습니다. 신세대 부호들의 관심이 ‘페라리에서 피카소로’ 옮겨가고 있는 것 아니냐는 얘기가 나올 정도입니다.

▶미술에 빠진 젊은 부호들, 사옥도 ‘예쁘게’=이들보다 앞선 세대에선 빌 게이츠나 래리 엘리슨, 폴 앨런 등이 상당한 규모의 미술품들을 소장하고 있는 것으로 유명하죠. 게이츠와 엘리슨의 뒤를 이어 미술에 관심 있는 신세대 억만장자들이 대거 등장하면서 요즘 각 갤러리도 부호들과의 접점을 늘리고 있습니다. 마리사 메이어(40ㆍ자산 3억달러) 야후 CEO와 SNS ‘팻(Path)’을 창업한 데이브 모린(35ㆍ1억달러)은 현재 샌프란시스코 현대미술관(SF MOMA) 이사진에 앉아 있습니다.

SF MOMA는 또 수익사업의 일환으로 ‘FOG 디자인 아트 페어(FOG Design + Art Fair)’라는 전시회를 개최하고 있는데 브라이언 체스키(33ㆍ19억달러) 에어비앤비 창업자와 마크 핀쿠스(49ㆍ10억달러) 징가 창업자, 제레미 스토플먼(38ㆍ2억달러) 옐프 창업자 등이 FOG 위원회 멤버로 참여하고 있습니다. 여기에 올해엔 인스타그램 창업자 케빈 시스트롬(32ㆍ8억달러)까지 합류할 예정이라고 하네요. 이쯤 되면 웬만한 젊은 IT부호들이 모두 미술에 발을 들인 셈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그 중 브라이언 체스키는 이미 에어비앤비 샌프란시스코 신사옥을 그림으로 꾸민 바 있는데요. 2013년 그의 부탁을 받은 일러스트 작가 티모시 굿맨(Timothy Goodman)은 사옥 건축에 쓰다 남은 합판 조각들에 일러스트를 그렸고, 현재 총 115점이 에어비앤비 사내식당 한쪽 벽면에 걸려 있습니다. 에어비앤비 직원들이 각자 기억하는 ‘특별한 순간’을 일러스트로 표현했다고 합니다.

신세대 부호들은 겉으로 잘 드러나지 않더라도 조용히 즐기면서 자신의 취향을 보여줄 수 있는 예술에 돈을 아끼지 않고 있는 것이죠.

회사를 단지 일하는 공간만이 아닌 문화예술의 장으로 바라보는 그들만의 안목도 엿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