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 경제=서지혜 기자] “많이 없어지긴 했지만…‘여자가 술을 따라야 제맛이지’라는 말을 하는 과장급 이상 선배들이 종종 있어요” “결혼 안 한 여경 중에는 형사과를 가고 싶어하는 사람들도 많지만 여전히 꺼리는 분위기가 만연합니다”

여경이 신설된지 올해로 69년이 됐지만 여전히 경찰조직은 남성중심이다. 다른 공무원 조직에 비해 여성의 비율이 낮고, 고위직에 진출한 여경도 많지 않다.

<사진>다음달 1일은 제69주년 ‘여경의 날’이다. 과거에 비해 여경의 수가 늘어났지만, 여전히 그들은 경찰 내 소수자들일 뿐이다. 여경 특유의 ‘소프트 파워’를 발휘하기 위해선 그에 앞서서 근무환경 배려 및 처우개선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서울 종로구 창신동 2기동단 24 기동대 여자경찰관들이 출동에 앞서 인사를 하고 있다. 박현구 기자/phko@heraldcorp.com
<사진>다음달 1일은 제69주년 ‘여경의 날’이다. 과거에 비해 여경의 수가 늘어났지만, 여전히 그들은 경찰 내 소수자들일 뿐이다. 여경 특유의 ‘소프트 파워’를 발휘하기 위해선 그에 앞서서 근무환경 배려 및 처우개선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서울 종로구 창신동 2기동단 24 기동대 여자경찰관들이 출동에 앞서 인사를 하고 있다. 박현구 기자/phko@heraldcorp.com

경찰청에 따르면 여성 경찰관이 신설된지 69주년을 맞는 올해 전체 경찰 11만169명 중 여성경찰은 1만351명에 불과하다. 지난 2005년 여경채용목표제와 여경승진목표제가 시행됐지만 10년이 지난 지금도 여경비율은 9.4%로, 10%가 채 되지 않는 상황이다.

여경이 고위직에 오르기도 하늘의 별따기다. 현재 총경 이상의 여경은 11명, 경감 이상 관리자는 480여명에 불과하다. 검찰이나 외교부 등 다른 공무원 조직이 20%~30% 가량의 여성 간부 비율을 유지하고 있는 것에 비하면 터무니 없이 적은 수치다.

간부급 여성경찰이 적다보니 자연스레 조직 곳곳에 성차별적 문화가 만연한다.

‘커피심부름’을 시키는 과장급 관리자가 있을 뿐 아니라 최근에는 일부 경찰서에서 여성 경찰에 대한 성희롱 문제가 발생하기도 했다.

지난 5월에는 영등포경찰서 소속 경위가 지난 3월부터 두달여 간 같은 지구대에 근무하는 후배 여순경의 허벅지를 만지고 “같이 자자”고 말하는 등 성희롱을 한 혐의로 구속됐다.

또한 지난 2013년에는 경기도의 한 경찰서장 출신 A씨가 부하 여경을 20여 차례 성추행, 성희롱하다 해임된 사건도 있었다.

A씨는 2012년 경찰서장 근무 당시 부속실 주무관인 여경에게 “여자가 리드하는 것이 좋다”는 식의 성희롱 발언을 하고, 신체적 접촉을 시도하기도 했다. A씨는 “해임처분을 취소해달라”고 경찰청장을 상대로 소송을 했지만 지난 17일 패소했다.

상황이 이렇자 경찰청은 다음 달부터 경력 5년 미만인 여경을 대상으로 조직 내 성추행이나 성희롱을 당한 적이 있는지 여부를 조사할 계획이다.

전수조사는 전국 경찰서의 여경 성희롱고충상담원이 5년 미만 여경을 대상으로 대면조사나 전화, 이메일 등을 통해 진행된다.

하지만 일부에서는 최근 경찰대 입시에서 여성의 경쟁률이 245대1에 달하는 등 여경의 인기가 치솟고 있고, 조직 내 여성의 비중도 날로 커지고 있는만큼 전체 경찰의 문제로 일반화시키기 어렵다는 목소리도 있다. 곽대경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최근에는 예전에 비해 여성이 중간간부급 이상이 되면 승진에서 우대를 받는 분위기도 있다”며 “남성보다 절대적으로 부족한 것은 사실이지만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계속 늘어나고 있어 점차 개선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gil@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