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김진원 기자] #. 20년 간 시부모와 두 자녀를 키우며 살아온 전업주부 A씨(47). 결혼 생활 내내 이어진 남편의 폭언과 냉대를 참다 못해 A씨는 최근 법원에 이혼 및 재산분할 청구소송을 제기했다. 재판부는 “남편은 재산의 50%인 9억원과 위자료 7000만원을 아내에게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남편 A씨가 집안의 생계를 책임져온 것은 맞지만, A씨가 묵묵히 시댁 어르신들을 모신 점, 자녀들이 ‘엄마랑 살겠다’고 해 양육을 계속하는 점 등이 고려됐다.
7일 서울가정법원에 따르면, 가사소년재판연구회가 2014년 선고된 이혼에 따른 재산분할 147건을 분석한 결과 평균 재산분할 비율은 여성 44.3%, 남성 55.7%로 나타났다. 전업주부의 경우 평균 41.3%(남자 58.7%) 분할 받아 40%를 넘어섰다.
과거에는 ‘바깥일’ 하는 남성에게 월등한 비율로 재산이 분할됐지만, 최근 들어 가사노동 가치가 점차 높게 평가됨에 따라 전업주부도 결혼한 지 15년쯤 지나면 40% 넘는 재산분배를 받고 있는 것이다.
1990년 이전에는 이혼할 때 재산 분할 청구권이 인정되지 않지만, 1991년 1월 1일부터 시행된 개정 민법(법률 제4199호)은 재산 분할 청구권을 신설했다.
결혼 후 함께 벌어 모은 재산은 명의가 누구로 되어 있든 간에 나누어 가질 수 있는 권리가 인정된 것이다.
그러나 당시만 해도 남편이 경제권을 가진 만큼 재산은 남편 것이라는 인식이 지배적이었다.
1999년 가정법원 107건의 이혼 사건 가운데 40~50%의 재산을 분할받은 여성은 20.6%에 불과했다.
가정법원의 한 판사는 “재산분할제도 도입 초기 경제 활동을 하는 남편의 재산비율을 더 높게 정했는데 이것을 ‘기여도설’이라고 한다”며 “그러나 재산분할제도 도입 25년이 돼 가면서 미국 등의 나라에서 입법으로 정한 50%를 나눠주게 하는 사례들이 국내에 소개가 되면서 이제는 가정주부라도 절반에 가까운 재산을 분할 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 됐다”고 말했다.
실제 직장생활을 하는 비전업주부 가정의 경우, 이혼시 분할비율 전체 평균은 여자 49.7%, 남자 50.3%로 대등하다.
다만 전업 주부의 평균 재산분할 비율이 상대적으로 낮다는 문제는 숙제로 남아있다.
이인철 이혼전문 변호사는 “외국의 경우 경제적 능력 없는 아내에게 자녀 양육비와 별도로 남편이 생활비를 주도록까지 하는데 비해 한국에선 아직도 조금은 여전히 보수적으로 가사 노동의 가치를 보는 것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가정법원 관계자는 “가사 노동의 가치는 과거에 비해 지속적으로 높게 평가되는 추세다”며 “그럼에도 전업주부의 재산 분할 비율이 상대적으로 낮은 것은 최근에 있었던 전국 가정법원학회에서도 소주제로 다뤄진 만큼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고민할 부분이다”고 말했다.
jin1@heraldcorp.com
<동거기간별 여성 재산분할 비율>
동거기간 전업주부 비전업주부 전체
10년 29.9% 43.5% 41.4%
20년 43.5% 50.1% 48.8%
30년 45.0% 51.4% 48.2%
*서울가정법원
<평균 재산 분할비율>
남성 55.7%
여성 44.3%
<전업주부 가정 재산 분할 비율>
남성 58.7%
여성 41.3%
<비전업주부 가정 재산 분할 비율>
남성 50.3%
여성 49.7%
<재산 규모에 따른 전업주부 재산 분할비율>
1억미만 35%
5억미만 35%
10억미만 50%
20억미만 40%
100억미만 30%
[자료 출처=서울가정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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