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홍석희 기자] 일반인들을 상대로 한 공모주 청약경쟁률은 공모 성사 여부를 가늠짓는 주요 지표로 해석된다. 수백 대 일, 많게는 수천 대 일의 경쟁률을 뚫고 주권을 배정받기 위해 줄을 서는 자금 규모는 조단위를 헤아리기도 한다. 그러나 초저금리 상황이 이어지면서, 높은 청약경쟁률에도 불구하고 상장 후 공모가를 하회하는 종목들도 많다. 옥석 가리기가 필요하다는 조언이다.
22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 17일 첫 상장된 현대차그룹 계열 광고회사 이노션은 상장 후 3거래일 째 공모가(6만8000원)보다 낮은 6만1100원에 지난 21일 장을 마감했다. 공모 당시 204대 1의 높은 경쟁률을 기록했던 것과 비교하면 초라한 수치다. 일반인 대상 공모에 참여했던 자금 규모는 모두 6조9661억원이었다. 국내 광고업계 2위 기업이고, 현대차 그룹이라는 든든한 뒷배경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주가가 약세를 면치 못하고 있는 것이다.
상반기 최대 기업공개(IPO) 건으로 언론의 집중 조명을 받았던 엔에스쇼핑도 여전히 공모가 아래에서 맴돌고 있다. 올들어 ‘백수오 사태’와 메르스 사태가 연이어 터지면서 쇼핑 관련주들의 약세가 이어진 것도 엔에스쇼핑의 주가가 약세를 보인 원인으로 분석된다. 이외에도 미래에셋생명과 싸이맥스 등도 공모가보다 낮은 수준에서 주가가 형성돼 있다. 수백 대 일의 경쟁률을 뚫기 위해 조단위의 자금이 몰렸던 것과 비교하면 실망스러운 주가 분석이다.
기대를 모았던 기업들이 상장됐지만 공모가보다 낮은 수준에서 주가가 형성되는 것에 대해 ‘공모가 뻥튀기’를 원인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대다수 기업들은 공모가가 높게 책정되기를 바라고, 주관 증권사 역시 공모가에 따라 수수료 수입이 결정되기 때문이다. 특히 지난 2007년 공모가 밑으로 주가가 하락할 경우 주관사가 공모가로 되사주는 ‘풋백옵션제’가 폐지되면서 증권사들이 공모가에 대해 책임을 지지 않게 된 것도 공모가 하회 종목들이 많이 나오게 됐다는 설명이다.
성공적인 데뷔전을 치른 종목들도 적지 않다. 이날 첫 거래가 시작된 펩트론의 경우 시초가 대비 30%가 오르면서 4만1600원을 기록하고 있다. 펩트론은 펩타이드 기반 약효 지속성 의약품 개발 업체로, 공모가는 1만6000원이었다. 증권업계에선 펩트론의 공모가가 다소 낮게 책정된 것도 상장 첫날 상한가를 기록한 원인이라 보기도 한다.
화장품 회사 토니모리도 성공적으로 증시에 입성한 사례로 꼽힌다. 토니모리는 상장 첫날 시초가가 공모가(3만2000원)의 두배인 6만4000원에 형성됐고, 이후 면세점 효과 덕분에 큰폭의 상승세를 기록하기도 했다. 공모가 밴드를 초과한 가격에 공모가가 설정되면서 다소 높은 것 아니냐는 우려를 깔끔하게 날려버린 셈이다.
조병현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하반기에 IPO가 크게 늘어나는 만큼 자금이 분산될 우려가 있다“며 ”성공적인 투자를 위해서는 공모주에 대해서도 ‘옥석가리기’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다른 증권사 관계자는 “IPO시장에서 투자 손실이 발생하면 주관 증권회사는 향후 기업공개를 할 때 투자자 유치가 어렵게 된다”며 “증권사들도 공모가를 지나치게 높게 책정하지 않고 적정 가격을 찾는데 힘을 쏟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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