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이정환 기자]서울 시내면세점의 기나긴 여정이 막을 내렸다. 지난 10일 관세청이 현대산업개발과 호텔신라 합작법인인 HDC신라면세점과 한화갤러리아타임월드, 하나투어 컨소시엄인 SM면세점에 서울 시내면세점 특허를 내줬다.

특히 호텔신라는 이번에 특허를 따냄으로써 롯데의 아성까지 위협하게 됐다. 또 명동을 벗어나 용산과 여의도 등으로 황금분활이 이뤄졌으며 기업마다 ‘희비’는 엇갈렸지만 곧바로 또다른 ‘면세점 전쟁’을 위해 다시 전열을 재정비하는 등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15년만에 서울 시내 신규 면세점 사업자 ‘황금티켓’이 배분된 이후 면세점 업계가 어떻게 변화할 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면세점 절대 강자 롯데 ‘아성’ 위협=잠잠했던 면세점 시장에 지각변동음이 들리기 시작했다.

호텔신라와 현대산업개발의 합작법인 HDC신라면세점이 이번에 신규 특허를 얻음으로써 1위인 롯데면세점 독주체제에 강력한 브레이크를 걸 것으로 보인다.

2014년 기준으로 롯데면세점은 52%, 호텔신라는 31%의 시장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다. 특히 황금알을 낳는다는 서울 시내면세점에서는 롯데가 차지하는 비중이 60.5%로 호텔신라와 배이상 격차를 보였다. 하지만 이번 HDC신라면세점의 특허 획득으로 인해 격차는 앞으로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한화 역시 최근 그룹 내 여러 분야에서 선전하는 여세를 몰아 면세업 확장을 꾀할 것으로 보여 이는 지각변동으로 이어질 공산이 크다. 이로 인해 롯데는 하반기에 만료되는 롯데면세점 소공전과 월드타워점 수성에 총력을 기울인다는 방침이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 면세시장은 롯데와 신라, 신세계가 주도하던 기존 3강 구도에서 이번 한화갤러리아 추가 면세점 사업권 획득으로 4강 구도로 재편됐다”며 “신라와 롯데의 주도권 싸움은 더욱 치열해질 것”이라고 했다.

▶면세점발 훈풍…제2명동 나오나=기존 면세점이 없는 용산과 여의도 지역이 관심을 모으면서 주변 지역상권에 면세점발(發) 훈풍이 불 것으로 보인다.

업계에 따르면 HDC신라면세점은 지역 경제까지 고려한 경제 활성화 전략, 한화갤러리아는 여의도와 한강의 관광 인프라를 활용한 관광객 유치 전략이 심사에서 높은 점수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광화문ㆍ명동 등 강북 도심에 집중돼 있는 관광 인프라를 다른 지역에도 조성, 관광산업을 육성해 지역 균형 발전을 이룬다는 정부의 의지가 반영된 부분이다.

HDC신라면세점의 경우 일본 도쿄의 ‘아키하바라’를 모델로 용산전자상가가 ITㆍ전자ㆍ관광의 중심지로 부활하도록 지원할 예정이다. 외국 관광객 대상 마케팅을 펼치고 관광객들이 면세점과 전자상가를 편하고 빠르게 오갈 수 있도록 연결 시설을 리뉴얼하고 노후된 상가의 개보수에도 지원키로 했다.

한화갤러리아는 노량진수산시장의 활성화와 함께 중소기업 상생 프로젝트를 펼치게 된다. 우선 63빌딩 면세점의 1개층 전체를 100개 이상의 국내 중소ㆍ중견 브랜드 구성해 국내 기업들의 해외 판로 개척에 일조하고, 200억원 규모의 동반성장 펀드를 확대할 계획이다.

이들 모두 외국인 관광객들을 주변 상권에까지 확산되게 하는 게 과제다. 업계 관계자는 “관광버스를 타고와 면세점 쇼핑만 하고 떠나버리는 관광객들을 붙잡기 위해선 연계 관광상품 개발 등이 필요하다”고 했다.

▶면세점 전쟁 아직 끝난게 아니다=서울 시내면세점 신규 특허 입찰에서 HDC신라면세점, 한화갤러리아타임월드가 대기업군에서 승리하면서 면세점 전쟁이 일단락 되는 것처럼 보이지만, 숨돌릴 틈도 없이 시내면세점 쟁탈전 2차 대전에 돌입한다.

가장 다급한 곳은 신세계다. 이번 실패를 만회하기 위해 신규 사업권에 도전장을 내밀 것으로 보인다. 또 동시에 부산 시내면세점 수성도 해야한다. 롯데면세점도 소공점과 월드타워점이라는 거대한 ‘황금알’을 지켜야하는 부담감이 크다.

13일 관세청에 따르면 서울 3개, 부산 1개 등 총 4개의 시내 면세점 특허 입찰 접수는 오는 9월25일 마감된다. 관세청은 응찰 기업을 대상으로 이번 신규특허와 같은 실사와 사업계획발표(PT) 등의 심사 절차를 거쳐 11월께 사업자를 선정할 계획이다.

이번 입찰은 호텔롯데의 롯데면세점 소공점과 월드타워점, SK네트웍스의 워커힐면세점 그리고 부산 조선호텔 면세점 등 모두 4곳의 특허가 모두 연내 만료되는 것에 따른 것이다.

일각에서는 기존 사업자들이 면세점 사업을 하고 있기 때문에 유리한 고지를 차지했다는 평가가 우세했지만 예단은 힘들다는 견해도 나온다.

지난 10일 신규특허 선정 발표를 진행한 이돈현 차장이“기존 특허 보유기업과 신규 신청 기업을 동일 선상에서 놓고 최대한 공평하게 평가하겠다”고 밝혔고, 이에 느긋했던 기존 사업자들의 상황이 변했다.

기존 사업자들은 면세점에 적잖은 비용을 투자한데 이어 직원들 고용문제도 걸려있어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실제 SK네트웍스는 올해 워커힐 면세점 리뉴얼을 대대적으로 진행하면서 1000억원을 투자했다. 롯데면세점 잠실점도 월드타워로 옮기면서 만만치 않은 돈을 투자한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관계자는 “기존사업자가 만일 특허를 받지 못하게 되면 투자비용은 물론 종사자들이 하루아침에 실업자가 될 수 있다”며 “글로벌 면세점 전쟁이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는 가운데 경쟁국들은 관련법을 개정하고 완화하고 있는 반면에 우리는 안방싸움에 진이 다 빠져 글로벌시장 진출도 늦어질 수 밖에 없다”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