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양영경 기자]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수입 만능주의를 ‘수입병’으로 질타한 이후 북한 관영 조선중앙TV에서 영문 상표가 자취를 감췄다. 과거 북한 매체가 공개한 자료에서는 이 같은 모습이 드러나지 않았다는 점에서 북한 사회의 모종의 변화가 감지된다.

16일 조선중앙TV가 최근 방영한 프로그램 ‘정구 운동을 대중화하여’에 등장한 북한 주민들은 운동복이나 운동화에 붙은 영문 상표를 검은색 또는 흰색 테이프로 가리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해당 영상에서 주민들이 입은 운동복 중 하나는 검은 세로줄이 삼각형 모양으로 배열된 ‘아디다스’ 상표였다. 이 도형 아래 따라오는 아디다스의 영문 표기는 검은색 테이프로 가려져 있었다.

영문 표기 없이 도형으로만 브랜드를 나타내는 ‘요넥스’ 운동복의 경우 테이프가 붙어있지 않은 것으로 미뤄, 북한은 외국 상표 중에서도 영문 표기가 있는 부분만을 가림 처리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북한은 김정은 정권에 들어서면서 ‘체육 활성화’ 기조와 함께 스포츠용품의 수요도 늘어나고 있다. 그러나 스포츠용품의 경우 각종 식료품이나 화장품 등과는 달리 북한 내 자체 생산이 어려워 수입이나 외국 지원에 의존하는 형편이다.

이런 상황에서 외국 상표 가리기에 나선 것은 김 제1위원장이 강조한 ‘국산품 소비 장려’에 부응하기 위한 조치인 것으로 풀이된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북한이 체육 대중화를 꿈꾸지만, 뒷받침하는 산업 등 현실은 이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 대북 소식통은 “외제 스포츠용품을 쓰면 ‘국산품 애용’이 마음에 걸리고, 그렇다고 안 쓰면 북한 내 ‘체육 열풍’을 외면하는 꼴이 된다”며 “이런 고민들 사이에서 북한이 나름대로의 자구책을 마련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편 김 제1위원장은 올해 초 신년사에서 외국 제품을 사용하는 것을 ‘수입병’으로 규정하고, 신발과 화장품 등 공장을 시찰할 때마다 국산화를 강조하며 ‘세계적 명품’을 만들라고 독려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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