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X·동부·대우조선 등 구조조정 실패

STX그룹, 동부그룹, 대우조선해양 등 국책은행에 의한 기업 구조조정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으면서 정책금융기관과 금융당국이 주도하는 구조조정에 대한 회의론이 불거지고 있다. 이에 따라 국책은행이 아닌 시장 중심의 기업 구조조정 토대가 마련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거세지고 있다.

▶산업은행, 잇따른 기업 구조조정 실패=금융계와 산업은행에 따르면 산은은 지난 2013년 IMF 이후 처음으로 적자를 기록했다. 관리 기업들이 부실화되면서 엄청난 대손충당금을 쌓아야 했기 때문이다. 당시 순손실액만 1조4000억원에 달했다. 지난해 순이익도 당초 목표의 30% 수준인 2000억원에 불과했다. 동시에 건전성은 악화돼 지난해 말 산은의 부실채권비율은 2.28%까지 치솟았다. 은행권 평균 부실채권비율(1.53%)을 크게 웃도는 수준이다.

산은이 최근 몇 년간 기업 관리능력에 허점을 보이면서 정책금융기관 자질 논란에 휩싸이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일각에선 전문성 부족과 대기업 온정주의로 자금을 지원하고도 기업을 정상화시키지 못하면서 혈세 낭비 지적까지 나오고 있다. 실제 산은은 STX그룹 구조조정 과정에서 부실채권이 쌓여 약 1조원의 손실을 냈다. 동부그룹 등 산은이로 구조조정에 나섰지만, 결과는 낙제점에 가까웠다. 동부건설 등 주요 계열사가 줄줄이 법정관리로 넘어가면서 산은의 구조조정 전문성에 대한 의구심이 불거지기도 했다. 시중은행들 사이에서도 산은의 역할에 대한 회의적인 시각이 나오고 있다. 회생가능성 이외의 요소들이 구조조정 과정에 작용하면서 채권단이 고스란히 손실을 떠안고 있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기업구조조정 시장에 맡겨야=이처럼 국책은행 중심의 기업 구조조정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으면서 구조조정 업무를 시장에 맡겨야 한다는 주장이 거세지고 있다. 자본시장연구원 관계자는 “은행권은 당장의 손실 부담과 파장 때문에 구조조정을 미루려고 한다”면서 “정책적 협의를 통해 기업구조조정 전문 자산관리회사를 만들고 은행들이 부실기업 자산을 기업구조조정 전문 펀드(PEF)에 넘겨서 효과적으로 정리하게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그동안 시장 논리로 정리돼야 할 기업들이 정치권과 당국 개입으로 정리가 안 되고 좀비기업으로 명맥을 유지하는 경우가 많았다”며 “총선과 대선을 의식해 정치적 이슈가 불거질 때마다 특정 기업을 살려주는 식”이라고 지적했다.

신성환 금융연구원장도 “기업 구조조정 작업이 과거 ‘은행’에서 ‘자본시장’으로 넘어갔는데, 정치적 압박에 취약한 은행이 여전히 기업 구조조정을 좌우하는 상황”이라며 “기업 구조조정이 돈의 논리로 돌아갈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황혜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