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김상수 기자]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가 오픈프라이머리ㆍ권역별 비례대표제 빅딜을 제안하면서 권역별 비례대표제 도입 여부가 여야 지도부 차원으로 확대됐다. 오픈프라이머리 도입을 두곤 여야 간 큰 이견이 없는 만큼 핵심은 권역별 비례대표제 여부다.
문제는 권역별 비례대표제가 국내에 생소한 선거제도인 탓에 백가쟁명식 논리가 난무하고 있다는 점. 근거 없는 주장이 쏟아지면서 정작 권역별 비례대표제의 취지와 현실적인 적용 방안 등을 두고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권역별 비례대표제란? = 권역별 비례대표제는 독일식 비례대표제라고도 불린다. 우선 유권자 입장에선 기존 방식과 동일하다. 현행 선거제도처럼 1인2표를 행사하면 된다. 지역구 의원 투표와 정당 투표를 각각 1표씩 행사하는 방식이다.
가장 큰 차이점은 정당투표의 중요성이다. 국회의원 300명 중 각 당이 몇 명을 차지할 것인지 정당 투표 결과로 결정하기 때문이다. 새누리당이 정당 투표에서 총 51%를 차지했다면, 지역구에서 몇 명이 당선됐든 결국 전체 국회의원의 51%는 새누리당 몫이다. 이를 권역별로 나눠 진행하기 때문에 권역별 비례대표제가 된다.
결국, 정당 지지율이 각 당의 의석수를 결정하는 기준이 되는 셈이다. 극단적으로 지역구 선거에서 전멸하더라도 정당 투표에서 50%를 차지했다면 전체 국회의원의 50%를 차지할 수 있다. 정당 투표가 지역구 투표보다 중요한 이유다.
해당 의석 중에서 지역구ㆍ비례대표 의원 수를 결정하는 건 다소 복잡하다. 예를 들어 수도권 의석수를 100석으로 가정할 때, 새누리당 정당 득표율이 50%라면 새누리당은 수도권에서 50석을 확보하게 된다. 이 50석 중에서 새누리당이 수도권 내 지역구 의원 당선자 수가 30명이라면, 20명을 비례대표로 추가하는 식이다. 다시 말해, 현행 선저제로는의석 확보가 어려운 소수정당도 정당 지지율에 따라 다수의 비례대표를 배출할 수 있다. 권역별 비례대표제는 자연스레 다당제를 유도하게 된다. ▶권역별 비례대표제는 반드시 의원 수가 증가? = 일각에선 권역별 비례대표제를 도입하면 의원 수가 증가할 수밖에 없다고 주장한다. 의원정수 증대에 따른 반감을 감안한 논리다.
정확히 보자면 권역별 비례대표제 도입 자체가 의원정수 증가로 이어지는 건 아니다. 권역별 비례대표제의 취지는 비례대표의 영향력을 강화하는 것이지만 현 지역구, 비례대표 수를 유지하더라도 도입 자체가 불가능하진 않다. 원래 제도의 취지엔 미흡할 수 있지만, 반드시 권역별 비례대표제 도입이 의원 수 증가로 이어지는 건 아니란 의미다.
지역구 의석 증가를 권역별 비례대표와 연관짓는 것도 무리가 있다. 선거구 개편에 따라 지역구가 증가할 것이 유력하기 때문에 의원정수 300명을 대전제로 한다면, 지역구 증가에 따라 비례대표 수 감소는 불가피하다. 하지만, 이는 권역별 비례대표제 도입 여부와 무관하다. 현 선거제도를 유지한다고 하더라도 같은 문제점에 봉착하기 때문. 즉, 권역별 비례대표제 도입과 비례대표 증감 여부, 의원정수 논란 등은 별개의 사안이다.
일각에선 권역별 비례대표제를 도입하면 선거관리위원회가 권고한 지역구ㆍ비례대표 2대1 비율을 지킬 수 없다고 주장하지만 이 역시 권역별 비례대표제와 무관하다. 지역구 의석 수가 증가하는 상황에서 권역별 비례대표제 도입 여부와 무관하게 2대1 비율을 지키려면 지역구 의원 수를 줄이거나 비례대표를 늘려야 한다. 즉, 권역별 비례대표제 도입 여부와 별개로 논의해야 할 사안이란 의미다.
▶권역별 비례대표제, 여야 타협점은? = 권역별 비례대표제 도입 여부의 핵심은 의원정수 증가나 비례대표 수 증가 여부가 아니다. 권역별 비례대표제를 도입하더라도 의원 수를 300명으로 유지하거나 비례대표 수를 현재보다 오히려 줄일 수도 있다.
즉, 새누리당이 주장처럼 비례대표 수 감소를 수용하고서도 권역별 비례대표제 도입은 가능하다는 의미다. 핵심은 권역별 비례대표제 도입 자체에 대한 찬반 여부다.
권역별 비례대표제를 도입하면 제1당인 새누리당이 의석 수에서 손해를 보고, 소수정당과 야당이 이득을 본다는 계산이 나온다. 새누리당 입장에선 도입을 찬성할 수 없고, 소수정당은 적극적으로 주장할 수밖에 없는 현실적 이유다. 갖가지 근거를 내세우고 있지만, 본질은 현 선거제도가 거대 당에 유리하다는 이해관계에 있다.
권역별 비례대표제 도입 자체에 합의를 본다면 현실적으로 타협할 수 있는 접점은 충분하다. 지역구 의원 수 증대를 용인하고 비례대표 수를 감소하는 건 여야 모두 크게 반발할 이유가 없다. 비례대표 수를 줄이더라도 권역별 비례대표제를 도입하는 데에 따른 긍정적 효과가 크다면 이 선에서 여야가 접점을 찾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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