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홍석희 기자]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11일 사과했다. 그는 호텔롯데 상장과 순환출자 구조 해소를 약속했다. 당일 롯데쇼핑 등 그룹 관련주들은 일제히 상승했다. 그룹 지배구조의 불투명성을 낮추겠다고 발표한 것이 주효했다. 오너 또는 총수가 사과를 하면 기업가치(주가)가 오른다는 사실이 재확인됐다.

12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전날 종가 기준으로 롯데쇼핑 주가는 9.29% 상승했다. 롯데제과(9.27%)와 롯데칠성(2.24%), 롯데케미칼(3.11%) 등 그룹 관련주들은 일제히 상승했다. 롯데그룹 ‘형제의 난’이 기업의 국적 논란으로까지 비화되며 세간에서 ‘반 롯데 정서’가 확산되자 신 회장이 직접 소방수로 나선 것이다.

그의 사과문에는 크게 세가지 방안이 담겼다. 신 회장은 호텔롯데를 상장토록 하고, 순환출자 고리를 끊어 지배구조를 투명화하겠다고 했다. 경영투명성을 높이기 위해 ‘지배구조 개선 테스크포스(TF)팀’을 설치하겠다고도 했다. 그의 약속엔 그러나 의문도 따라 붙는다. 순환출자 해소를 위해 필요한 자금 7조원을 조달하는 방법이 제시되지 않았고, 공정거래위원회와 국세청 등 관계기관들이 총 동원돼 전방위로 압박하자 마지못해 내놓은 고육책이란 평가도 나온다.

그러나 일단 주가만 놓고 봤을 땐 나쁘지 않았다는 평가가 대체적이다. 12일 개장 직후에도 롯데쇼핑은 5% 넘게 상승 출발했다.롯데그룹 관련주들도 이틀 연속 상승세다. 그간 반롯데 정서 탓에 하락 일로였던 것을 고려하면, 반등의 실마리를 제공한 것은 일단 신 회장의 사과가 주효했다는 분석이다. 그룹 사장들과 회사 노조가 신 회장 지지를 선언했고, 형제의 난 때문에 추락했던 회사 주가도 낙폭과대 평가를 받으면서 회복세란 해석이다.

그룹 총수가 대국민 사과를 하던날 회사 주가가 오른 또다른 사례도 있다. 지난 6월 23일 삼성전자 이재용 부회장이 메르스 확산과 관련해 대국민 사과를 하던날 삼성전자의 주가는 3.12% 상승했다. 이 부회장은 지난 5월 삼성생명공익재단 이사장 직을 아버지 이건희 회장으로부터 물려받았다. 메르스 확산의 진앙으로 삼성생명공익재단 산하 삼성서울병원이 지목되자 이 부회장이 직접 나서서 사과문을 읽은 것이다. 그가 직접 90도로 머리를 숙이고 병원 시스템 개선 약속을 하자 삼성생명 주가도 당일 2.87% 상승했다. 일각에선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안 처리를 앞두고, ‘반(反)삼성 정서’를 막기 위해 이 부회장이 선제조치에 나섰다는 해석도 제기됐다.

나쁜 사례도 있다. ‘땅콩회항’ 논란으로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이 대국민 사과를 한 것은 최악의 사과로 꼽힌다. 지난해 12월 12일, 대한항공 주가는 2%넘게 하락했다. 당일 조 회장은 ‘애비로서 모든 것은 저의 잘못’이라며 머리를 숙였다. 그러나 당장 반대 여론에 직면했다. ‘왜 40살이 넘은 딸의 잘못을 아버지가 대신 나와 사과하느냐’는 것이었다. 조 회장의 사과는 ‘대리 사과’ 논란으로 비화됐고, 최근에는 조현아 부사장의 수감 생활에 ‘편의 브로커’가 고용됐던 것이 드러나면서 또 한바탕 홍역을 치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