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김상수 기자]당정이 내년 예산안 편성을 두고 딜레마에 빠졌다. 경기 부진이 장기화되면서 경제성장률은 보수적으로 접근해야 하지만, 일자리 창출이나 개혁 과제 수행 등을 위해선 확장적인 예산안 편성도 불가피하다. 내년도 예산안을 놓고 열린 첫 당정협의에서도 이 같은 딜레마가 드러났다.
당정은 13일 오전 국회에서 당정협의를 열고 내년도 정부 예산안 편성 방향을 논의했다. 새누리당은 정부의 예산안이 지나치게 보수적이라며 확장적인 예산안 편성을 주문했다.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여당 간사인 김성태 의원은 당정협의 이후 기자들과 만나 “정부가 보수적으로 예산안에 접근하고 있어 경기 부양과 노동개혁에 따른 청년 일자리 확충 등의 측면에서 좀 더 재정적 뒷받침을 강력하게 할 수 있도록 요구했다“고 밝혔다.
구체적인 수치가 공개되지 않은 가운데, 정부는 내년도 경제성장률을 보수적으로 접근하고 그에 맞게 보수적으로 예산안을 편성한 것으로 보인다. 새누리당이 정부에 예산안 확장을 요구한 것도 이 때문이다.
내년은 당정 모두에게 중요한 분기점이다. 청와대는 국정 후반기를 두고 미비한 국정과제를 추진해야 할 시기이며, 새누리당은 당장 총선을 목전에 두고 있다. 한 마디로 ‘돈 쓸 일이 가득한’ 시기다. 청년 일자리 창출에도 새로 신규 채용한 기업을 대상으로 세제 혜택을 확대하기로 했으며, 임금피크제 도입 역시 각종 지원책과 맞물려 있다. 박근혜 정부의 국정과제인 창조경제 활성화도 당장 R&D 투자 지원이 이어져야 한다.
문제는 내년도 경제성장률 전망이다. 최근 중국 위안화 악재까지 겹치면서 내년도 경제 전망은 한층 불투명해졌다. 정부뿐 아니라 새누리당도 이를 인정했다. 김 의원은 “정부에 반복적인 세입 결손 문제 해소를 위해 내년도 경제성장률을 보수적으로 전망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경제성장률은 보수적으로 전망되지만 정작 예산은 확장적으로 편성해야 하는, 이율배반의 형국이다.
정작 경제성장률보다 높은 수준의 예산을 편성하게 되면 올해에 이어 내년에도 대규모의 세수결손을 피할 수 없다. 추가경정예산을 두고도 심각한 세수결손으로 극심한 논란을 겪었다. 야당은 이에 법인세 인상 등 세수 확보 방안을 강화하라고 주문했다. 내년도 예산안에서도 대규모 세수결손이 불가피하면 또다시 법인세 인상을 비롯, 세수결손을 둘러싼 극심한 갈등이 예상된다.
사회간접자본(SOC) 예산도 변수다. 새누리당은 당정협의 이후 “정부가 SOC 예산을 너무 소극적으로 편성했기 때문에 농어민 지원 예산으로 적정 규모를 확보해야 한다는 입장”이라고 밝혔다. 정부가 예산안을 보수적으로 편성하면서 SOC 예산을 소극적으로 편성했다는 의미다.
SOC 예산은 내년 총선과 맞물려 있다. 예산안을 보수적으로 편성하려는 정부 입장에선 SOC 예산 축소가 상대적으로 용이한 방안이지만, 국회는 다르다. 총선을 앞두고 표심과 직결돼 있다. 새누리당이 한층 공격적인 SOC 예산을 주문한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김 의원은 “이제 시작이기 때문에 예산 규모나 증대 수준 등에 대해선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앞으로 한 두 차례 더 (당정협의가)남았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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