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유감 표명 ‘사실상 사과’ 몇시간 뒤엔 “근거없는 사건” 日, 유네스코 ‘강제노동’표현 “위법성 수반은 아니다”부인
남북 고위 당국자 접촉에서 비무장지대(DMZ) 목함지뢰 도발에 대해 유감의 뜻을 밝혔던 북한이 한 발짝 물러서는 모습이다.
조선인 강제징용 현장을 포함한 산업시설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하는 과정에서 일본이 보여줬던 일단 ‘인정 뒤 발뺌’ 행보와 꼭 닮은 행태라는 지적도 나온다.
남북이 지난 25일 발표한 고위급 접촉 공동보도문은 2항에서 “북측은 최근 군사분계선 비무장지대 남측지역에서 발생한 지뢰폭발로 남측 군인들이 부상을 당한 것에 대해 유감을 표명했다”고 명시했다.
우리측은 이에 대해 북한이 비무장지대(DMZ) 목함지뢰 폭발 도발에 대해 사실상 사과한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하지만 고위급 접촉 북측 수석대표였던 황병서 인민군 총정치국장은 이날 조선중앙TV에 직접 출연해 이를 부인하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황 총정치국장은 “남조선 당국은 근거없는 사건을 만들어가지고 일방적으로 벌어지는 사태들을 일방적으로 판단하고 일방적인 행동으로 상대 측을 자극하는 행동을 벌이는 경우 정세만 긴장시키고, 있어서는 안될 군사적 충돌을 불러올 수밖에 없다는 심각한 교훈을 찾게 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황 총정치국장에 앞서 등장한 북한 사회자는 한걸음 더 나아갔다. 그는 “남조선 당국의 무근거한 사건을 놓고 일방적으로 판단하고 일방적으로 재개한 심리전 방송을 중지하기로 했다”면서 “우리는 그에 따라 선포한 준전시상태를 해제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지뢰 도발에 대한 유감 표명은 뺀 채 남측이 대북 확성기 방송을 중단해 준전시상태를 해제한다는 것이다.
일본이 지난 7월 강제노동 시설을 포함한 산업시설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 추진하는 과정에서 논란이 일자 ‘forced to work(노동을 강요당했다)’라는 표현으로 우회적으로 인정하는 듯한 태도를 취했다가 이후 강제노동 사실을 인정한 것은 아니라는 식으로 발뺌했던 것을 연상케 한다.
다만 일본이 이후 외무성을 통해 국제사회에 ‘전시징용 정책은 국제법상 위법성을 수반하는 강제노동이 아니었다’며 적극적인 부인에 나섰던 것과 북한의 반응은 다르다는 분석도 나온다.
황 총정치국장의 발언이 오해의 소지는 있지만 “상대측을 자극하는 행동을 벌이는 경우”라고 한 것은 지뢰도발을 지칭한 것이 아닌 앞으로의 일을 가정한 것으로 “북남관계 개선의 새로운 분위기를 마련된 것을 다행스럽게 생각한다”며 향후 남북관계 개선에 중점을 두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정부 당국자는 “북한이 자신들의 소행이 아니라고 주장했던 사안에 대해 유감을 표명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고 주체를 북한으로 명시한 것도 1996년 강릉 잠수함 침투 사건 이후 처음”이라며 “황 총정치국장의 발언은 대남용이 아닌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과 주민들을 대상으로 한 내부용”이라고 말했다.
고유환 동국대 교수는 “지난 남북관계를 보면 합의 이후에도 늘 해석을 둘러싸고 문제가 생기거나 이행을 두고 논란이 있었다”며 “합의문구가 잘됐느니, 못됐느니 따지기보다는 합의 이행을 어떻게 강제해나갈지 고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신대원 기자/
shindw@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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