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 경제=서지혜 기자] 명절을 앞두고 추석선물을 사기 위해 백화점을 찾는 사람들이 많아지는 가운데, 양도가 불가능한 백화점 VVIP 주차권이 중고사이트에서 100만 원 안팎의 가격으로 음성거래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구매자는 주로 인근 지역의 직장인이지만, 과시용으로 VVIP 주차권을 구매하는 사람도 더러 있는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22일 포털사이트 중고거래 커뮤니티에서 ‘VVIP주차권’ ‘00백화점 VIP 주차권’ 등을 검색하면 수십 건의 거래 현황을 목격할 수 있다.

이 중 주목할 점은 ‘VVIP 주차권을 판다’는 내용의 글 못지않게, ‘VVIP 주차권을 산다’는 게시글을 볼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연간 구매액이 각 주요 백화점에서 4000만 원~6000만 원에 이르는 최고 등급의 주차권을 원하는 게시글도 눈에 띈다.

하지만 백화점 VVIP 고객들은 “100만 원 안팎의 돈을 벌기 위해 한 장밖에 없는 주차권을 중고시장에 내놓는 사람은 주변에 없다”며 의아해 한다.

강남 한 대형 백화점의 최고등급 고객인 한 30대 여성은 “차가 여러 대 있어도 주차권은 한 장밖에 주지 않기 때문에 가족들끼리 돌려서 쓰기도 한다”며 “VVIP 고객일 경우 명품관으로 곧장 연결되는 지상 주차장에 따로 주차를 할 수 있고, 각종 혜택이 따르는데, 1년에 3000만 원 이상을 쓰는 VVIP고객이 고작 100만원 벌자고 중고시장에 주차권을 내놓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VVIP 고객이 되는 조건은 주요 백화점 별로 다르지만, 대개 연간구매액이 수천 만 원에서 많게는 1억 원 정도인 고객에게 주어진다.

주차권의 경우 대부분 한 가구에 한 장씩의 주차권을 제공하고, 분실시 재발급도 되지 않지만, 차량을 등록하지는 않는다.

백화점 업계 관계자는 “VVIP 고객들은 차가 두 대 이상 있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굳이 차량 번호별로 등록하지는 않는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귀한 VVIP주차권이 중고거래 사이트에서는 각 백화점의 VVIP 명칭만 입력하면 생각보다 쉽게 거래된다.

한 백화점 관계자는 “백화점 인근으로 출근하는 직장인이 공영주차장을 피하기 위해 구매하는 것이라면 굳이 더 비싼 VVIP 주차권을 구매할 이유는 없다”며 “VVIP 혜택을 받고 싶은 고객들이 과시용으로 중고거래를 통해 주차권을 구매하는 경우도 많은 것 같다”고 말했다.

문제는 VVIP용 주차권이 고가에 음성적으로 거래되다보면, 자연스레 ‘가짜 주차권’도 등장할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지난 해에는 백화점 주차관리 요원이 고객 차량에서 주차권을 훔쳐 온라인 중고거래 사이트에 내놓은 사건도 있었다. 중고거래 사이트에서도 주차권을 빌미로 한 사기 사례가 종종 발생하고 있다.

상황이 이렇지만 백화점은 속수무책이다. 자칫 주차권 관련 정책을 바꿨다가 VVIP 고객의 심기를 건드릴 수도 있기 때문이다.

국내 한 유명 백화점 관계자는 “백화점도 이미지 문제 때문에 중고거래를 막고 싶지만 딱히 뾰족한 해결책이 없다”며 “중고사이트를 모니터링해 양도가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고지하고 삭제를 유도하는 게 최선의 방법”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