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고승희 기자] 생활고에 시달리던 배우 우봉식(43)의 죽음은 잊을 만하면 불거져 나오는 화려한 연예계의 비극적인 현실이다.

배우 우봉식은 지난 9일 오후 8시경 서울 개포동에 위치한 자신의 월세집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사건을 담당한 서울 수서경찰서에 따르면 고인은 생전 생활고에 시달리며 경제적으로 어려운 여건에 놓였고, 평소 우울증 약도 복용해온 것으로 전해졌다.

스스로 마지막을 선택한 우봉식의 힘겨운 삶으로 돌아온 연예계의 그늘은 비단 어제 오늘의 일은 아니다. 2012년 배우 정아율은 지독한 생활고에 시달리다 꽃다운 나이에 스스로 목숨을 끊었고, SBS 인기 시트콤 ‘순풍산부인과’에 출연했던 김수진도 같은 해 서울 강남의 자택에서 목을 매 숨진채 발견됐다.

우봉식(영화배우)
생활고에 시달리던 배우 우봉식(43)의 죽음은 잊을 만하면 불거져 나오는 화려한 연예계의 비극적인 현실이다.
우봉식(영화배우) 생활고에 시달리던 배우 우봉식(43)의 죽음은 잊을 만하면 불거져 나오는 화려한 연예계의 비극적인 현실이다.

화려하고 풍요로울 것만 같은 대중문화 현장의 이면엔 ‘먹고 사는 것’이 당면과제인 예술인들이 여전히 많다. ‘일용직 노동자’와 다름 없는 생계형 배우들의 고된 삶은 끊임없이 반복되고 있는 상황이다.

탤런트, 개그맨, 성우, 연극인, 무술연기자 등 총 5000여명이 소속된 한국방송연기자노동조합(한연노)에서 70% 이상의 조합원은 연봉 1000만원 미만의 생계형 배우들이다. 지난해 한연노가 파악한 집계에 따르면 연기자들은 방송사에서 매기는 등급제(최저 6등급~최고 18등급)에 따라 출연료를 받고 있는데, 10분을 기준으로 치면 3만4550원에서 14만6770원까지 단계별로 출연료가 올라간다. 최저 등급의 성인 연기자로 치면 한 달 중 20일을 드라마에 출연해도 1년 기준으로 약 830만원(식비ㆍ차비 포함) 밖에 벌지 못한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최저임금 수준에도 미치지 못하지만, 일거리가 있는 조합원은 그나마 사정이 나은 편이다. 한연노 소속의 배우들은 일년 동안 방송3사를 통해 500~600명 정도 출연을 하는데, 그를 제외한 2000~3000명 정도는 실업상태라는 집계도 나왔다. 방송연기자 두 사람 중 한 명은 출연 소득이 전혀 없고, 연소득이 10만원 수준인 조합원도 존재했다. 회당 1억원 이상을 받아가는 S급 연기자 부터 최소 3000만원에 달하는 주연급 배우들이 즐비한 화려한 연예계의 그늘이었다.

우봉식도 마찬가지였다. 1983년 12살의 나이로 MBC ‘3840유격대’를 통해 연예계에 데뷔한 그는 영화 ‘6월의 일기’ ‘싸이렌’ ‘사랑하니까, 괜찮아’ 등에 출연하며 연기활동을 이어왔다. 그의 마지막 작품은 7년 전인 2007년 방영된 TV 드라마 ‘대조영’으로, 이후 그는 일용직 노동으로 근근히 생계를 이어왔던 것으로 파악됐다.

생계형 배우와 생활고에 시달리는 문화예술인의 처우를 개선하기 위해 정부에선 예술인복지법도 제정됐지만 현재로선 의무화 조항이 없어 뾰족한 대안이 돼주고 있지는 않다.

예술인 복지법은 2011년 6월, 생활고에 시달리다 월세방 한켠에서 숨진 채로 발견된 최고은(32) 작가의 죽음을 계기로 제정, 연기자 등 예술인에게 산재보험과 같은 기본적인 보장을 위해 발효됐다. “예술가를 노동자로 인정해달라”는 현장의 목소리가 높아지자 문화예술인을 사회안전망을 통해 흡수하려는 시도였다. 하지만 아직도 갈 길은 멀다. 대중문화예술인들의 생존 문제가 끊임없이 화두에 올라도 예술가를 노동자로 인정해 최소한의 보장을 해주자는 복지 문제에는 사회적 합의도 우선해야 하는 탓이다.

배우 우봉식의 죽음으로 과거 생활고에 시달리다 스스로 마지막 선택을 한 연기자들의 이름이 관심의 대상이 되고 있다. 이름 없는 배우들의 죽음은 대중문화계의 어두운 이면이 가져온 비극이었음에도 그 실상을 개선해야한다는 인식의 한계는 여전해 안타까움을 더하고 있다.


shee@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