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김상수 기자] ‘+7’까진 좋아도 ‘-1’은 안 된다. 여의도에 떨어진 지역구 혈투다. 늘어나는 건 불만 없지만 단 한 석이라도 줄어들면 목숨 건 전쟁 돌입이다.

선거구 획정을 두고 농어촌 의원이 대거 반발한 데 이어 수도권 의원도 혈투에 뛰어들었다. 농어촌지역 의석수 감소를 최소화하는 방안으로 경기도 안산 지역구가 1석 줄어들 수 있다는 분석 때문이다. 7석이 늘어나는 데엔 조용하지만, 1석이라도 줄어드는 데엔 해당 지역구의 거센 반발에 직면하는 현실이다. 선거구 획정의 험난한 여정이다.

▶안산 지역구 흔들지 마라, 수도권 의원도 반발 = 안산 단원갑의 김명연 새누리당 의원은 22일 국회에서 당 원외위원장 등과 함께 기자회견을 열고 안산 지역구를 줄여선 안 된다고 반발했다. 김 의원은 기자회견에 앞서 헤럴드경제와 통화에서 “농어촌 지역구를 유지하는 데에는 적극 찬성하지만, 그 이유로 안산 지역구 의석을 줄이는 건 선거구 안정성을 위해서도 맞지 않다”고 말했다.

앞서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산하 선거구 획정위원회는 내년 총선 지역구 수를 244~249개로 정했다고 밝혔다. 헌법재판소의 인구편차 2대1 등을 고려할 때 경기도 지역은 7석이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안산시 선거구는 4곳에서 3곳으로 줄 수 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농어촌 지역구 감소를 최소화하는 차원에서 도시 지역 중 총 인구 수가 기준에 못 미치는 지역의 의석 수를 줄이고자 안산이 검토된다는 전망이다. 김 의원은 “아직 최종 획정안이 나오지 않은 상태인데 이런 분석이 잦아지면 위험할 수 있다”며 기자회견을 연 배경을 설명했다. 사전에 일말의 가능성을 차단하겠다는 조치다.

김 의원은 “안산이 현재 재개발 중이라 인구가 일시적으로 감소했을 뿐 고층 아파트 재개발이 끝나면 오히려 예전보다 인구가 늘어나고 지역 내 다문화 가정이 많아 통계로 잡히지 않는 인구가 많다”고 반박했다. 또 “안산이 도농복합지역이라 사실상 농촌과 다름없다. 이런 지역 특수성을 모두 고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농어촌은 이미 전쟁 중…인구가 절대기준 아냐 = 선거구 획정안에 따라 10석 가까이 감소할 것으로 보이는 농어촌 지방 의원은 이미 전쟁 중이다. 명분도 명확하다. 인구만으로 지역구 대표성을 따질 수 없다는 논리다.

‘농어촌 지방 주권 지키기 모임’ 소속 여야 의원이 대표격이다. 모임 간사인 황영철 새누리당 의원은 본지와 통화에서 “특정 지역구의 문제가 아니라 농어촌 지방의 국가 균형발전 차원에서 문제 의식을 갖고 있다”고 밝혔다. 인구만으로 선거구를 획정하는 게 아니라 교통수단, 면적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는 게 맞다고 강조했다.

황 의원은 이날 YTN 라디오에 출연해서도 “철원ㆍ화천ㆍ양구ㆍ인제 지역구는 서울 면적의 7배가 넘는다”며 서울 의원을 48명 뽑으면서 7배가 넘는 지역마저 인구 모자라니 다른 지역을 붙이게 되면 서울 지역의 10배에 해당하는 지역구가 나올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 “지역구 끝에서 끝으로 가려면 차로만 2시간 반이 넘게 걸린다. 이미 중앙정치로부터 소외되고 있는 지역 주민이 다른 지역구까지 더하게 되면 더 말이 안 된다”고 반박했다.

농어촌 지방 주권 지키기 모임은 특별선거구 도입을 촉구하고 있다. 제주도나 세종특별자치시의 경우처럼 국토 균형발전 차원에서 지역별로 1석 이상 특별선거구를 채택해달라는 주장이다.

▶핵심은 비례대표 수, 늘려야 VS 줄여야 = 의견은 복잡하지만 핵심은 단순하다. 의원정수를 늘리지 않는 한 지역구 의원에게 칼을 겨누지 않으려면 결국 비례대표 수를 줄여야 한다. 수도권이든 농어촌이든 한목소리다. 김 의원은 “농어촌 지역을 돕는다며 안산 지역구를 흔드는 건 악수(惡手)다. 순리대로 비례대표를 줄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황 의원 역시 “현재 방법으론 비례대표를 줄이는 수밖에 없다. 여야 협상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비례대표 수를 두고는 여야가 극명하게 대립하고 있다. 새누리당은 축소를 주장하고, 새정치민주연합은 비례대표를 축소하는 건 정치개혁을 역행하는 것이라 반발한다.

관건은 당론을 뛰어넘는 지역구 의원들의 반발이다. 야당 의원들도 현재 농어촌 지키기 모임에 소속돼 있다. 공개적으로 드러나지 않지만, 모임 소속 야당 의원들 역시 농어촌 지역구를 지키려면 비례대표 수를 줄여야 하는 데엔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결정 시한이 임박하면 야당 내에서도 이견이 불거질 가능성이 있다.